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준중형. 유럽에서는 C세그먼트라고 불리는 체급... 보통 1600cc가, 옵션으로 2000cc정도의 엔진이 올라가는 (외국에서는 그 이상도 올라가지만) 이 체급의 자동차 시장은 아주 재미있다. 일단 판매량도 커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체급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패밀리카'와 '품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YF 쏘나타가 과감히 벗어던질지 기대되지만) 중형차 이상과 달리 패밀리카에서 부터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포티한, 혹은 팬시한 디자인까지 다양한 개성있는 차들이 나오기 때문. 그렇다고 소형차 이하로 내려가면 귀여울 수는 있어도 멋있는 디자인은 나오기 힘들고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 시장이라...
특히 i30, 쏘울, 포르테,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된 2008년은 이 급이 정말 재미있어진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을듯. 올해도 포르테 쿱, 뉴 SM3,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등 시장은 계속 달궈지고 있다.
지금 내가 i30을 타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설령 중형차 이상을 타게 되더라도 이 시장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전문성은 전혀 없는 잡담일 뿐이고 더욱이 i30 하나만 타보고 (주변에 왜인지 준중형차 타는 사람이 없다.. 다들 처음부터 중형차 이상으로 올라가버림) 시승기와 뉴스만 보고 쓰는 본격 탁상공론이니 너무 빡센 딴지는 걸지 말자.
사진은 각 자동차 홈페이지에서 월페이퍼를 퍼왔음. 저작권법 어쩌고 별로 신경 안쓴다 해도 웬만한면 안전하게.. 흠흠 ㅡ,.ㅡ
정렬은 6월 판매량 순으로 (정확한 판매량 자료는 아닐지도)
아반떼 (현대 / 13,993대)
나에게 있어 아반떼의 이미지는 '무난하니 괜찮은 차'. 외모도 성능도 공간도 승차감도 다 무난하니 괜찮은..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어느 것 하나 특출나게 매력적인 부분은 없는 차.
그러나 이 차가 오랫동안 범접불가의 판매량 1위라는 사실은 음... 아직 국내 차 시장의 절대다수는 '패밀리 카' 용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아무리 스포티함이 어쩌고 해도 패밀리 카를 무시할 수 없다는... 물론 GM대우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고, SM3는 작은 사이즈 문제로 인기가 없었다는 외부 상황도 아반떼의 지존 등극에 한몫 했으리라.
난 이런 면에서 YF 쏘나타가 기대되는 한편 걱정되기도 하는데, 일단 스포츠 세단으로 뽑아내면 뒷좌석의 헤드룸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서스펜션 등의 셋팅도 그에 맞게 스포티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과감하고도 재밌는 시도긴 하지만 그렇다면 텅 비어버리는 중형차의 패밀리 카 시장은 어떻게 할려는건지... 어차피 현대기아 그룹이니 로체로 대신하려나? YF 쏘나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지는 부분.
아무튼 아반떼는 별로 사고 싶은 차는 아니지만 집에 아이가 있고 중형차로 올라갈 경제력이 안되면 (혹은 필요성을 못느끼면) 딱히 다른 답이 없겠다 싶기도 한 것이 사실.
포르테 (기아 / 6,391대)
2위지만 아반떼와의 판매량 차이는 2배 orz
사실 포르테는 2010년형 포르테와 포르테 쿱이 나오면서 완성된 느낌이 있다.
포르테의 캐치 프레이즈는 '럭셔리 1.6' 이었는데 이는 스마트키, 하이패스 내장 미러, 순정 내비게이션 등 동급에서 보기 힘들던 옵션을 장착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처음 나온 포르테는 내장재가 너무 싸구려틱해서 (정말 보고 헉 할 정도였음) 전혀 럭셔리한 느낌이 안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과, 날렵한 외형과 단단한 서스펜션 셋팅, 훌륭한 저속에서의 가속력 (동급 다른 차량에 비해 차가 가볍다) 등등 '럭셔리 1.6'보다는 '스포티 1.6'이 더 적절한, 어딘가 애매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포르테 쿱이 나오면서 스포티한 포지션은 쿱에게 몰아주고 본격적으로 패밀리 세단으로서 아반떼와 대결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2010년형 포르테에서는 내장재 재질이 (드디어!) 고급화되고 서스펜션도 승차감 중심으로 물렁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아반떼만큼 물렁하지는 않다고... 기아는 이 변화를 '승차감 향상'이라고 표현했음)
포르테의 스포티함이 줄어든건 다소 아쉽지만 심각한 결격 사유였던 내장재가 향상되고, 또 준중형 패밀리 세단이 필요한 사람에게 아반떼가 아닌 대안이 생긴 것도 환영할만한 일.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더 잘 팔리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2010년형이 나오면서 현대 기아 준중형 중 가장 먼저 세타 2.0 엔진을 장착해 출력도 향상됐는데... 베타엔진을 장착한 i30 2.0 오너로서 부러울 뿐 ㅠㅠ
아 근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한가지 아쉬움이... 충돌 실험 영상을 봤을 때 A필러가 조금 찌그러져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 차체를 다이어트 시키느라 강성도 약해진 걸까? ㅡ.ㅡ;
라세티 프리미어 (대우 / 5,279)
홈페이지에 제대로 된 앞모습 월페이퍼가 없어서 이거라도 퍼왔음. 대우 님들아 좀...
