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는 트위터에 썼던걸 한번에 몰아서 올립니다.



2017년에 읽은 책 중에서 특별히 좋았던 책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조건

로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7)

마션

일곱 가지 이야기



1.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이름만 많이 들어본 정이현님의 책.

근데 이분 에쿠니 가오리처럼 대여점에서 히트 좀 치셨나? yes24 중고를 찾아보니 엄청 저렴한 가격에 많이 뜨는걸로 봐서 아무리봐도 대여점발 물건이...

아무튼 자신의 미모와 매력을 무기로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는 bad girl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집.

요즘이야 이런 만화 소설 매우 흔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는걸 생각하면 당시에는 엄청 파격적이었겠구나 싶었다. 딱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2.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다른 하루키의 수필처럼, 소설가로서 사는 인생에 대해 편하게 늘어놓는 글을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라 '하루키식 소설 작법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그렇다고 읽기 딱딱하다는 건 아니고 스티븐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정도를 생각하면 되려나. 유혹하는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내가 하루키의 팬이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재밌게 잘 봤다.



3. 악마도 때로 인간일 뿐이다


작년에 본 소설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의 속편격..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속편격인게 아니라 진짜 속편이었다. 전작의 주인공이 그대로 나옴.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쾌하고 재기발랄. 즐겁게 봤다.



4. 빙과


만화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공짜로 구할 기회가 있어 한번 더 소설로 복습.

안락의자 탐정물을 좋아해서 두번째임에도 나름 재밌게 봤지만, 라노베스러운 오글거리는 감성은 음.. 역시 소장까진 아니다.



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동명의 영화와는 무관한, 두 아이의 아버지가 쓴 수필.

이분은 '나는 이런 아빠가 되어야지!'하는 거의 그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엇나가서 힘들었던 케이스라 음 역시 육아는 맘대로 되는게 아니군 하고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육아 초보인 입장에서 육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추천, 아니라면 추천까지는 아님.



6. 외침과 기도


한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소소한 옴니버스 미스터리물인데, 주인공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는 설정이라 왠지 마스터키튼같이 좀 두근대는 느낌도 나서 즐겁게 봤다. 서술트릭같은게 섞여있기도 한 부분이 신선했지만, 소장할 정도의 강렬한 인상은 아니라서 일단 매각행.



7.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하루키의 수필인데, 제목이 약간 낚시성. 마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처럼 여행기 작법에 대한 글 같지만 그냥 짤막한 여행기들을 모은 책이다. (원제도 딴판이었음) 내용은 so so. 하루키 수필 좋아한다면 볼만함.



8. 엉클 텅스텐


얼마전 작고하신 신경학과 교수 올리버 색스의 유년시절에 대한 자서전..인데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화학에 대한 덕심 가득한 찬가의 성격이 더 강하다.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만하긴 한데, 자서전이라기엔 너무 화학 전문적인 내용이 많고 그렇다고 화학 입문서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좀 애매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다른 올리버 색스의 책들과 달리) 소장은 하지 않았음.



9. 내가 입만 열면 왜 어색해질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

특이한 점이 두개 있는데

1. 인터넷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 그래서 읽기 편하지만 깊이는 조금 얕은 느낌

2. 저자가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임. 아마 그래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책까지 쓴게 아닐까.

책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상대와 같이 즐거워지는 걸 목표로 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많이 질문을 하고 잘 들어주는게 중요하다... 정도인데,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한번 새겨둘만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음.



10.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빙과 시리즈 2권. 마찬가지로 만화책으로 접한 내용이었고, 소감도 빙과와 비슷하다. 내용 자체는 빙과보다 이쪽이 더 좋았음.

얻어온 책은 두권이 끝인데, 이후 시리즈도 구해서 볼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11.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소장중이던 '모든 것이 F가 된다(이하 F)'의 후속권. 나올 기미가 전혀 안보이다가, 전작이 일본에서 애니화가 되는 바람에 시리즈가 출간되게 된 모양이다.

사실은 이게 F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인데 F가 상을 타면서 순서를 바꿨다고 한다. (그냥 순서만 바꾼건 아니고 수정을 했을듯)

약간 SF적인 느낌이 섞여있었던 F에 비해서는 좀 더 평범한 미스터리인데,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고 추리 과정에서 그 매력이 잘 살아있어 즐겁게 봤다.

