관심거리들/Book & Text2010. 3. 23. 01:02
작년 봄부터 독서 페이스가 슬슬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 겨울에는 절정에 달해있다. 대충 세어보면 3일에 한권 정도?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1. 올 겨울 유난히 추워서 나가기가 싫다
2. 여친님이 책을 좋아해서 책 얘기하고 좋은 책 빌려주고 하는 등 재미가 배가됨
3. 여기저기서 할인판매 하는 괜찮은 책들을 마구 사다보니 (이정도 속도로 읽어도) 공급 초과 상태

정도가 아닐까.

이 시점에서 '서재 결혼 시키기'를 읽게 된 건 실로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할 수밖에.

작가인 앤 패디먼은 본인과 아버지, 어머니, 남편 모두가 작가인 동시에 엄청난 독서광이다. 그런 환경에서 책에 관해 쓴 수필들을 엮은 책.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작가의 입담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더 좋았던 점은

'아, 책이란 걸 이렇게 대할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내 취향에 맞게도 책이 닳을까 고이고이 아끼기 보다는 책을 이리저리 씹어먹듯이 책의 잠재능력을 100% 발휘하는(?) 편이었는데, 예를 들어

-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을 책에 적기
- 책을 선물할 때 속지에 헌사 쓰기
- 오탈자 교정하기
- 아이들에게 블록 쌓기 놀이감으로 제공
- 말 그대로 씹어먹기 (지인중 몇명과 자신의 아이가 즐긴다고 한다)
-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에 가서 책 읽기
- 여행 갈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읽은 페이지는 찢어 버리기 (작가의 아버지)

기존에 익숙하게 사용하던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덤으로 나중에 내 집이 생겼을 때 그 곳에서 책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지도 상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책을 보면서 '책을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이런 데이트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들 간략 정리

* 첫번째 *
- 자신의 책장 일부의 사진을 찍어간다. (가능하면 좋아하는 책들이 꽂힌 곳으로)
- 서로의 책장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 둘다 본 책이면 서로 감상을 나누고, 한명만 본 책이면 책 제목만 보고 내용 짐작하기와 간략한 내용 이야기해주기, 그리고 더 궁금하다면 나중에 책 빌려주기
- 그사람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 - 는 작가의 말을 확인해보고 싶다. 여친님의 책장이 궁금...

* 두번째 *
- 읽었던 소설 중 좋아하는 적절한 길이의 단편을 고른다
- 서로 읽어준다
- 책을 소리 내서 읽은 것도, 누가 읽어주는 걸 들은 것도 꽤 오래된 것 같다. 어떤 느낌일까?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