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픈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을때, 나는 분명히 상우(유지태)에게 감정이입을 했었다.
특히 헤어지자는 은수(이영애)의 말에 '내가 잘 할게'라고 대답하는 상우의 모습에 내 모습을 겹쳤었다.
영화가 너무 좋아 DVD로 사서 한번 더 보고, 그 뒤에는 기억속에 담아두었던 영화.
가끔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며, 혹은 영화에 대한 글을 보며 '이제는 은수의 마음도 좀 이해가 간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더랬다.
지난주 토요일 김윤아씨 콘서트에서 앵콜로 이 영화의 주제곡을 듣고서 다시 한번 보았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아... 그러지 말지' 였다.
여전히 상우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지만 감정이입과는 조금 다른... 안타까운 느낌.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한밤중에 달려가진 말지... 조금 서운한 일이 있어도 사귈때는 끝까지 잘 해주지...
그리고 헤어졌으면 구질구질하게 찾아가지 말고 깨끗히 잊어버리지...
하는 안타까움.
그래도 마지막에 상우가 화분을 돌려주며 '나 갈게' 라고 말할때는 그래 잘했어.. 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그 다음에 한참을 돌아서지 못하고 서있는 모습에서 여전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서른이 되어서 본 이 영화는 슬픈 연애담이라기 보다는 상우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봐도 허감독님의 복선은 참... 사소한 디테일 하나 하나에서 은수의 마음이 흔들림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