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래도 살도 없고 평소에 손발도 찬 편이라,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런데 서른살을 맞은 작년 겨울부터 온 폭설과 한파. 그리고 2주동안이나 나를 반 죽음으로 몰아붙였던 독감.
이런 날씨가 매년 반복되면 겨울에 내 행복도가 50%는 떨어지겠어.. 라는 생각 끝에. 건강과 나의 행복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추위와 싸워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겨울을 이기는 나의 무기들을 간단 평과 함께 정리해본다. 지난 겨울에 마련한 것도 있음.
호킨스 워커
사진 출처 ABC마트
여친님께 1주년 선물로 받은 가죽 점퍼와 어울리는 워커를 찾다가, 안나님께 호킨스가 괜찮다는 추천을 받고 구입한 워커. 정말 가격도 적당하고 (10만원 정도) 그럭저럭 편하고 무엇보다 닥터마틴 같은 말도안되게 무거운 워커에 비해 정상적인 무게라 마음에 든다.
딱히 털달린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냥 운동화나 구두에 비하면 따뜻하고 방수도 잘 되는듯.
G&A 양털 깔창
그리고 보온력 향상을 위해 구입한 양털깔창! 깔창 치고는 꽤 비싸긴 하지만 ㅠㅠ
발 사이즈에 맞춰서 알아서 잘라 쓰는 방식인데 운 좋게도 신발 사이즈에 딱 맞아서 그냥 쓸 수 있었다.
신어본 소감은 일단 보들보들해서 느낌이 아주 좋고... 당연히 어그처럼 발 전체가 뜨끈뜨끈한 느낌은 아닌데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나 눈 위를 걸을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줘서 발시려움이 한결 나아지긴 했다. 만족!
S Warmer
사진 출처 펀샵
라디에이터... 같은 물건이긴 한데 특징은 과하게 뜨겁지 않아서 몸을 직접 대도 화상의 위험이 없다는 것. 그래서 책상 아래에 붙이거나 발 아래에 깔고 쓰는 물건이다. 사무실에서 발시려움을 하도 겪어서 (창가 자리라 냉기가 내려온다) 마련한 물건인데 아주 적절~하게 따끈따끈한 것이 대만족! 발이 따뜻하니 회사에서 체감하는 추위가 80%는 줄어든 느낌이다.
만족감에 하나 더 사서 집에다 둔 뒤 침대 위의 발치에 두고 잘때 사용하고 있다. 원래 내 방이 아무것도 안 켜면 너무 춥고, 그렇다고 전기장판을 켜면 왠지 밤에 자꾸 깨거나 이불을 차버리게 되서 고민이었는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장판 없이 이것만 켜고 자는걸로 만족하고 있다.
넥 워머 & 목도리
둘다 여친님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것.
넥 워머는 도너츠형이라 목에 둘둘 감는 방식인데 사진으로 보이는 것 보다 훨씬 풍성하다. 그래서 두번 감으면 꽤 넉넉하게 남고 세번 감으면 얼굴 아래 절반까지 철저하게 보호해준다. 짱 따뜻함. 너무 풍성해서 존재감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밖에 놀러가거나 할때 쓰면 정말 따뜻할 것 같다.
아래 목도리는 반대로 얇고 가벼운데도 캐시미어라 아주 따뜻. 목에 둘둘 감은 뒤 끝을 외투 안으로 집어넣는 식으로 입기에 딱 좋다. 차려 입을 때도 좋고 아무 옷에나 부담없이 매고 나가기 좋다.
추가로 지난 겨울에 여친님께 선물받은 가죽장갑 역시 겨울을 이기는데 꼭 필요한 아이템! 요즘은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장갑 없이 주머니에 손 넣고는 걸어댕길 수가 없다...
VONIN 캐시미어 터틀넥
겨울 초 비싸도 좋으니 획기적으로 따뜻한 솔루션을 수소문하다가 캐시미어가 그리 따뜻하다는 소식을 듣고 검색해서 찾은 물건. 기준은 100% 캐시미어중에 가장 싼 것으로 (...)