후속권도 보고 싶음.



12. 모든 것을 아는 남자


우연히 알게 된 책인데, 반값 이하로 재정가가 매겨졌고 그나마도 알라딘 외의 서점에서는 품절 처리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내에서 폭망한 책이라는 것이다.

제목에 좀 문제가 있는데, '전지'가 아니라 '예지'가 핵심 소재이다.

즉 모든것을 안다기 보다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남자..정도일까.

원제도 좀 난해하긴 한데 한국판 제목이 잘못 붙은 케이스.

아무튼, 명작까진 아니어도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본 책.

SF적인 요소가 좀 섞인 미스테리 활극..? 정도의 느낌인데 헐리웃 영화 보는 느낌으로 재밌게 볼 수 있었음.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도 끌고오는데 (과학적으로는 여전히 말이 안되지만) 소설적 허구에 대해 나름대로의 설명이 있어서, 완전 이야기가 사차원으로 날아가는 느낌은 안나서 좋았다.



13. 올드독의 제주일기


제주살이를 시작하신 올드독님의 수필집. (만화 아님. 일러스트는 있음)

적당히 쿨하고 시크하고 좀스러운 올드독의 매력에 이번에도 감탄.



14.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맘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안락의자 탐정물.

세명의 고정 인물 + 게스트 한명이 모이는 술자리에서 게스트가 수수께끼를 들고 온다는 포맷이 재미있었다.

대개의 안락의자 탐정물이 그렇듯이, 대단히 감명깊은 느낌은 아니고 소소한 재미면에서는 만족스러웠음.



15. 일곱 가지 이야기


이전 책에 이어 역시나 안락의자 탐정물.

제목과 같이 일곱 챕터로 이루어진 책인데, 이 책 안에도 동명의 소설이 액자 형식으로 등장한다.

안쪽 소설의 내용은 간단히 설명해주는 식으로 줄거리만 설명되는데, 그 또한 미스테리물이라서 내가 보고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 책 안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이야기'가 각각의 미스테리를 갖고 있어 총 14가지의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형식의 소설.

이 포맷이 재미있기도 했고, 책 안의 미스테리 해답 중 하나가 마음을 크게 울리는 부분이 있어서 소장하기로 했다. 아내에게도 추천해줬는데 마음에 들어해서 기뻤음.



16. 아마겟돈


프레드릭 브라운의 SF 단편선 중 1권.

이번에 알게 된 작가인데 SF계의 오 헨리라 불린다고 한다. 소설을 읽어보면 과연.. 하고 납득할 정도로 기발한 설정과 유쾌한 유머가 매력적인 소설들이었음. 2권도 있는데 담에 보려고 아껴놓음.



17. 스티븐킹 5 - Night Shift


스티븐킹 걸작선 중 5번째 책..인데 아무리 그래도 한국판 제목을 스티븐킹 5라고만 해놓냐. 원제는 Night Shift.

난 스티븐킹의 장편보다 단편을 더 좋아하는데 이 책 역시 좋았다.

스티븐킹의 매력 중 하나는 정말 인간은 무엇이든 두려워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나 쥐, 세탁 기계, 트럭 등이 공포의 소재로 등장하는 단편들이 있어 재밌었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수록 단편 중 하나인 '사다리의 마지막 단'에 대한 칭찬을 몇번 본 적이 있어서인데... 짧지만 슬프고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다.

아, 유명한 작품인 '금연 주식회사'도 수록되어 있다.



18.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씨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 모음집.

아주 짧지만 이기호씨의 다른 소설처럼 부조리하고 씁쓸한 우리네 인생 이야기다.

재밌게 봤지만, 왠지 이기호씨의 기존 소설처럼 마음에 남는 무언가는 없었다. 짧음에서 오는 한계일까.



19. 수족관의 살인


시리즈의 첫번째 권인줄 알고 샀는데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두번째 권이라는걸 깨달았다. 왜 착각한거지...

뭐 두번째권부터 봐도 대충 인물관계 짐작이 가서 읽기 힘들진 않았음.

