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얘기 이전에 개인적인 썰이 많습니다. 공연 보실 분들은 스포일링 주의..


작년 3월쯤? 이었을 것 같습니다. 무슨 계기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엔하위키에서 조용필 항목을 검색해봤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조용필... 잘 몰랐죠. '이거 조용필 노래지!'하고 딱 생각나는건.. 모나리자, 서울 서울 서울... 그정도? 그나마도 서울 서울 서울은 후렴구 말고는 잘 몰랐구요. 그리고 단발머리를 015B 리메이크 버전으로 아는 정도.

그냥 조용필이 최고라니까 왕년에 잘 나가셨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엔하위키를 보니 (링크) 뭔가 장난이 아닌게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길래 그러나 하고 한번 호기심에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만만한게 베스트 앨범이니까 일단

http://music.bugs.co.kr/album/8013963

이 앨범을 들어봤죠.


근데 어... 노래가 좋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라? 이 노래도 조용필?' 싶은 노래들이 정말 많더군요. 처음 듣는 노래도 정말 좋다 싶은게 많았고... 그러다가 조용필 40주년 콘서트 앨범을 듣고 나서는 정말 조용필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저는 존경을 담아 조용필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는데.. 너무 기니까 조용필님이라고 쓰겠습니다)


옛날에 나온 노래인데도 너무 세련된 락이라서 깜짝 놀란 곡들도 있고.. 가사가 너무 절절해서 듣다가 눈물흘린 곡도 있고. 목소리의 호소력때문에 가슴이 찡한 노래도 있고. 음... 근데 뭐 어디가 좋다 표현해봤자 그닥 의미는 없는 것 같네요 아무튼 이 세계를 왜 이제야 알았지 싶을 정도로 짱이었습니다.


제가 2009년에 첫 차를 사기 전에는 자동차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어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그냥 다 '차'일 뿐이었는데... 차덕질을 시작하고 나서야 길을 지나는 차들에게 얼마나 많이 읽어낼 재미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죠. 마찬가지로 조용필님을 모를때는 그냥 흘러간 가수일 뿐이었는데... 조용필님을 알고나니 우와 여기에도 조용필 저기에도 조용필... 정말 한국에서 조용필님의 노래를 빼놓고 말하는게 말이 안되는구나 이런걸 많이 느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조용필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마침 그때가 결혼준비로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때라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신혼여행 가는 비행기에서도 40주년 콘서트 앨범을 들었구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조용필 세대이실 어머니께 넌지시 여쭤보니 조용필 좋아한다, 그런데 공연비도 비싸다보니 딱히 같이 갈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아버지는 공연은 잘 안즐기십니다) 콘서트 가본 적은 없다 하시더군요. 다음에 공연하면 꼭 같이 가야지... 하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들려온 '내년에 45주년 기념 콘서트 한다는듯!'이라는 소식에 가슴을 조리며 기다렸고, 드디어 열린 예매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예매 오픈 전날에 무심코 사이트에 들어가봤다가 멘붕! 예매가 벌써 열려있다?!?

확인해보니 어느새 예매 오픈 날짜가 이틀 당겨져 있더군요.. (제가 잘못 체크했나 싶었지만 검색해보니 예전 날짜로 공지 뜬 흔적이 나왔습니다.. 은근슬쩍 바뀌었던듯 ㅠㅠ) 부랴부랴 예매했지만 기대보다는 별로인 자리. 그래도 뭐 이정도면 괜찮지.. 하고 만족했다가, 며칠 뒤 뜬 2차 예매 오픈 공지를 발견! 이번에는 부랴부랴 예매해서 가운데 블럭 앞에서 9번째줄 자리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후후


공연 예매때는 아직 조용필 19집 나온다는 소식만 있고 음원 공개가 되기 전이었는데... 음원 공개되고 예매했으면 예매전쟁이 두배쯤 치열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만에 하나라도 앨범이 실망스러우면 어쩌지 하고 조금 걱정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멋진 앨범이라 더 좋았고, 그 앨범 발매 후 첫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있던 공연 같습니다.


서론이 참 길었네요. 그래서 어제 어머니 감동적으로 공연 보고 온 후기입니다. 짤막하게 인상적이었던 포인트 위주로!


