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밤, 엉뚱하게도 회사에서 철야하던 중에 프라이드를 시승했습니다.


뭔소린가 하면 사연은 이렇습니다. 다음날 대규모 패치가 있어서 철야 작업중이었는데, 제 작업이 남은건 아니었지만 QA에서 테스트를 하다가 무슨 버그가 발견될지 몰라서 사인오프때까지 대기는 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밤 11시가 넘어서 더 코딩을 하기엔 너무 지쳤고, 그렇다고 잠깐 자러 갔다가는 아침까지 뻗을 것 같고..


하던 차에 며칠 전에 쏘카에서 받은 2시간 무료 쿠폰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나 해서 회사 주변을 검색해보니 당장 빌릴 수 있는 프라이드가 한대 보이네요. 기왕이면 레이를 몰아보고 싶었지만 프라이드 역시 처음 접해보는 차니 이게 어디냐 싶어 당장 예약. 그리고 같이 철야중이던 차덕 동료분과 함께 한시간정도 드라이브를 즐기고 왔습니다. 코스는 강변북로와 올림픽 대로 위주였습니다.


아내님이 타고 계신 i30 신형 (PYL등급, 정가 1,895만원)과 많이 비교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해치백 모델이고, 가격표를 보니 1.4 MPI 디럭스 등급 같습니다. 1,501만원이군요. 대충 봤을때도 불편하지 않게 옵션이 잘 들어가 있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탈 당시에는 몰랐던) 열선 스티어링 휠까지 들어가있는데 이건 놀랍군요.


사실 타던 당시에는 1.4인지 1.6인지도 몰랐는데, 수동 변속을 해보니 4단까지밖에 안올라가는걸 보고서 1.4인걸 확인했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옵션은 잘 갖춰져 있고, 인테리어 품질도 괜찮습니다. 센터페시아에 엉뚱하게 뻥 뚫려있는 수납공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구요.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좀 아쉽습니다. i30는 앞유리가 많이 누워있지만 꽤 높이까지 올라와서 시야에 불편함이 없었는데, 프라이드는 누워있기만 해서 좀 답답한 느낌입니다. 실제 운전에 불편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후방 시야도 보이긴 하지만 2열 헤드레스트에 많이 가려서 좀 답답하고, 사이드미러도 작아서 시야가 제한적인 느낌이었습니다.


2열 공간은 꽤 괜찮네요. 운전석을 제 기준으로 맞춰놓고 2열에 앉으니 무릎 공간이 꽤 남습니다. 좌우는 좁으니 5명 앉기는 힘들겠지만, 4명까지라면 뭐 무리없이 타고다닐 수 있을듯. 장거리에서의 편안함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요.


트렁크도 i30보다 약간 좁지만 납득할만한 공간이구요. 단 커버에 의해서 2단으로 나뉘어있는데 그 아래 공간이 참 애매해서.. 그냥 바닥을 낮춰서 1단에 가깝게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2열 폴딩때 수평이 되게 맞춘건진 모르겠지만요.



좌석을 몸에 맞추고 출발해봅니다. 현대기아차답게 조금의 굼뜬 느낌도 없이 탁 튀어나가주네요. 1.4엔진에 4단 변속기지만 이 차를 경쾌하게 몰기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강변북로로 차를 올려서 엑셀을 꾹 밟으니 기대보다 가속이 더 잘 되는군요. 실용적인 속도 구간에서는 별로 모자람이 없고, 그걸 조금 넘는 속도에서도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생각보다는 가속이 잘 됩니다. 다만 엔진 자체가 파워풀한건 아니고 기어도 4단이다보니, 가속을 좀 할라치면 기어다운과 함께 상당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엔진음을 감수해야 되긴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가 차를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가속감이랄까요.


아무튼 1.4엔진에 이정도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속력이고, 1.6GDI면 상당히 잘 나가겠다 싶네요.