추리소설인데, 사실 핵심 트릭이 감탄할 정도로 재밌는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개성이나 이야기 전개 과정이 재미가 있어서 재밌게 봤다. 정통파 추리소설에 라노베스러운 재미가 더했달까.

소장 여부는 시리즈 1, 3권도 보고서 결정할 예정.



20. 로드


예전에 읽고 책장에 꽂아뒀던 책인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로드편을 듣고 나서 다시 꺼내서 보게 됐다.

첫번째 볼 때는 다른 책들처럼 서사 중심으로 읽었는데, 빨간책방을 듣고 다시 보니 그렇게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하게 읽으면 빨리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진한 맛이 느껴지는 소설.

게다가 예전과 달리 내가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이 소설의 남자가 아이에게 어떤 감정들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보게 되어 더 좋았다.

빨간책방에서 이 책을 무척 담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려한 문제를 가진 소설이라고 평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인 듯.

배경이나 분위기 묘사를 장황하게 하는 문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로드는 장황하다는 느낌 없이 정말 짤막한 문장들만으로도 생생하게 그 분위기가 전달하는 힘이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또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책.



21. 아무 날도 아닌 날


모르는 작가지만 제목과 '탐주가 싱글녀의 주색일기!' 라는 카피라이트에 끌려서 보게 된 책.

말 그대로 술 좋아하는 싱글녀의 수필인데, 주색일기라는 카피라이트는 좀 포장된 마케팅이라는 느낌. 매 에피소드가 끝나고 술과 안주의 사진이 나오지만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건 아니다.

내용은 솔직해서 쿨하기도 하고 구질구질하기도 한 그런 내용인데 뭐 한번 보긴 괜찮았다.



22.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정말정말 천천히 조금씩 봐서 드디어 다 본 책.

초보운전 시절에 사서 이제야 다 봤으니...

차덕으로서 나름대로의 책임감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봤는데 음... 아이를 낳으니 대중교통 애용도 다 공염불이구나 이런 느낌도 들고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 지금 실상과 좀 안맞는 부분도 있고 외국 얘기라 국내와는 안맞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좀 아쉽..

뭐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요.



23.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특정 인물을 둘러싼 신문기사(물론 가상의)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실험적인 형식의 소설.

그래서 이 실험이 성공했느냐?고 하면 성공의 정의에 따라 다를텐데..

그런 특이한 형식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는가 하면 YES.

이 특이한 형식으로 인해 더 좋은 소설이 되었느냐라고 물어보면 NO일 것이다.

신문기사라는 형식으로 인해 내용 진행과 무관한 문장들이 너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엔 슥슥 요점만 보면서 넘길 수밖에 없었음.



24. 클레오파트라의 꿈


간만에 온다 리쿠가 보고 싶어져서. 메이즈의 후속인데, 분명히 메이즈도 읽었던거 같은데 기억은 잘...

미남에, 여성적인 말투를 쓰지만, 계산이 빠르고 순간 기억력이 있다는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후속이 또 나오면 보고 싶다.

그러나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내용은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평작 정도. 소장급은 아니었다.



25.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언제 위시 리스트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안나는 책인데, 막연히 음식에 대한 수필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했으나 알고보니 소설이었다.

반찬 가게를 꾸려가는 세 여자의 인생을 챕터별로 교대로 보여주는데, 세 여자가 모두 60대 정도의 고령이라는게 특이한 부분. 아기자기한 일본 영화를 보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26. 마션


영화를 보고 소설은 안봐도 되려나~ 하다가 보게 됐는데, 정말 보길 잘 했다는 느낌.

영화도 물론 잘 만들긴 했지만, 주인공이 문제에 닥치고 -> 그걸 해결하고의 반복을 보는게 핵심 재미인데, 영화에서는 뚝딱뚝딱 해결되는 느낌인 반면 소설에서는 문제의 어려움과 그걸 어떻게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지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특이 이과계열 사람이라면 더더욱 영화보다 소설을 강추함.



27. 나와 춤을


'안녕하세오 신세 만아오' 로 트위터에서 유명했던 바로 그 소설이 포함된 단편집.

귀여운 문장과 달리 해당 소설의 장르는 스릴러였습니다만...

아무튼 꽤나 짧은 단편의 모음으로, 그중에는 장편으로 키울 수 있을지 간을 보기 위한 프롤로그격으로 느껴지는 단편도 많이 있었다.

