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처가댁에서 아이 둘을 봐주셔서 아내와의 자유시간이 생겨서, 요즘 관심이 좀 가던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이하 C5)를 구경하러 갔다.

 

지금 차보다 5cm밖에 크지 않아 애매한 사이즈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을 워낙 강조하길래 대체 어느정도길래? 싶기도 했고. 2열 공간과 트렁크가 차 크기에 비해 넉넉한 편이라길래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푸조/시트로엥 강남 전시장에 갔는데, 들어가니 첫눈에 508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군... 그렇지만 잘 달리는 것도 편한것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라 일단 패스. 딜러분께 C5를 보러 왔다고 하니 구경시켜주신다.

 

중간 등급이라고... 하는데 겉 디자인은 괜찮지만, 인테리어는 직물시트에 너무 노골적인 플라스틱 도배로 썩 인상이 좋지 않다. 2열 공간도 기대보다는 별로. 지금 차에 비해서도 크게 여유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음...

메모리폼 시트라고 해서 앉아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좀 독특하긴 하다. 몸을 감싸주는 느낌? 근데 이게 오랜 주행에서 실제로 얼마나 편하게 느껴질지는 타봐야 알 것 같긴 했음.

3만 2열 시트가 3개 독립식인건 인상적이었는데, 시트 하나 하나의 크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세명이 탈 때 가운데 자리도 고통스럽지 않다는 건 장점. 다만 좌우 시트에 앉았을 때 머리를 조금만 좌우로 움직이면 벽에 부딛힐 정도로 머리가 가장자리에 가는건 좀 아쉽긴 했다.

트렁크는 차 크기를 생각하면 꽤 넓긴 했다.

암튼 2열 시트 레그룸에서 실망이 컸고, 이정도면 지금 차에서 넘어가기엔 애매한 크기라는 생각.

 

보고 나니 딜러분께서 이쪽도 같이 보라면서 푸조 5008을 추천. 팔릴만한 / 팔고싶은 차로 몰아가는 느낌이라 썩 인상이 좋지는 않았으나, 구경해보니 실제로 5008의 상품성이 더 좋아보이기도 했고 이후에도 C5를 배제하지 않고 계속 같이 소개를 해주셔서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5008 역시 전시된건 중간 트림인지 직물시트인데, 대체적으로 공간이 더 여유롭다는 느낌이 좋았다.

다만 (역시 3개가 독립식으로 있는) 2열 시트는 디자인 때문인지 몰라도 C5에 비해 시트 하나 하나의 좌우 폭이 좀 좁게 느껴졌고, 시트의 앞뒤 길이가 좀 짧고 바닥으로부터의 높이도 낮아서 간이 의자에 앉은듯한 자세가 나오는 것이 편하진 않았다. (이래서 C5가 2열의 높이를 높여놨나 싶었다)

대체로 2열 시트는 C5가 약간 더 편한 것 같았지만 레그룸에서 5008이 훨씬 나았다. 자리가 불편한건 어차피 카시트 태-우는 동안에는 별로 상관 없는 문제고, 3시트가 독립식이라 좌우에 카시트 하고 가운데 어른이 앉기 괜찮은 건 장점.

3열도 앉아봤는데, 딱 올란도나 C4 피카소 (지금은 스페이스 투어러)의 3열 정도.

173cm인 내가 정자세로 앉았을 때 머리 위에 1cm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근데 뭐 싼타페 TM은 머리가 닿았으니... 차 크기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2열 폴딩시 거의 풀플랫이 되는 것이나, 3열 시트를 분리해서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인상적.

나중에 찾아보니 떼어낸 3열 시트를 캠핑장에서 의자로 쓸 수도 있다고..

 

 

딜러분께서 권해주셔서 차 2종을 다 시승하게 됐다. 아내와 함께 단둘이 오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라 권해주시는 대로 해보기로.

