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괌에 짤막하게 여행을 가서 피아트 500c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간단히 시승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모닝보다 길이가 좀 더 짧은 4인승 소형차입니다. 문은 2개구요.
이번에 빌린건 컨버스탑을 채용한 500c로, 반쯤은 컨버터블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국내 가격은 2,790만원.
엔진은 아마 국내 사양과 동일한 1.4리터인 것 같았습니다.
빨간 차체에 빨간 탑이라 얼핏 보면 컨버스탑이라는 티가 잘 안나더군요. 흰색 차체에 빨간 탑이 더 예쁘긴 했습니다.
거의 깡통 렌트카이지만 특이하게도 아바스 휠이 낑겨 있습니다.
사이드미러는 이렇게 끝부분이 나뉜 방식. 딱 저 부분에 사각지대가 들어오게 되어있어서 익숙해지면 괜찮겠더군요. 미국 사양이라 사이드미러는 수동으로도 안 접힙니다.
인테리어는 이런 느낌. 아내님의 표현에 따르면 '커피 메이커 같다'고 하네요
디자인은 귀엽고 괜찮지만 질감은 국산 소형차보다 떨어져서, 기어를 바꾸고서 그 장난감 같은 조작감에 빵 터졌을 정도입니다. 정말 달칵달칵 하는 느낌입니다.
2세대 미니처럼 윈도우 조작 버튼이 기어봉 좌우에 있는데, 디자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원가절감 목적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렇게 만들면 운전석 문쪽에 조수석 윈도우 조작 버튼을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키는 평범한 플립 형태. 문을 잠글 때마다 클락션이 빵! 하는것도 옛스러운 느낌입니다.
문 잠금 장치가 어디있나 한참 찾았는데, 문 손잡이 자체를 밀어두면 (위쪽 사진) 잠금 상태가 되는 거더군요.
근데 이 문 손잡이도 흔들면 달칵달칵 흔들립니다 ㅋㅋㅋ
컨버스탑을 닫은 상태에서의 2열. 가운데 손잡이처럼 보이는 것의 용도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탑 오픈과도 무관한 것 같던데...
2열에 사람을 태울 일이 있었는데, 모닝보다 더 작은 공간이지만 조수석을 조금 앞으로 당겨서 절충하면 의외로 한명 정도(즉 운전자까지 3명)은 탈만 합니다. 장거리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지만요.
다만 운전석의 뒤에는 정말 사람이 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의외의 부분에서 국내에 들어온 사양과의 차별이 있었는데, 국내 피아트 전시장에서 봤을때는 2열 헤드레스트가 그냥 딱딱한 플라스틱이라 ㅋㅋ 이게 뭐야? 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타고 온 건 2열도 1열과 동일하게 쿠션이 들어간 헤드레스트였습니다.
전시장에서 본 건 그냥 500이라 500c는 어떨지 모르겠긴 합니다만.
탑을 오픈하고, 조수석에서 고개를 위로 들면 이정도 느낌입니다.
닫으면 이렇게. 밀폐성은 크게 나쁘진 않았구요. 비가 새거나 하지도 않았고.
루프는 아코디언식으로 접히면서 열리는데, 열 때는 2단계로, 닫을 때는 3단계로 닫힙니다. 안전상의 이유인지 마지막에 닫을 때는 버튼을 꾹 누르고 있어야 됩니다.
조수석에서 보면 이런 느낌. 프레임이 완전 사라지는 컨버터블하고는 비교하기 힘들고 파노라마 선루프에 가깝지만, 일반적인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더 앞쪽까지 열려서 개방감이 괜찮은 편입니다.
그리고 신호에 정지해 있을 때 운전석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이때는 확실히 선루프와 차별화되는 개방감을 주긴 하는데... 일부러 고개를 돌려야 느낄 수 있다는게 문제점이네요.
사진으로는 알기 힘든데, 단점으로 탑을 완전 오픈할 경우 원래 유리창이 있던 부분을 접혀진 탑이 덮어버려서 후방 시야가 완전히 막힙니다. 룸미러를 조절하면 열린 탑 위로 뒤로 오는 차들의 지붕이 살짝살짝 보이긴 하는데, 운전에 도움될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컨버스 탑 때문에 해치 도어를 트렁크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탑을 완전히 오픈한 상태에서는 트렁크 문과 간섭이 생기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트렁크 문을 열려고 하면 알아서 한단계 탑이 닫힌 뒤 트렁크가 열립니다.
이렇게
닫히구요.
보닛도 열어봤지만 별로 아는게 없어서리. 일단 흡음재가 있긴 하네요
마지막 반납때 트렁크 두개를 실은 모습입니다. 작아보이지만 실은 이렇게 광활한 트렁크를 갖고 있...
는건 당연히 아니고 이렇게 2열을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실을 수 있는게 어딘가 싶긴 하네요.
사실 이번에 500c를 렌트한 이유는, 아내님이 피아트 500을 구경하고 확 빠진데다가, 저는 컨버터블에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체험을 해보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런데 체험한 결과는... 여행동안에는 즐겁게 탔지만, 서울에서도 탈만한 차는 아니다. 라는데 둘 다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단 차량의 완성도 면에서 너무 기대보다 떨어집니다. 전체적인 조작감이나 품질도 그렇고, 1.4리터 엔진은 약간의 언덕만 올라가도 너무 눈에 띄게 힘들어합니다. 으어어 나 지금 엄청 엔진 열심히 돌린다~ 하는 소리가 나는데 속도계를 보면 50km/h 이런 느낌이에요. 예전에 프라이드 1.4를 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노면 충격에 대한 대응도 많이 실망스러운데, 지금까지 탔던 차들이 어느정도 부드럽게 걸러주거나, 아니면 쿵! 하고 한번의 큰 충격을 주는 타입이었다면, 500은 쿵쾅쿵쾅쿵쾅~ 하고 충격과 함께 차가 크게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이런걸 통통 튄다고 표현하는 건가요? 아무튼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었고, 아내님은 노면의 거친 부분 몇번 밟고 나서는 이 차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픈 부분은... 나쁘진 않지만 애매하다. 는 느낌입니다. 괌에서 땡볕일 때 빼고는 계속 열고 다녔고, 그러다가 비가 와서 잠깐 닫을 때는 답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선루프를 여는 것과 차원이 다른 정도의 개방감은 아니라는 느낌이라서요.
어차피 실용성으로 타는 것도 아닌데 미친척 하고 지를거면 어쨌거나 제대로 된 컨버터블이 낫지 않나?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컨버터블보다 싼 가격에, 디자인이 귀엽고, 컨버스 탑을 오픈할 수 있다.
는 것이 거의 유일한 장점으로 느껴지는 차였고, 그 외의 부분은... 지금 세컨카로 몰고 있는 i30보다 여러모로 후달리는 느낌의 차였습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컨버터블도 렌트를 해보고 싶네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