같은 작가의 '도서실의 바다'와 비슷한 느낌.

대체로 재밌게 봤지만 소장 정도는 아니었고...

여담이지만 '안녕하세요 신세 많아오' 가 나오는 소설의 속편격 소설도 수록되어 있음.



28. 나선 계단의 앨리스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보고 나서 같은 작가의 이전작을 사서 봤다. 절판상태지만 중고로 구함.

일곱 가지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일상 추리물..이지만 안락의자 탐정은 아니고 그냥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로, 샐러리맨 출신의 아저씨 탐정과 예쁘고 어리고 머리도 좋은 젊은 여성 조수가 등장하는 이야기.

캐릭터의 매력으로 끌고가는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튼 소소하니 재밌게 봤다.

단 '일곱가지 이야기'처럼 특별한 매력까지는 안느껴졌음.



29. 무지개집의 앨리스


나선계단의 앨리스의 후속 이야기. 같은 캐릭터인데, 전작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왠지 전작보다 별로라고 느껴졌다. 너무 같은 형식을 답습해서인지, 그냥 이야기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질은 떨어진 것인지...



30.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내용중에는 좀 과하다 싶은 것도 있긴 했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다.

바로 '어떻게 수납할까 고민하기 전에 필요 없는걸 다 갖다 버려라!'

미니멀리즘과 일맥상통함

책을 보고 자극받아서 5월 연휴동안 옷들을 정리했다



31. 일상 무기 제작법


주변 물건(주로 사무용품)을 이용해서 무기 장난감을 만드는 책

그런데 생각보다 설명이 허술한 부분도 있고, 보다보면 비슷비슷한 아이템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내용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왠지 로망이 있고 디자인이 예뻐서 책장에 계속 꽂아두고 싶은 그런 책이랄까....



32. 데스 머신


피 한방울을 넣으면 내가 죽을 이유를 키워드로 알려주는 자판기같은 기계가 대중화된 세계. 그러나 그 키워드가 '노인'이라고 나왔을때, 내가 늙어죽는다는건지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치어 죽는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모집한 단편 소설 중 선별된 것을 모아놓은 앤솔로지.

보통 이런 설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1. 아니 키워드를 보고 A로 죽을 줄 알았는데 이럴수가 사실은 A->B->C해서 죽는거였다니! 하는 반전의 재미

2. 이런 기계가 대중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갈까? 하는 재미

두개가 있을텐데, 1번은 너무 뻔해서인지 대개는 2번의 내용이 많았다.

음 과연 이럴수도 있겠군~ 하는 재미는 있는데, 계속 반복되다보니 이 역시 좀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음.

그래도 대체로 재미있게 봤음. 아무래도 앤솔로지다보니 작품간 편차는 좀 있었지만.



33. 더 스크랩


하루키가 80년대에 잡지에 연재한 수필들을 모은 책.

연재된 시기가 80년대이다보니 시대상이 느껴져서 재밌는 부분이 있었고, 거기에 하루키 수필의 무난한 재미가 보장되서 꽤 재밌게 봤다.



34. 죽음의 미로


트위터에서 추천글을 보고 찾아본 필립K딕 소설.

각자의 역할을 맡은 신이 실존한다는 세계관은 흥미로웠으나, 이런종류의 반전결말은 썩 좋아하지 않아서.. 대체로 soso.



35. 별것 아닌 이야기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의 수필집.

작가의 만화처럼, 그리고 제목처럼 별것 아닌 이야기 들이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는 글들이다. 만화를 모르거나 안좋아하면 비추, 만화를 좋아한다면 볼만한 책.

내용중에 한국에서 심야식당이 힐링 만화로 인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내 만화 힐링만화 아닌데?'하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재밌었다. 과연 힐링만화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좀 애매하긴 하지.



36. 1F/B1 일층, 지하 일층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 고정 진행자로 익숙한) 김중혁 작가님의 단편집. 수록작들이 모두 도시라는 소재를 다룬 소설들이지만, 각각 따로 발표되었던 단편들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장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재미있음.