잘 만들었다고 유명한 차. 국내에서 대우의 이미지(토스카는 쏘나타의 1/10 팔린다)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판매량을 보여주는 걸 보면 확실히 물건은 물건인 듯.
가격이 합리적인데도 차체가 아반떼, 포르테에 비해 크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기로 유명. 게다가 차체 강성이 엄청나서 모든 충돌검사에서 최고점을 휩쓸고 있다. 모 자동차 잡지에서는 '이건 GM표 외제차 퀄리티인데 대우에서 생산한 덕분에 이런 싼 값에 살 수 있는 거임 님들'이라고 평하기도 했을 정도니... 외모도 괜찮은 편이고.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점은 파워트레인... 동급의 다른 차에 비해 무게는 더 나가는데 1.6 가솔린 엔진의 출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6단 기어 셋팅에도 좀 문제가 있는지 여러모로 힘 없고 비실비실한 차로 평가를 받았.. 아니 지금도 받고 있다. (1.6 모델은)
몇달 뒤에 2.0 디젤 모델이 나오면서 그제서야 완성된 느낌. 그러나 국내에서 소음과 진동에 대한 편견 (일부는 진실) 때문에 디젤 세단의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고, 멈췄다가 출발하는 순간과 저속에서의 가속력이 좀 아쉽다는 평이 있다. 그러나 고속으로 넘어갔을 때의 안정성과 가속력은 동급 차들이 범접할 수 없다고...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스포티한 차라기 보다는 고속 주행에 걸맞는 크루저라는 느낌. 장거리 많이 뛸려면 짱일듯.
1.8 가솔린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도 사실 좀 아쉽다. 2.0 가솔린 얹어줬으면 흠잡을 데가 없는 차가 됐을텐데.
내가 i30을 살 때는 GM이 휘청거릴때라 불안해서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던 차 ㅡ.ㅡ;
i30 (현대 / 3,513)
내가 타고 있는 차라서 편애를 담아... & 뒷모습이 더 예쁜 차라서 사진을 두장 올림.
국내에서 최초로 성공했다고 평해지는 유럽형 해치백. 특징은 단단하기로 유명한 서스펜션 셋팅. 단순히 단단하기만 한게 아니라 뭐가 좋은지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운전 좋아하는 사람들은 '헐 국산차에 이런 서스펜션이'라면서 감동한다고... 덕분에 코너링 훌륭하기로 명성이 높다. 포르테, 라세티 프리미어, 쏘울 등 서스펜션 단단한 차들이 많이 나와서 그 이름이 바랬을 법 한데도 여전히 코너랑 하면 i30인듯. 그에 걸맞게 세미버킷 시트도 장착하고 있고.
보통 해치백은 실용적이라고 하는데 사실 트렁크 자체가 넓은 건 아니다. 공간 자체는 클지 모르지만 세로로 길기 때문에 일반적인 짐들을 실을 때의 체감 크기는 오히려 작을듯. 그렇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뒷좌석을 접으면 커다란 통짜 공간이 생기므로 보통 승용차에는 넣을 수 없는 큰 짐을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그렇지만 아직 뒷좌석 접을 일은 없었음)
확실히 단단한 셋팅 덕분에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차. 코너링도 부담 없고 150km 정도 밟아봤는데 차가 바닥에 착 붙어서 가는 느낌이라 전혀 불안하지 않아 좋았다. 그렇지만 승차감 면에서는 역시 동승자의 괴로움을 어느 정도 대가로 하므로 (과속 방지턱 만이 아니라 도로간의 연결 부분에서 생기는 작은 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패밀리 카로서는 좀 힘든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디자인이 워낙 잘되서...인지 아님 찬밥 취급인지 2010년형이 나오면서도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아직 순정 네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등의 옵션이 없고 2.0 베타 엔진을 얹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약간 찬밥 취급인 것 같기도. 이미 i30을 사버린 오너로서는 변화가 없는 쪽이 더 기분이 좋지만 i30가 홀대받는듯한 느낌에 또 서운한.. 이 복잡미묘한 기분... 아무튼 운전 재미와 실용성을 같이 잡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차.
이상하게 차체 크기에 비해서 무거운 편인데, 그렇다고 특별히 차가 굼뜨다던가 하는 얘기는 없다. 기어비를 조절해서 RPM이 대체로 높게 유지되게 해서인듯. (이 역시 스포티한 셋팅.. 그만큼 연비는 상대적으로 안좋지만) 무게만큼 강성 보충을 잘 했는지 충돌검사 평가는 괜찮은 편인듯.
웨건 모델인 CW는... i30의 생명인 뒤태가 안예쁘다! 평가 끗.
