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산 PDA였던 셀빅으로 만들던 게임.. 문득 생각나서 하드의 자료를 찾아봤다.
이미 하드웨어가 없어서 돌릴 수 없지만 일단 소스와 리소스는 다 있다. 게다가 그 당시 배포할 때 포함시켰던 매뉴얼도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매뉴얼은 html이지만 캡쳐해서 올려본다
이미 하드웨어가 없어서 돌릴 수 없지만 일단 소스와 리소스는 다 있다. 게다가 그 당시 배포할 때 포함시켰던 매뉴얼도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매뉴얼은 html이지만 캡쳐해서 올려본다
이 게임들을 만든 2001년은 내가 네오플에 처음 근무한 해이기도 한데, 당시 초보 프로그래머로서 회사 작업과 집에서 한 개인 작업이 서로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개인 스터디 역할?
프로그래밍 / 기획(베이스는 기존 게임 이식이지만) / 그래픽 (루피루피16gray버전의 배경화면 빼고) 전부 직접 했는데, 부루마불은 지금 봐도 참... 어떻게 저렇게 그렸을까 싶은 집요함이 느껴진다. 물론 저해상도 흑백 도트고, 딱히 미적 감각이나 창의력이 필요 없는 작업이라 가능했겠지만.
황금열쇠 카드를 내용과 함께 기능까지 그대로 이식한다던가.. 아무튼 쓸데없는 디테일에 충실했고 (실력과 무관한 아마추어의 집착이랄까..) 부루마불 AI를 몇가지 타입으로 나누어서 넣어놓는다던가 하는 등등 허술하게 넘어간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없는 실력에도 이정도로 집요하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100% 유저들의 호응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셀빅은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나 빈말로라도 진보됐다고는 할 수 없는 PDA였는데.. (국산이라 접근성은 좋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는 호재가 되었다. 즉 어떤걸 만들어도 블루오션이라는 점! 그럴듯한 게임 하나 나오면 사람들이 우왕~ 하면서 커뮤니티에 전용 게시판도 만들어주고 버전업 될때마다 열렬한 리플과 함께 피드백을 해주던 시기였으니.
정말 유저들과 1대1로 대화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비록 지금 스마트폰 시장처럼 돈은 벌 수 없지만... 내 소프트웨어가 사랑받는다는 걸 수치가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험! 이건 정말 값진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깨달음! 셀빅용 게임 개발이 나에게 가져다준 가장 값진 선물이 다름 아닌 (올해 나의 신부가 되어줄) 여친님이라는 것! 당시 이 게임을 계기로 (자세한건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지만) 만나게 된 지인이 지금 여친님의 언니다. 이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후후훗
P.S 이 두 게임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내가 만든 셀빅 어플의 전부는 아니다. 이보다 앞서서 서울대학교 지도 어플을 (내가 쓸려고) 만들어서 릴리즈한 적이 있었고... 테트리스와 헥사형 맵에서 하는 전략 게임을 만들었었는데 혼자서 테스트해보는 수준에서 릴리즈를 안하고 접었었다. 테트리스는 꽤 재밌었는데 어설프게라도 릴리즈를 해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P.S2 나는 내 게임이 개발자인 동시에 열성적 유저이기도 했다. 당시 학교 수업시간에 친구 훈기와 함께 부루마불 2인용을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만든 게임을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건 엄청난 행운인 동시에, 게임이 성공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