호러적인 느낌이 있는 '바질'이라던가, SF적인 느낌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추리물적인 '유리의 도시'도 그렇고..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 수록작 '크라샤'였는데 (챠크라 같은 느낌의 단어이지만 crasher의 일본식 표기법이라고) 가구, 건축, 마술, 기억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들을 절묘하게 은유적으로 조립한 소설이라 인상적이었다.

책은 단편집이라 편차는 좀 있지만 대체로 재밌게 봤다.



37. 꿈꾸는 책들의 도시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도시, 그리고 그 도시의 지하에 존재하는, 희귀한 책들이 존재하지만 위험한 지하미궁을 소재로 쓰여진 판타지 소설.

이야기의 서사보다도 독창적이고 기발한 세계관을 즐기는 맛으로 보는 소설이었다. 이야기가 별로라기 보다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면서 보면 세계관을 전달하기위한 군더더기들이 너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듯. 예를 들어 작중 등장하는 가상의 작가와 그 작가들의 작풍, 저작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을 한다.

이런 부분을 즐길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평일 갈릴법한 소설. 나는 재밌게 봤음.



38~4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5


만화로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 원작도 읽어봤다. (만화는 소설 2권까지의 내용)

라이트한 추리물인데 제목처럼 소재가 '책'이라서 더 몰입하면서 즐겁게 봤음.

다만 5권에 어 이게 뭐지 싶은 부분이 있어 찾아보니 역시나 오역이라고...

번역자가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때만 나올 수 있는 오역이라 안타까웠다. (이 부분을 제외한 대체적인 번역 질에는 딱히 불만이 없지만)

재판본부터 오역이 수정됐다는데 재판본으로 다시 구해서 소장해야되나...

아무튼 책에 관한 잡지식 습득 + 추리물 재미 + 라노베스러운 캐릭터성 조합해서 전부 재밌게 봤다.

6권은 쟁여놨고 곧 완결인 7권도 나오니 같이 보게 될 듯.



43.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같은 작가의 소설이라 읽어봤다

이쪽은 단권.

비블리아를 보고 했던 기대치에는 못미쳤는데, 단권이라 어쩔 수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가 별로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매력이 없는게 제일 큰 문제.

아무래도 작가가 라노베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을 쓰다보니 페이지 수에 비해 내용의 밀도는 좀 떨어지는 편인데, 그래서 단권인 책에서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44.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

학창시절 동급생을 죽인 주인공과 동급생이었던 여자, 그리고 주인공이 죽인 피해자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인데...

어떤 소설이다라고 쉽게 정의내리기가 힘든 기묘한 소설이다.

주제가 뭐다 장르가 뭐다라고 정의내리기도 힘들고.. 읽을때는 음 별로 내 취향은 아닌데 싶었는데 읽고 나니 뭔가 여운이 남아서 처분할지 소장할지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소설. (아마 일단 소장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한번 읽어보시라.라고 밖에는.



45. 초콜릿 코스모스


간만에 보고 싶어서 한번 더 봤다. 이번이 세번째인가 네번째인가..

온다리쿠 작품 중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인 것 같은데, 나는 오락적인 재미면에서 아주 좋아하는 소설.

연극이 소재인데, 마지막에 주인공과 라이벌들이 보는 연극 오디션이 말하자면 불가능한 미션을 각 인물들이 각각 어떤 방법으로 통과하는지 보는 형식이라 만화적인 재미가 충실하다.

이번에 나온 온다리쿠 신작은 피아노 소재이던데 혹시 비슷한 재미를 주려나 하고 기대중.



46. 종이달


영화로 먼저 알게 되서 관심을 갖게 된 소설.

영화는 미야자와 리에가 주연이라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이유는 미야자와 리에가 토니 타키타니 영화판의 주인공역으로 나왔을때 인상깊게 봤기 때문..인데 정작 종이달 영화는 아직도 못봤네.

아무튼 평범한 은행직원이었던 주부가 거액을 횡령해서 해외도피를 하게 된게 핵심 내용인데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는 그녀와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같은 내용은 전혀 아니고

평범하던 사람이 큰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떻게 현실감각을 잃어가고 자기합리화를 시키는지 심리의 변화를 지켜보는게 핵심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보고 나면 뒷맛이 씁쓸한 소설. 재밌게 봤음.



47. 98%의 미래, 중년파산


노후파산에 이어 이제는 중년파산인가? 하고 봤는데, 왠지 시류에 영합해서 급하게 만든 느낌이 나는 책.

