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거리들/Book & Text2017. 3. 19. 23:33

제목에 약간 과장이 있긴 하지만, 요지는 제목 그대로다.


요 몇년 사이, 리디북스로 우리나라에도 쓸만한 전자책 앱이 나왔음에 기뻐하며 종이책과 전자책 비중을 8:2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비중을 더 늘리지 못한건 두가지 이유였는데


1.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전자책으로 안나오는 책이 여전히 많다

2.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망한 경우에도 독자의 책에 대한 관리가 보장될 거라는 명확한 근거를 못찾았다.


였다.


그런데 (전자책이 점점 편리해지는 흐름과 반대로) 전자책을 0에 가깝게 유지하고 종이책 중심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혜택 때문에 유지하던 리디북스 자동 결제도 해지했...지만 리디북스에는 잘못이 없으니 오해는 마시고.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독서를 취미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취미에는 단순히 책의 텍스트를 읽어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책을 구입하고, 읽고, 이 책을 소장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책장이 모자르면 거기에서 우선순위가 나은 책을 다시 정리함으로서 책장을 '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책으로 채워가는 과정 전체가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은 보관하는데 정말 공간과 품이 많이 들고, 전자책은 그런 면에서 정말 편리하긴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서 빨리 읽어야겠다고 느껴지는 압박감, 책을 읽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서 책장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 한권 늘었음을 실감할 때의 기쁨, 혹은 다 본 책을 매각함으로서 책을 더 사둘 공간이 늘었음을 실감할 때의 후련함 같은 감정이 없는 것이다.


물론 미래에는 전자책이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걸 부정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원래 취미와 합리성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또 있을까?

30년도 넘은, 안전장치도 제대로 없는 클래식 카를 수시로 고쳐가면서 타는 것과 쌩쌩하게 잘달리는 쏘나타를 타는 것, 어느것이 더 합리적일까? 그렇다면 어느것이 더 멋진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일까?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