1.4 디럭스와 1.6 럭셔리가 겨우 8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엔진 말고도 옵션이 더 붙어서 1.6으로 가는 유혹이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다만 1.6은 시작 가격이 1,581만원이라서 이쯤 되면 준중형과 비교를 하게 된다는게 함정이겠죠. (준중형보다 가벼우니 더 잘 나가긴 하겠지만요)


스티어링 휠은 MDPS 방식이고, 중앙 부분에서 유격이 좀 느껴지지만 아반뗴 MD를 몰아봤을 때 정도는 아닙니다. 아반떼와 i30의 사이정도 되는? 아무튼 별로 불편은 없었구요.


브레이크는 급정차를 안해봐서 뭐라 평하긴 힘든데.. 고속에서는 생각보다 브레이크를 좀 더 꾹 밟아야 차가 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게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제가 몰던 차와 브레이크 페달 셋팅이 다르다는 느낌에 가까웠어서.. 일단 판단 보류입니다.


서스펜션 안정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i30의 세련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아반떼 MD 느낌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어느정도 고속으로 올려도 딱히 휘청거리거나 불안함을 주지 않는 셋팅이었습니다.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방음과 승차감. i30와 비교해볼 때 여기서 가장 급의 차이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주행때 노면 소음이 너무 올라옵니다. 60~80km 사이의 주행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우웅~ 하는 느낌의 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지는 느낌. 장시간 운전시에는 은근히 피로가 클 것 같았습니다. 제가 타는 두 차도 결코 조용한 차는 아니지만 이정도로 스트레스가 되는 느낌은 아닌데 말이죠.

승차감은 참 미묘한 부분인데, 충격이 크게 오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런데 노면의 자잘한 요철 상태가 엉덩이에 그대로 진동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라서 이게 참 불쾌했습니다. i30 구형의 경우 너무 충격이 그대로 오는 셋팅이라 좀 감이 안좋았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지만 아무튼 불편하네요. i30 신형의 경우 이런 느낌이 없습니다. 아무튼 느낌일 뿐이니 뭐라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오래 타고 있고 싶지는 않은 승차감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하자면 기본기는 나쁘지 않고 공간, 옵션은 좋음. 그러나 방음과 승차감 때문에 절대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님. 시내 주행용이나 1인 위주 승차용으로는 괜찮을 것 같고 그 외에는 좀...

아무리 옵션을 넣어도 방음과 승차감이 개선되진 않을테니.. 낮은 트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서 경제적으로 탈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고, 그 이상으로 갈거면 i30 재고할인을 노려보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재고할인이야 약간 로또성이 있으니 1대1 비교는 힘들겠습니다만.


그러나 막상 산다면 어떤 등급으로 살까 생각하니 이것도 참 딜레마긴 하네요.

디럭스 등급부터는 아까 얘기했듯이 1.6으로 가는 유혹이 강해지고, 그 아래인 스마트 스페셜 등급에 자동 변속기, 열선 시트를 넣으면 1443만원인데 디럭스와 60만원 차이밖에 안납니다. '그럴바엔'심리를 자극하는게 현대기아차의 가격표 전략이라 그렇겠죠.

아예 깡통 등급에 자동 변속기만 넣거나, 조금이라도 더 싼 세단형으로 가는것도 생각해볼 것 같구요.


눈에 보이는 부분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좀 더 방음 승차감 등의 기본기를 좋게 해줬다면 참 괜찮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간 국내에서 안팔릴테니 하하 ㅠㅠ

르노삼성차 보면 후드 인슐레이터를 옵션으로 넣어놨던데 그런식으로 방음 옵션과 스포츠 서스펜션 옵션 (이건 TUIX에서도 종종 있죠)같은걸 넣으면, 돈이 있지만 취향상 작은 차를 타고 싶은 사람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냥.. 돈 있으면 준중형으로 가세요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의 자세인 것 같구요.




아무튼 힘든 철야중에 잠시 짬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참, 쿠폰 사용이라서 대여료는 들지 않았지만 주행거리에 따른 기름값은 내야 되서 52km에 9,880원을 지불했습니다. 2시간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1시간쯤 탔으니 시간당 요금 5,630원 (생각보다 싸군요) 을 포함하면 원래는 1만 5500원 정도 냈어야 됐겠군요.


카 셰여링용이지만 차 상태는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컵홀더에 졸음 방지용 껌이 있어서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구요.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