쏘울 (기아 / 2,719)
볼 수록 예쁘장한 차 쏘울!
결코 메이저가 되기는 힘든 타입의 차지만 국산 차 중에는 직접적인 라이벌이 없어 이정도 판매량이 되고 있는 듯. 자체 데칼이나 플라워 휠, 순정 튜닝 파츠 등 기아는 정말 이 차의 세일즈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세컨드카가 필요하다면 쏘울이 후보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데.. 캔버스탑 버전 꼭 나오길!
준중형차의 치열항 경쟁에서는 한 발자국 빠져나온 차라서 길게 할 말은 없고. 쏘울을 보면 모닝 풀체인지 모델이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포르테 쿱 (기아)
포르테 쿱. 파워트레인이 포르테와 똑같다는 점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게 2도어 포르테지 무슨 쿠페냐'라면서 깠는데... 기아는 오히려 뻔뻔스럽게 '이거 쿠페 아니고 쿠페형 세단인데요?'라고 나와버렸다. 거기에 뒷좌석이 넓어서 실용성도 좋다고 광고하고 보험사랑 사바사바를 잘 해서 보험료도 세단과 동일하게 매겨지도록 처리했다. 기아 장사 잘하네.
기아와 큰 디자인 차이는 없지만 좀 더 완성되게 다듬어졌다는 느낌. 창문 프레임 없는 도어도 꽤 간지나고... VDC와 커튼 에어백 같은 안전 장치를 옵션 장난질에서 제외시킨 것도 멋진 선택이다. 차를 슬림하게 만들면서도 헤드룸이 좁아지지 않게 선루프가 천장 바깥으로 열리게 한 것도 좋은 센스. 바깥으로 열고 고속으로 달리면 바람소리 좀 심하게 날텐데..라는 걱정은 좀 되지만.
쎄타2 엔진을 올린 덕분에 2.0을 고르면 스포츠카라기엔 부족해도 동급에서는 아쉽지 않은 출력을 보여줄테고... 오토 4단 기어는 끝내 조금 아쉽지만 이정도면 실용성과 스포티한 멋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고 봐줘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살까 말까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2도어의 비실용성과 간지 사이에서 고민을 꽤 하겠지만... 지난 4달동안 내 i30 뒷좌석에 사람이 탄 횟수를 한 손으로 꼽을 정도임을 생각하면 (아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꽤 진지하게 고려해볼만 할 듯.
계약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2도어 특성상 포르테만큼 잘 팔리긴 힘들겠지만 쏘울 정도로만 꾸준히 팔려주면 좋을 것 같다. 빨리 길에서 구경할 수 있길~
뉴 SM3
그냥 SM3는 너무 안중에 없어서 걍 목록에서 빼버렸음 (...) 참고로 판매 대수는 쏘울보다 낮아서 꼴지
뉴 SM3! 이것이야 말로 아반떼를 위협할 (어쩌면 기적적으로 물리칠?) 복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아, 대우에서 스포티한 컨셉의 차들을 만드는 동안 르노삼성에서 준비한 뉴 SM3의 컨셉은... 철저한 패밀리 세단! 그야말로 아반떼에 정면 도전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주요 세일즈 포인트는 동급에서 가장 큰 크기. 옛날 중형차랑 비슷할 정도로 확실히 넓다고 한다.
그리 신통치 않은 출력, 반면에 커진 차체 (그래도 라세티 프리미어보다는 가볍다. i30와 비슷한 수준), CVT (무단변속기), 물렁한 서스펜션, 둥글둥글한 모양새... 어느 것 하나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운전 재미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좀 그렇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이만한 것도 없겠다 싶은 것도 사실. 변속 충격 없는 부드러운 기어에 나쁘지 않은 연비, 부드러운 승차감, 좌우 분리형 에어컨에 뒷좌석 에어덕트, 무엇보다 넓은 공간. 모든 구성요소가 패밀리 세단을 위해 집결된 느낌. 르노삼성 이미지도 괜찮은 편이고. 확실히 이정도면 아반떼를 긴장하게 만들 수 있겠는데.. 라는 느낌이다.
나같아도 패밀리 세단이 필요하면 아반떼보다는 뉴 SM3를 살듯. (그치만 운전자의 작은 욕심을 살려서 2.0 엔진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
이미 계약도 상당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기왕 팔리는거 진짜 팍팍 팔려서, 아반떼를 위협할 정도로 팔려버려서 현대에서 좀 더 재밌고 매력적인 준중형 차를 만들게 하는 게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르노삼성도 라인업 좀 더 다양화하고.. ㅡ,.ㅡ
이제 한동안 나올 만한 차는 다 나온 것 같고, 다음은 투스카니 후속 정도일까? 바라는 게 있다면 GM대우와 르노삼성도 좀 더 준중형 라인업을 강화해서 재밌는 차를 많이 내줬으면 하는 것. 그리고 내 친구들이 빨리 돈벌어서 차를 사기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