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서 신형 C클래스를 시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려는건 아니고 주변에 사시려는 분이 계셔서 곁다리로..
아방가르드 등급 가솔린과 디젤로 시승했구요. 1.8터보와 2.2터보고, 가격은 각각 5,420만원과 5,650만원.
[외형/실내]
지난번에 매장에서 봤을때도 느낀거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낫습니다. 무엇보다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모델이나 구형 C클래스에 비해 훨씬 커보인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 지인분께서도 작아서 운전이 쉬우면서도, 품위도 있는 차를 원하셨기 때문에 딱이라 생각해서 추천해드리기도 했구요.
인테리어 디자인도 좋고, 소재도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버튼류에 알루미늄을 팍팍 써서 고급감이 있네요. 다만 도어 트림에서 손으로 만질 일이 별로 없는 위쪽은 생각보다 거친 플라스틱 느낌이 그대로 느껴져서 조금 의외기도 했습니다.
뒷좌석 레그룸은 꽤 넉넉하네요 3시리즈는 안 앉아봐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x1보다는 넓습니다.
[옵션]
아방가르드보다 낮은 깡통 트림이 있긴 한데 가솔린만 있고 주력인 디젤은 아방가르드부터군요. 철저한 깡통 모델을 4천만원대 초반부터 깔아놓은 BMW와는 대조적인 전략입니다.
물론 가격이 비싼만큼 옵션은 꽤 호사로워서 놀랍긴 했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이 있다기 보다는 기본 기능을 호화 버전으로 넣어놨다는 느낌..?
예를 들어서 좌석에는 4방향 전동식 럼버 서포트도 모자라서 허벅지 받침도 전동식으로 조절. 메모리 시트는 3개까지 저장. 게다가 조수석도 동일 사양입니다. 창문 올리고 내리는 스위치는 운전석에서는 당연히 4개 다 오토, 그것도 모잘라서 각 좌석에 달린 스위치까지 오토로 작동되네요. (제 차는 어땠더라...? 조수석에 앉을 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확인은 못해봤는데 어디서 본 걸로는 핸들 조절도 전동식이었던것 같은... 평면 미러를 고집하는 BMW와 달리 끝부분이 광각 처리된 미러에다가 사각지대 경보 기능같은것도 있고...
뭐 굳이 이런데다가 돈을? 이런 느낌도 안드는건 아닌데 역시 호사스러우니 마음이 풍요로워지긴 하네요. x1 23d보다 정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걸 생각하면 배가 좀 아프기도... ㅠㅠ (할인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이지만요)
내비 성능은 BMW보다 나은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터치 스크린이 안되고 (BMW도 안되죠) 휠과 터치패드가 공존하는 컨트롤러는 i-Drive보다 더 혼란스럽습니다. 뭘 어떻게 쓰는건지 헤맴의 연속... 익숙해지면 편하려나요.
그리고 요즘 벤츠에서 미는 플로팅 형태의 모니터는 아무래도 싸제 태블릿 매립같아서 좀 그렇고.. 무엇보다 베젤이 너무 두껍네요. 그리고 모니터때문에 따로 스마트폰을 거치할 위치도 좀 애매해보이는 것도 약간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 안되는 점은 뒷좌석의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다는 점!
뒷좌석 가운데에도 분리식 헤드레스트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외입니다. 그냥 조수석 메모리 시트 기능 같은거 빼고 이런거 넣지.. 싶기도 하구요.
물론 쇼퍼드리븐 차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너의 즐거운 드라이빙이 주 포인트인 3시리즈도 아니고 베이비 S클래스라는 애칭을 가진 C클래스인데... 이 구성은 좀 아쉽긴 합니다.
[성능]
와인딩까지는 아니지만 시내와 고속화도로에서 주행을 해봤습니다
그러고보니 가솔린 터보 차량은 처음 타보네요.
일단 첫 인상으로는, 가솔린은 생각보다 시끄럽고 디젤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물론 비교하자면 디젤쪽이 조금 더 시끄럽지만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N/A가 아니라 터보라서 차이가 줄어든 것이겠죠 아마. 어쨌거나 양쪽 다 BMW디젤보다는 확실히 조용합니다 ㅠㅠ
디젤은 역시나 저RPM 토크가 인상적이네요. 슬쩍슬쩍 밟아줘도 붕붕 잘 나가고, 세게 밟으면 세차게 나갑니다. 으잉 이게 170마력에 제로백 8.1초밖에 안된다고? 하고 생각될 정도로 체감 성능이 괜찮더군요. (더 고성능에 제로백도 빠른 차처럼 느껴졌다는 뜻)
가솔린은 끝까지 풀엑셀로 밟으면 잘 나가긴 하는데, 역시 평상시 운전에서의 여유는 디젤에 못미칩니다. RPM을 올려줘야 제 성능이 나오는 가솔린 특징이기도 하겠고 배기량이 작아서 그런 것도 있겠죠.
딱히 성능을 극한까지 짜내면서 주행할 것도 아니다보니 디젤의 체감 성능이 더 좋고 마음에 들더군요. 소음 진동도 이정도면 큰 차이 안느껴질 것 같고, 차량 가격 차이는 연비 + 가솔린보다 나은 감가상각으로 보상될테고. 무엇보다 가솔린은 잦은 주유와 고급유를 찾아다니는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제 지인분도 디젤로 결정하셨습니다)
실제로 디젤이 더 수입량이 많아서인지 색상 선택지도 많고, 출고도 빠르다고 합니다.
다만 가솔린쪽이 제로백도 빠르고 무게도 100kg쯤 더 가볍다고도 하니 운전 재미를 원하면 가솔린이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가솔린 디젤 공통으로 주행성능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x1비해서는 한결 부드러운 셋팅이면서도, 한겹 부드럽게 걸렀을 뿐 노면의 상태를 다 전달해 주는 것이 역시 독일차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조금 급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해도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반 주행에서는 특별히 안정적이라는 느낌까진 잘 안들긴 했는데... 중간에 기회가 되서 속도를 조금 많이 내보니 이래서 벤츠의 고속 안정성을 먹어준다고 하는구나 하고 실감이 되더군요.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와인딩에서 재밌게 탈 차라기보다는 저속이든 고속이든 항상 불안감 없이 탈 수 있는 차? 이런 느낌. 벤츠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겠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
디젤 트림 기준으로 BMW보다 천만원 더 이상 비싸게 시작하는 가격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옵션, 동급에 비해 커보이는 & S클래스의 축소형인 외형... 이 모든게 '우리는 3시리즈, A4와 동급이 아니라 반등급 위다!'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 주장에 동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차의 가격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겠습니다만...
적어도 차 자체로 보면 정말 잘 만들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시승 끝내고 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살짝 씁쓸함과 부러움이 남기도 했지만 뭐 직접적인 경쟁 차량도 아니고 제 차는 이제 나온지 5년이 되어가는(구입한지는 3년), 내년에 풀체인지되는 구형이니까... 모든 면에서 심하게 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니겠나 생각도 하고 그랬던 시승이었습니다.
아무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