주제는 (일본에서) 취업시장에 나왔을때 하필 불황을 만나서 비정규직의 늪에 빠진 세대는 다시 일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여러 사람이 해당 주제를 놓고 쓴 글을 모아놨을 뿐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인지 뭐 이런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비추.



48. 익명소설


국내 작가들이 최소한 책 발간 후 1년 내에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익명으로 쓴 단편소설들을 모은 책.

1년이 한참 지나서 보게 되었는데, 절반~2/3 정도의 작품은 작가가 공개되었고 여전히 공개 안된것도 있고 그렇더라.

작품 퀄리티야 여러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책이 그렇듯이 들쭉날쭉하다. 좋았던 것들도 있고 이건 익명으로라도 안쓰는게 나았을거 같은데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자기 이름을 걸고 쓰지 못할 소설들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소설집이라는데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60살 먹은 대가도 아니고 젊은 작가들이 겨우 이정도 도발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익명성까지 내세워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많은 것에 얽매여있단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조금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49.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님의 단편집. 이분 소설은 소장각일정도로 내 취향에 딱 맞는건 아닌데 또 손에 잡히면 재밌게 보게 된다..

이번 단편집은 남녀관계를 소재로 한게 많았지만 100% 그렇지는 않았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유난히 맥거핀이 있는 소설들이 많이 실려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단편에서 모든 배경 설정이나 떡밥을 다 수습하지 않고 끝내는거야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 단편집에선 유독 그렇게 느껴진 것들이 많았음.

마지막 작품 '요요'가 제일 좋았다.



50. 어나더


'안구기담'으로 알게 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

안구기담이 괜찮았고 표지그림도 맘에 들어서 보게 됐는데, 알고보니 만화책과 애니메이션화까지 된 소설이더라.

호러 미스테리... 정도의 장르이긴 한데 인물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포의 대상인 '저주'가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라 별로 몰입감은 생기지 않았음. 그저 그랬다.

표지의 여주인공 일러스트는 매력적인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판을 찾아보니 그런 매력이 안나와서 좀 아쉽. 어차피 그쪽은 안볼거지만...



51. 어나더 에피소드s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어나더의 외전격인 소설..

어나더만 사서 봤으면 굳이 안봤을텐데 같이 사서 걍 후딱 읽었음.

분위기나 장르나 트릭의 방식은 어나더와 비슷한 느낌... 역시 걍 나쁘지 않았다 정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하겠지만 난 이런 타입의 트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52.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처음부터 살인수법과 살인범을 공개하고 그걸 추리하는 탐정과의 심리/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는 추리물.

범인 시점이다보니 데스노트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게 된다.

재미있게 봤지만 상황이나 인물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게 좀 아쉬운 점이랄까.

여러번 볼 마음까지는 들지 않음.

밀실살인인데 제목처럼 문이 닫힌채로, 즉 밀실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추리한다는 설정은 신선하고 좋았음.



53. 광고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


제목에 약간 과장이 있다. 좀 덜 재밌어 보이지만 좀 더 솔직한 제목을 붙여보자면 '100개의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는 광고의 역사'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광고만이 아니라, 광고의 제작 시스템같은 이야기도 있어서 기대만큼 흥미롭지는 않은게 좀 아쉬운 점. (무슨 에이전시를 계열사로 분리하고 어쩌고.. 뭐 이런식의 내용)

그래도 한번 볼만한 책.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블릿타임 연출이 미셸 공드리가 90년대에 만든 광고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것.

1996년(1997년이라고도 하는거 같고)에 만든 스미노프 보드카 광고라고. 당연하지만 매트릭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함.



54. 인간의 조건


대학 졸업 후, 작가 지망생이라는 상태로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하던 작가가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약간의 픽션을 섞어서) 쓴 책.

'극한 직업의 세계'같은 진지한 다큐성 글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보다 개인적인 기록의 느낌.