1. 역시나 공연장이 참 넓더군요. 사람도 정말 많았구요. 원래 큰 공연은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지라 이정도 규모는 10년쯤 전에 이승환 공연 갔던 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2. 당연히 사람도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남녀노소 다양했는데 역시 여사님 비중이 높긴 했습니다.


3. 무대 가까운 제일 좋은 자리...지만 플라스틱 간의 의자. 뭐 이런데서 하는 공연이면 감수해야겠죠.. 앞좌석과의 단차도 당연히 없었지만 무대가 좀 높고 해서 시야는 괜찮았습니다.


4. 역시나 팬클럽 파워가 엄청나더군요... 근데 팬클럽끼리만 똘똘 뭉치는게 아니라 응원도구를 쫙 뿌리는 식.. 일반 팬들도 워낙 많아서겠죠 아마? 보기 나쁘진 않았습니다. 근데 응원 도구중에 응원 문구 써진 인쇄용지가 있었는데 이건 좀 에러인듯... 머리 위로 들면 뒷사람 시야를 너무 가려서 민폐.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쓰진 않았지만요


5. 앞자리에 나이드신 부부가 오셨는데 남편분이 억지로 끌려오신 티가 너무 역력... 그 외에도 주변에 재미없어하는 남자들이 꽤 있었습니다. 뭐 다른 팬들이 워낙 열광적이라 딱히 분위기가 망쳐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비싼표를 주고 팬 아닌 사람을 끌고오다니.. 싶어서 조금 아깝더군요.


6. 공연은 5~10분쯤 늦게 시작했습니다. 공연 규모를 생각하면 뭐 양호하죠


7. Hello를 간략버전으로 부르며 등장하신 조용필님! 무대에는 LED(겠죠 아마?) 패널을 많이 깔았는데.. 이 패널이 공연에 따라서 좌우로 슬라이딩되서 무대 구성이 달라집니다. 아.. 멋져요. 찾아보니 미디어월이라고 부르나보군요.


8. 그리고 이날 무대의 하일라이트... 조용필/베이스/기타 부분의 무대가 위로 올라가더니... 앞으로 전진해서 나옵니다! 그리고 어어 조금씩 가까이 오네~ 싶었는데.. 멈추지 않고 머리 위를 넘어서 공연장 가운데로 가버립니다. 우와앙...

(참고 기사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71306)

공연 전체가 그 상태에서 이루어진건 아니었고 전체 두번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노래 한곡, 다시 들어가면서 노래 한곡.. 그정도.

개인적으로 의미 부여를 해보자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 Hello를 10년만에 재회의 인사를 하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하셨는데... 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정말 멋있었어요.


9. 공연은 지정좌석제였지만 노래 분위기에 따라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들었습니다. 마지막 몇곡은 계속 신나는 노래로 구성하셔서 계속 서서 들었구요.


10. 사실 19집 발표하면서 인터넷 중계햇던 쇼케이스에서.. 기대와 달리 마지막에 3곡만 부르신데다가 왠지 조금 위축되어 보이시는 면도 있어서 (바운스에서는 가사도 까먹으시고) 약간 걱정했던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연세도 있으시다보니... 그러나 완전 기우였음을 금방 알 수 있었네요. 2시간 20분 가량의 시간동안 게스트 없이, 멘트 시간도 짤막하게.. 그 나머지 시간을 파워풀한 노래만으로 소화하셨습니다.

저 포함 만명의 관중이 떼창으로 따라불렀지만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한 조용필님의 목소리...

중간에 연습과 자기관리에 대한 말씀 하셨는데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생각했습니다.


11. 생각보다 19집 노래 비중이 높았습니다. 10곡중 8곡 부르셨네요. 전체 노래는 30곡쯤 되었던듯합니다.


12. 물론 기존 명곡들도 아끼지 않으셨죠. 물론 명곡들이 워낙 많아서 레파토리를 어떻게 구성해도 아쉬운 노래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싶은 노래는 비련과 킬리만자로의 표범 정도.


13. 또 감탄한게, Q를 부르시는데 지겹도록 들었떤 40주년 콘서트 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부르시더군요. 좀 더 애절하고 슬픈 느낌으로... 정말 이 표현력이란 어휴...


14. 아무튼 정말 열광의 시간이었습니다 ㅠㅠ 부디 건강하시고 다음에도 더 멋진 무대로 만나고 싶네요.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