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LG아트센터 기획공연 목록을 둘러보던 중 눈에 띈 공연.

탱고? 항상 춤의 배경 음악 정도로만 생각하던 음악을 제대로 된 밴드(?)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혹해서 호기심에 예매했다. 잘 모르는 공연이니 소심하게 2층 뒷자리로.


그리고 몇달을 기다려 드디어 공연일이었던 어제. 여친님을 만나 저녁을 먹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일찌감치 들어와서 한산한 공연장... 평일 저녁 하루만 하는 마이너한 공연인데다가 티켓값도 비교적 비싸서 (4~12만원) 자리가 텅텅 비는 거 아닐까... 하는 막연한 걱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자리가 비면 흥이 안나니까) 다행히 공연이 매진됐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앞에 앉는 사람들은 서로 따로 온 것 같은데 아는 사이인 것 같고...
흠 그러고 보니 탱고 춤을 즐기거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공연일 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가 시작된 공연.

으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랄까.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탱고 음악은 섬세한 동시에 대범하고, 우아한 동시에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무었보다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있었다. 몇십 년 경력의 달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의 느낌이랄까.

악기 자체는 아코디언을 빼면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 피아노 등 익숙한 악기였지만 현을 퉁퉁 튕기고, 스타카토처럼 탁탁 끊어서 연주하고, 악기 뒤를 손으로 퉁퉁 두들기고, 무슨 방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끼기긱 하는 긁는 소리를 내는 등 경험하지 못한 다채로움이 있었다. 아코디언도 생각보다 새로운 음색... 마치 멜로디언과 하모니카가 합쳐진 것 처럼 두 개의 음이 동시에 나는 것이 재밌었다.

비록 탱고 음악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중간 중간의 열화와 같은 박수와 마지막의 기립 박수,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를 포함해서) 앞다투어 앨범을 구매하는 모습에 여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만족감을 느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


우리가 어떤 예술 장르에 대해서 '싫어해요' 라던가 '별로 취향이 아니에요' 라고 말할 때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잘 몰라요' 라던가 '별로 접해보지 못했어요'를 잘못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음악 중 얼마나 멋진 음악이 더 많을지, (그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슬픈 일인 동시에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탱고 마에스트로는 왕년의 스타들이 프로젝트식으로 다시 뭉친 그룹이고 그 뭉치는 과정이 다큐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다는듯. 그야말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다큐는 2008년 상영했다고 하니 영화를 보고 공연을 찾아온 사람도 많을듯. 나도 그랬다면 공연이 더 즐거웠을텐데! 약간 아쉬움.
늦게나마 다시 특별 상영한다는 다큐도 보고 싶다.

상영하는 곳은 여기 http://cafe.naver.com/artsonjearthall
3월 22일부터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