게잡이 배나 편의점, 공장, 농장, 양돈장 등등에서 최저임금 (혹은 그 이하)를 간신히 받아가면서, 인간답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면서 작가가 느끼는 어이없음과 분노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무슨 일을 하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점도 재미있다. 좋았던 점은 이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선한 사람'으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 분명 나에게는 선한 사람이지만 무식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있고, 자신은 무시당하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깔보고 무시하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또 불합리한 상황을 묘사하는 조소어린 작가의 절묘한 표현들이 참 웃픈 쓴웃음을 짓게 하는데 이 테이스트가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함.

한군데만 인용해 보자면

"내가 개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I wanna be your dog'를 불러봤지만 어째선지 개들을 더 열 받게 만들었다. 이기팝은 강원도 똥개들의 취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산 책이 4쇄인걸로 보아 책은 망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55.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제목처럼 사진의 역사속에서 논쟁거리가 되었던 사진들과 논쟁이 된 이유를 소개한 책. 판형도 크고, 무겁고, 꽤 비싼 책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도서정가제 직전에 반값으로 샀던거 같은데 이제야 보게 됐음.

책에서 다루는 논쟁거리는 몇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1. 저작권과 초상권

2. 외설성 논란과 검열, 표현의 자유 이슈

3. 사진이 이미지로서 갖는 강력한 선동의 힘

4. 3과 관련해서 사진을 조작하려는 시도들

5. 르포 기자가 기자라는 입장과 도덕적 인간이라는 두가지 입장 사이에서 겪는 갈등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사진의 역사에 있어 의미있는 사진들을 모은거지 예술성이 높은 사진들을 모은게 아니라서 사진집으로서의 가치는 좀 미묘..

사진이라는 매체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소장해도 좋을듯.



56.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이런 이름의 일본 홍차 브랜드가 있었던거 같은데..)의 단편집. 300페이지의 책인데 48편이나 실려있으니 정말 짧은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데, 일단 추리물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우화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느낌이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미스테리는 나오는데 미스테리한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주절주절 얘기하다가 결국 미스테리 해결은 안되고 끝나버림..

나름 독특한 맛이 있긴 한데 이게 뭐여? 싶을때도 있고.

근데 책 제목은 참 잘 지은거 같다 안그렇습니까?



57.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부제의 수필집.

'더하는 말 1: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는 제목의 챕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여고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한거라고.

내용이 참 좋아서 딸아이가 나중에 크면 읽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책을 소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작가분께 들은 이야기로는, 많은 성인 여성분들이 이걸 읽고는 '고등학생때의 나에게 누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텐데'라고 했지만 정작 이 강연을 라이브로 들은 고등학생들은 매우 시큰둥하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는...

인생 그런거지요... 아무튼 좋은 책입니다 네.



58.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의 후속편격이라고 불리는듯한 소설.

아마 연애중인 사람이 봤을때는 너무 시니컬한거 아닌가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결혼과 육아생활하는 입장에서는 공감을 많이 하면서 본 책.. 어느 시기에 보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를듯.



59, 6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7


드디어 완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재밌게 봤음. 외전격인 소설이 나올것 같은데 이것도 꼭 정발되길!



61.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두번째 완독. 정말 좋아하는 소설인데 중반까지 상당히 산만한 소설의 특성상 영업이 너무 힘들어서...

아내에게 영업하기 위해 조금씩 낭독해줬음. 책 분량이 꽤 되다보니 오래 걸렸지만 아내도 좋아해줘서 보람찬 경험.

워낙 수다스러운 책이다보니 낭독에는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던 것 같고 소설중에서도 주인공격인 할아버지 요지로가 난독증인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내용이 나와서 더 좋았음.



62. 문구의 과학]


이벤트로 e-book을 매우 싸게 팔길래 제목에 혹해서 본 책.

흔히 쓰는 샤프, 볼펜, 지우개, 화이트 등등의 문구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책인데 내용이 깊진 않지만 재미있게 잘 봤다. 과학 원리를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고 딱 가볍게 볼 정도로만 다뤄서 부담없고 좋았음.



63. 아레나


(상권이었던 아마겟돈에 이은) 프레드릭 브라운 SF단편선 2권.

전편처럼 유머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단편이 많아 재밌었다.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로 수록하다보니 시대에 따른 작풍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작품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더니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는 2~3페이지밖에 안되는 초 단편들만 이어지는게 흥미로웠다. 이런거에 꽂힌 시기였던듯. 그 이후에는 다시 작품이 길어지는 것도 재밌고.