받아보니 모양은 그야말로 무난하고, 보온성은... 감동적으로 따뜻하다 이런건 아니지만 얇은 두께에 비해서는 따뜻한 것 같았다. 얇은 두께를 활용해서 위에 뭘 더 껴입기는 좋을테니 괜찮은 물건은 맞는듯...
의외의 소득으로 블레이저를 매칭하니 정장 느낌이 나서 올 겨울 결혼식 참석은 이 복장으로 잘 넘어갔다.
유니클로 히트텍
작년부터 애용하고 있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내복. 근데 사실 정말 그렇게 효능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좋은 사람은 정말 좋다고 하는데 난 워낙 기본 체온이 낮아서 극적인 효과는 없는듯. 그치만 뭐 꼭 히트텍이 아니라도 내복 하나는 입어야겠으므로 애용하고 있다.
못즈코트 야상
사진 출처 토모나리 (제 사진 아님)
지난 겨울에 눈여겨 봐뒀다가 결국 산 물건. 색이 너무 맘에 들어서...
처음 받고는 생각보다 넉넉한 품과 엄청난 털에 조금 당황했지만 조금 눈에 익고 나니 기대만큼 맘에 들었다.
털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엄청나게 존재감이 강해서 무슨 사자왕이라도 된 기분이 드는데 음... 뭐 시선을 즐기는 것도 좋고 부담되면 털만 뗄 수도 있고. 품은 약간 넉넉한데 그만큼 안에 껴입을 수 있어서 (옷 자체가 그리 두껍진 않다) 좋다. 올 겨울의 만족 아이템.
니트 챙 방울 비니
사진 출처 10밀리그램
겨울에는 머리로 열이 많이 빠져나가니 모자를 꼭 쓰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울리는 모자를 못 찾아서 안쓰고 다녔는데... 올 겨울에는 못참고 인터넷에서 괜찮아 보이는 걸로 도전! 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만족.
사진으로는 잘 알 수 없지만 니트 모자인데도 앞에 챙이 있다. 내려서 쓰면 눈을 살짝 덮어서 약간 험블한 느낌이 되고, 챙 부분을 뒤집어서 접어올린 채로 쓰면 깔끔한 느낌. 근데 뒤집어 올려서 쓰면 머리가 좀 더 눌리므로 주로 출근때는 내리고 퇴근때는 올려쓰고 있다.
생각보다 아무 옷에도 대충 잘 어울리는 아이템.
쾨닉 수퍼매직
딱히 방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쓰는 김에 같이.
아버지께서 쓰실 체인을 찾아봤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장착하기 편할 것. 그러나 눈길에서 자주 주행할 일은 없고 비상용으로 쓸려는 것이니 너무 비싸지는 않을 것.
일단 장착하기 편하기로는 스파이크 스파이더가 유명하지만 - 너무 비싸다. 그 다음으로 알아본건 바이애슬론 애슬릿인데.. 역시 너무 비싸다.
해서 수소문 끝에 알아낸 것이 이 쾨닉 수퍼매직이라는 체인.
고전적인 쇠사슬형 체인이지만 그보다는 가늘고, 무엇보다 장착이 상당히 쉽다. 차를 세워둔 채로 슥슥 체워두고 출발시키면 고무줄의 힘으로 자동으로 조여지는 방식. 익숙해지면 5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 풀때도 워터치.
가격도 (싸구려 체인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납득할만한 수준이고, 트렁크에서 차지하는 공간도 작으니 비상용으로는 딱이다 싶었다. 나도 딱히 눈오는데 차 끌고 나갈 생각는 없지만 어디 갔는데 눈이 와서 고립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서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이 아이템들로 중무장한데 더해서 바른생활 시간에 배운 감기 피하기의 정석인 자주 손씻기를 실천해보고 있는 중인데... 덕분인지 아직은 감기 없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부디 겨울이 끝날 때까지 무탈하길~
P.S 이런거 어디 없나!
1. 바르면 몇시간동안 열이 뜨끈뜨끈하게 나는 핸드크림/풋크림
2. 먹으면 몇시간동안 몸에서 열이 후끈후끈하게 나는 보약(?)
있을법도 한데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