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잡담/일기2025. 1. 20. 23:48

블로그를 뜸하게 쓴지도 오래 지났다. 페북이나 트위터로 옮겨갔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뜸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돌아볼만한 일상이 너무 안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잘 안찍는 편이고. 기억에서 지워지면 되새길만한 것이 없다.

 

하여 답지 않게 2024년이 어떤 해였는지 간단히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신상이 특정될만한 것들을 빼고 쓰느라 두리뭉실해질 수도 있겠지만.

 

 

2023년 말, 오랫동안 준비한 게임을 오픈했다. 덕분에 2023년 한해는 몸도 마음도 다 갈아 넣었지만,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실패했다는 사실 보다도 실패했음에도 + 객관적으로 역주행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상황이 나를 더 빠르게 소진시켰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이 일을 열심히 하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를 고민하게 되는 건 오랜 회사생활 중 처음 했던 경험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겠지) 그걸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2024년 초 나간 멘탈을 회복하고자 6개월의 긴 휴직을 하게 됐다.

 

이 휴직이 2024년 나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21살에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 6개월이나 쉬었던 건 처음이니만큼 많은 경험이 있었는데 두서없이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내가 막연히 미뤄오던 것들 중, 어느게 시간이 없어서 미뤘던 거고 어떤게 별로 할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대로) 나는 시간이 많다고 딱히 대단한 도전이나 일탈을 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 평일 낮의 한산함을 즐기는 것이 참 좋았다. 다만 평일 오전에는 길이 막혀서 생각보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가기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 도서관을 애용하게 됐다. 요즘은 도서관 앱도 잘 되어있고 상호대차로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도 빌릴 수 있어 정말 좋더라. 그러나 복직하고서는 다시 사용율 감소중.

 

- 요리가 능숙해졌다. 왠만한 식사 준비는 40분 정도 안으로 끝낼 수 있게 됐다. 바스크 치즈 케익이나 나주곰탕 등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몇 가지 도전해봤다.

 

- 게임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휴직 전에도 UMPC 세계에 발은 들였지만 게임은 띄엄띄엄 했는데 요즘은 꾸준히 게임을 하나씩 붙잡고 하는 중. 유난히 바이오 하자드를 많이 하고 있는데 7, 8, RE2, RE3까지 깨고 RE4를 하는 중. (바이오 하자드만 했다는 건 아니고)

 

- 큰 마음먹고 집의 TV를 85인치로 바꿨다. 요사이 대형 TV가 정말 저렴해졌더라. 다만 가끔 영화볼 때 좋긴 한데 그렇게 사용 빈도가 높지는 않다. 휴직 중 본 영화 중 최고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아내의 준비 덕분에 말레이시아에 한달 살기를 하고 왔다. 정말 느긋하고 스트레스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음식이 맛있는 나라였다.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