64. 어른의 맛


어른이 되어서 제대로 즐기게 된 음식들에 대한 에세이.

멋진 내용들이긴 한데... 일본에 사는, 그것도 꽤나 먹는데 정성과 돈을 쏟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다 보니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이 '내일 출근길에 사먹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느낌.



65. 나는 농담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동생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다른) 우주비행사 형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 전달해주려고 찾아가는 이야기.

두 사람의 삶이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동생은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형에 대한 이야기를, 형은 우주에서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교차되는 두 사람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스탠드업 코미디 파트가 나는 그닥 재밌진 않았는데 왜였을지... 김중혁 작가님의 유머 코드는 잘 맞는다고 생각한 편이었어서 조금 의아했음.



66.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


우연히 구하게 되서 가볍게 본 책.

그야말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었던 신발 50개를 선별해서 소개하는 책인데, 잘 모르던 것도 있고 이 신발이 이렇게 오래됐었나 싶은 것도 있어서 재밌게 봤음.

같은 시리즈로 50가지 자동차도 있던데 보고 싶다.



67. 자존감 수업


e-book을 거의 (완전이었나?) 무료로 볼 기회가 있어서 본 책.

걍 유명한거 같고 내용도 궁금해서, 출퇴근때 TTS로 들었는데 (대충 훑기만 했단 뜻이죠) 내용은 괜찮은 느낌. 근데 별로 자존감에 문제를 못느끼는 편이라 얼마나 실용적일지는 잘 모르겠긴 함.



68. 트래픽


교통에 대한 다양한 연구 내용들을 소개하는 책.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면 '교통이란 것은 단순히 차량 이동의 집합이 아니라 운전자의 심리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 매우 힘들고 의도와 다른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정도가 아닐까.

예를 들어 길이 막히면 도로를 확장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로 확장이 사람들로 하여금 차를 끌고 나오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고 주거지도 교외로 확장시켜서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던가...

아무튼 흥미로운 내용은 많았는데 다양한 부분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보니 방대한 분량에 비해 깊이가 좀 얕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있었다.



69. 남의 일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책 중에는 분명히 길티 플레져를 느끼게 해주는 책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거기에 해당하는 책이다.

보고 있으면 불쾌해지는 어둡고 음침한 이야기들로만 구성된 단편집이지만 분명히 거기서 느껴지는 불량식품스러운 즐거움이 있다.

결코 남에게 추천할 책은 아니지만 책장 구석에 꽂아두고 언제 한번쯤 더 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



70. 백광


한 아이가 살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한명씩 입을 연다. 그 내용중에는 고백과 진범에 대한 추측들이 섞여있어 보다보면 대체 뭐가 진실이고 누가 범인인거지? 하게 되는 구조의 이야기.

마지막은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끌고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다만 내용을 다 알면서 한번 더 보고 싶을까 하면 그건 좀 미묘.



71. 암보스 문도스


단편집인데, 상당한 비율의 소설들이 능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 그렇다고 성격도 좋지 않아서 영 정이 가지 않는 루저같은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당연히 내용도 우울하고 결말도 우울하고...

근데 작가가 글 솜씨는 좋아서 계속 보게 되는 느낌.

그런데 역시 다 보고 나면 '굳이 이렇게 꿉꿉한 내용은 소설로 쓰고 또 그걸 읽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뭐라 말하기 힘든 소설집이었다.

다만 이 작가의 소설은 하나쯤 더 보고 싶긴 함.



72. 최초의 한입


잔잔한 만화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제목처럼 어떤 음식을 어렸을 때 처음 먹어본 추억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역시 한국이 아니다보니 조금 감정이입에 한계는 있지만 (예를 들어 과자에 관한 추억이 아폴로나 쫀디기 같은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면 훨씬 감정이입이 됐을 듯) 그래도 가볍게 보기 괜찮았다.



73.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등장인물들이 겹치는 연작소설집.

기본적으로는 연애소설에 가까운 내용들인데, 좀 독특한 점이라면 연작 소설들의 시간대가 제각각이라서 과거로 갔다 미래로 갔다 하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연관된 인물들의 관계와 서로 떨어진 시간 사이의 관계들을 연결해 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수작까진 아니고 무난한 재미를 주는 정도.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