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괌으로 짤막하게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 중 하루는 렌트카를 빌려서 관광을 다녔는데, 차들 목록을 보니 닛산 큐브가 제일 싸더군요. 어차피 고성능 차로 빌려봤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도 아닐테고, 시야 좋은 차로 느긋하게 다니는게 좋겠다 싶어서 (그리고 큐브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큐브로 빌렸습니다.
하루간 몰아본 소감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사진은 별로 안찍어서 두장만. 우리나라에는 안들어오는 색이더군요. 나쁘진 않았지만 비터 초콜렛이나 발리 블루가 더 예뻐보이긴 했습니다.
인테리어
미국 사양이긴 하겠지만 국내 출시된 사양과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센터페시아가 썰렁한 라디오고 사이드미러 접이가 수동이라는 것과..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있다 정도?
인테리어 품질은 참... 좋은 말로도 칭찬해줄 수 없는 수준. 그냥 털털합니다. 반면에 뭐 눈살이 찌푸려지냐 하면... 제 차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원래 그런 차니까 뭐 하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느낌. 물론 실제로 이 차를 산다고 생각하면 동급의 다른 차들과 비교되면서 단점으로 부각되긴 하겠지만요.
컵홀더는 무지하게 많고 글로브 박스도 넓어 보였습니다. 반면 센터 콘솔은 없고 컵홀더만 있더군요.
차의 컨셉에 맞게 공간이 넉넉한 느낌이고 시야도 좋았는데, 앞쪽 시야보다는 옆 창의 광활함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관광지라서 더욱 이 장점이 살아나더군요. 왠지 이 차를 사면 썬팅은 안하는게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뒷좌석도 앉았을 때 레그룸이 꽤 여유로운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누나의 투싼ix에 앉아보고 동급인 x1보다 확연히 넓은 레그룸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큐브는 그보다 훨씬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체감 레그룸이 투싼 ix와 비슷했을 정도니까요.
반면 그만큼 트렁크는 좁은데다가 (물론 수직으로 쌓기에 따라서는 이론적으로 넓을수도...) 레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뒤통수와 뒷 창문이 가까워서 후방 충돌이 좀 겁나긴 합니다.
뒷좌석을 슬라이딩으로 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한데, 가장 앞으로 당기면 레그룸과 트렁크 공간이 다 i30와 비슷해지는 느낌 정도? 즉 기본적으로 i30와 비슷한 공간의 차이지만 슬라이딩으로 트렁크를 희생하고 레그룸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물론 차의 형태 특성상 헤드룸이 더 넉넉하다는 것과, 2열 등받이도 뒤로 많이 젖힐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보였습니다. 등받이처럼 앞뒤 슬라이딩도 6:4로 되면 더 좋았을텐데 싶긴 하더군요.
시트는 전부 수동에 직물. 대체로 넉넉하고 푸근한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허리를 받쳐주지 못하고 너무 푸근하게 감싸앉기만 하다보니 오래 타고 있으면 허리가 꽤 불편하더군요. 오히려 좀 단단한 시트가 장거리에 편하다는 얘기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주행 느낌
엔진룸을 열어봐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체감상 (그리고 조사해본 결과도) 우리나라 수입되는 것과 같은 1.8리터 엔진에 CVT 사양인듯 했습니다.
일단 괌 자체가 딱히 차의 한계 성능을 파악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긴 해야겠습니다. 도심가의 제한속도는 시속 25만일.. 그러니까 40km/h 정도. 밖으로 나가도 시속 35마일 (56km/h) 정도입니다. 물론 대체로 제한 속도를 오버하긴 하지만 그래봤자 몇몇 차를 제외하면 시속 45마일 (72km/h)정도인듯 했습니다. 상당히 얌전한 주행이죠...
박스형 차체 때문에 고속 주행시에는 불안감이 커진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당연히 확인은 못했고, 일단 45마일 정도 아래에서는 꽤 경쾌하게 다니기 좋은 차라는 인상이었습니다. 가속감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 브레이크도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불안감을 주지는 않는 수준.
무엇보다 속도를 조금 내서 코너를 돌았을 때도 높은 차체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불안하거나 출렁이는 느낌이 없다는 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승차감이 (물론 바닥의 형태를 전해주는 솔직한 승차감이긴 하지만) 특별히 불쾌한 편은 아니었구요.
일단 체감해본 속도 영역에서는 대체로 신형 i30와 비슷한 정도의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i30보다 비슷한 옵션에서는 훨씬 비싼 가격에 더 허술한 인테리어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한수 위' 라는 느낌까지는 못준다는 점에서는.. 역시 가격 경쟁력 면에서 수입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죠.
CVT 차량은 처음 몰아본 것 같은데 둔해서 그런지 특별히 CVT의 이질감 같은건 잘 못느꼈습니다. 다만 CVT와는 무관하게 불만스러운 점은 기어가 D와 L의 두개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 내리막이 계속 되는데 D는 너무 빠르고 L은 너무 느린 그런 상황을 겪기도 했고, 직선 구성의 기어에서 D와 L이 나란히 있다보니 습관적으로 기어를 D로 넣으려다가 L로 넣는 일도 꽤 겪었습니다. 구형 i30도 3 - 2 - 1단으로 최대 기어를 제한할 수 있었고 신형 i30는 6단을 다 조절할 수 있다는 것에 비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네요.
총평
아무래도 차덕이다 보니 (가능성이 거의 0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차를 사게 된다면 어떨까?'를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작은 크기라서 요리조리 다니고 주차하기 편한 데 비해 넉넉한 체감 공간과 시야는 확실히 이 차만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주긴 합니다. 뭐랄까... 왠지 이 차를 타면 서울의 교통 상황에서도 그냥 힘을 빼고 느긋~ 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이런 느낌 덕분에 매니아 층도 생기는 거겠구나 싶구요. 저속에서의 주행 성능도 경쾌하니 좋았구요.
반면 가격대비 너무 썰렁한 옵션이나 허술해보이는 인테리어는 마이너스긴 합니다...만 이것도 이 차만의 넉넉한 매력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긴 하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 차를 실제로 산다고 상상하면 가장 걸리는 부분은 허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시트와 고속 주행을 꺼리게 만드는 차량 특성이겠네요. (고속 주행은 직접 체함해본건 아닙니다만)
장거리용 메인 차량이 있고 시내나 근교만 나가는 용도의 세컨카라면, 그리고 큐브 특유의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든다면 뭐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쏘울..보다는 큐브 특성과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레이도 한번 몰아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