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잡담/일기2010. 8. 15. 22:14

- 8월 1일 일요일.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가 루빅스 큐브에 대한 책을 발견했다. 호오 이런 책이... 하면서 보다보니 7x7x7에 대한 해법까지 기술! 두둥~ 참고로 나와 루빅스 큐브의 인연을 간략 설명하면

* 중학교 1학년때쯤 천냥백화점에서 산 큐브를 구입
* 놀랍게도 큐브에 설명서(=해법) 포함.
* 큐브라는 것이 공식을 외우지 않으면 거의 풀기 불가능한 퍼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됨... 퍼즐로서 실격 아녀? 난이도 밸런싱이 이상한데
* 아무튼 외워서 풀어봄.
* 곧 질림. 공식 까먹음
* 십몇년이 지나, 4x4x4큐브에서부터 무려 7x7x7큐브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됨. 오오 7x7x7... 대체 속이 어떻게 생겼길래 그런걸 세 방향으로 다 돌릴 수 있게 만들었지? 궁금하지만 풀지도 못하는거 샀다가 한번 섞고 영영 원상복귀 못시키는 건 너무 꼴불견이기 때문에 동경만 함

이었기 때문에... 7x7x7의 해법은 나를 불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드디어 7x7x7큐브의 소유 자격을 얻을 수 잇어!


하여 큐브 전문 쇼핑몰에서 책과 함께 2x2x2~4x4x4큐브까지 구입 : 8월 2일
8월 3일 : 도착한 큐브를 갖고 3x3x3 큐브 해법 정복
8월 4일 : 2x2x2와 4x4x4 큐브를 정복하고 5x5x5, 6x6x6 큐브 주문
8월 6일 : 도착한 5x5x5큐브 정복. 어차피 3x3x3과 4x4x4만 풀 줄 알면 그 이상은 다 똑같다는걸 깨달음...
8월 9일 : 최종보스 7x7x7큐브 주문!

하여 주말에 데이트하면서 여친님 만화책 보시는 동안 7x7x7큐브도 정복함.. 각 큐브의 느낌은

~5x5x5 : 가볍고 부드럽게 돌아가서 갖고 놀기 좋음. 정확히 안 재봤지만 실수가 없다면 3x3x3큐브는 3~4분 정도, 4x4x4는 7~10분, 5x5x5는 15분 정도 소요하는듯.
6x6x6 : 갑자기 무게와 크기, 돌아가는 느낌이 확 달라짐. 5x5x5까지가 스르륵 스르륵 돌아간다면 드르륵 드르륵 하고 돌아가는 느낌. 시간도 50분 정도 걸리게 되고 손목에 부담이 옴. 거의 다 맞추다가 공식 한번 잘못 돌려서 흐트러지면 울고싶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음... 정신수양 하는 기분. 유투브에서 분해 영상을 찾아보니 중심축과 바깥 블럭 외에도 부가적인 부품이 엄청 많더라.
7x7x7 : 일단 정육면체가 아니라 약간 볼록한 육면체고, 크기도 크고 돌아가는 느낌도 드르륵 드르륵이긴 한데 각에서 척 하고 맞는 느낌(6x6x6에만 있음)이 없어서 상당히 돌리기 힘듬. 볼록한 덕분에 손에 착 감기지도 않고. 한마디로 공학적으로는 멋있지만 감성적으로는 빵점이라 할 수 있을듯... 그래도 동경하던 최종보스에 대한 경의를 담아 여친님 앞에서 최초로 풀어줌. 아마도 봉인할듯...

그러나 7x7x7만이 갖는 장점이라면 역시

요런걸 할 수 있다는 것 후훗

사실 최종보스라는건 내 마음속에서일 뿐이고 사실은

http://cubenjoy.com/front/php/category.php?cate_no=151

이런 괴이한 녀석들도 많지만 이쯤 되면 정말 코어하게 (공식을 개발하거나, 인터넷을 찾아가며 풀거나) 들어가야 하므로 일단 난 여기까지. 몇십년 뒤에 다시 빠질진 모르지만 일단 이쯤에서 만족하고자 한다.

사실 이미 알고있는 공식대로 풀어도 기분 전환으로는 좋은듯 스륵스륵 돌리는 감각적인 쾌감도 좋고 뭔가 서서히 이루어가는 만족감도 느껴지고. 6x6x6을 넘으면 무슨 정신수양같은 느낌도 들고...


- 그리고 현기증나는 기다림 끝에 여친님 귀국! 목요일이라 오후반차 내고 차 끌고 룰루랄라 마중 나갔습니다. 비행기도 연착되고 짐도 늦게 나와서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가 또 쓰러질 뻔 했지만...

감격의 상봉 순간


피곤하실 여친님은 얌전히 집에만 데려다드리고 주말에 이틀 연속 데이트 헤헤헤헤


카페에서 여친님이 어깨에 기대서 꾸벅꾸벅 조는게 참 마음 편하니 좋은데...
문득 든 생각이지만 별의 별 향수를 다 만드는 데메테르에서
'여자친구 머리에서 나는 샴푸냄새향 향수'같은거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물론 '내 여자친구 머리에서 나는 향기'는 하나 뿐이겠지만 흠.


- 토끼 드롭스를 보고 망설임 없이 구입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여친님께도 보여주고 싶다!'였기 때문이었는데, 빌려드렸더니 역시 너무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감동을 받은 작품을 꼭 권하고 싶어지는 건 단순히 취향이 맞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읽어낸 좋은 부분을 그 사람도 알아줄 거라는 신뢰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 이미 전설인 상태에서 끝없이 발전을 계속해온 가리온, 드디어 2집 발매가 가시권에!
그 전에 공연을 한다길래 예매했다. 비록 여친님은 힙합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지만 가리온이라면...! (물론 예습은 필수입니다)

가리온 2집이 나오면 정말 귀에 달고 살 듯 아아 설레는구나아아아...


- 여친님 마중나가러 공항 고속도로 달리면서 처음으로 엔진브레이크가 아닌 가속을 위해 저단 기어를 써봤는데, 부아앙 하고 5,000rpm까지 올라가면서 가속되는 느낌이 우왕... 물론 자주 쓰면 연비는 절망이겠지만 내 차에는 연비 표시 기능이 없으므로.... 가 아니라 운전을 많이 하진 않으니 그리 상관 없겠고.

아직 내 차의 성능을 절반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고 좀 부끄러워졌다. 좀 더 애착을 갖고 놀아봐야지.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