 

일단 시승차는 둘다 최고 등급에 2.0디젤 + 8단 변속기 사양. 시승 코스는 영동대교를 타고 강변북로로 가서, 테크노마트에서 돌아올지 암사대교를 건너갔다가 돌아올지 선택하는 코스였는데, 코스가 길고 실제적으로 차의 느낌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얼마 전에 방문했던 모 브랜드에서는 딜러가 시승을 먼저 권하길래 타봤더니, 도산대로에서 유턴 두번하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시승을 시키길래 대체 이럴거면 시승은 왜 권한거냐... 싶었는데, 그에 비하면 좋은 인상이었다.

 

 

C5에어크로스는 최고 등급이 되니 인테리어가 좀 더 나아지긴 했다. 아주 좋은 느낌은 아니고.

제일 궁금한 건 승차감이었는데, 과속 방지턱을 좀 넘어본 바로는 확실히 부드럽긴 하지만 음... 뭐 그렇게 자랑할 정도인가? 싶었다. 자잘한 충격이 계속 오는 비포장도로에서는 좀 다른 느낌일지도?

 

그냥 운전하기는 편했고, 최고출력이 180마력으로 대단하진 않지만 엑셀 꾹 밟아주니 시원하게 나가서 뭐 일반적으로는 부족함 못느끼겠구나 싶었다. 다만 뭐 특별히 끌리는 점도 느끼기 힘든 차였음.

풀 LCD인 액정에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는건 좋지만, 운전하면서 시선을 자주 내려서 보기는 쉽지 않아서 좀 아쉽.

 

두 차 모두 앞뒤에 카메라를 하나씩 달아서 찍은 영상을 합성해서 어라운드뷰 비슷하게 보여주는 모드가 있었는데, 인상적이긴 했지만... 카메라 화질이 정말 절망적으로 안좋았다. 화질에 민감한 편이 아닌데 이정도면 차라리 화질 좋은 후방카메라 하나가 낫겠다 싶을 정도... 15년 전 폰카로 찍은 동영상 화질 느낌.

 

그리고 이 차만 그랬는지 뭔가 설정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차가 땡볕에 서있어서 좀 더운 상태였는데 한참을 달려도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안나오더라.. 뭐였을까.

 

 

다음은 5008. 최고 등급이라 알칸타라와 가죽이 섞인 시트 느낌이 좋다. 인테리어에도 알칸타라가 적용된 부분은 좋은데, 플라스틱이 많고 플라스틱은 너무 정직한 플라스틱이라 질감이 썩 좋지 않은건 아쉬운 점.

인테리어 디자인은 미래적이고 버튼 인터페이스도 독특한데 직관성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 난 사실 인테리어는 클래식한 걸 좋아해서 딱 취향은 아니지만...

 

암튼 딜러분께서 안마시트 기능을 켜주셨는데 오... 허리가 썩 좋지 않은 나에게는 꽤 좋게 다가왔다. 실제로 안마를 해줘서 뭘 풀어준다기 보다는,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속 바꿔줘서 부담이 덜해진다는 느낌? 아내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내리기가 싫었다고.

 

승차감은 C5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게 사실이지만 지금 타는 X1에 비하면 양반이고, 출렁거리는 느낌이 없어 괜찮았다.

코너를 돌 때도 롤링이 많이 안느껴져서 (물론 와인딩 아니고 일상 주행..) 괜찮은 느낌이었고.

다만 토션빔으로 알고 있는데 2열 승차감은 어떨지 모르겠다.

 

푸조의 i-콕핏 시스템으로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 위로 올라오는데 이게 꽤 좋았다. 시선 이동을 적게 해도 정보가 잘 보이는 느낌. HUD가 없이도 정보를 쉽게 볼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좋았고, 비슷하게 핸들쪽에 공조장치 구멍을 만들어놔서 열선핸들이 필요 없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비슷한 맥락으로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써봤는데 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이 좀 허둥대는 것 제외하면 잘 작동해서 편했고, 다만 차선 유지 장치가 없는 것(이탈 방지만 가능)은 좀 아쉬웠다.

 

정말 인상적인 것은 디젤 엔진이었는데, 정지해있을 때 ISG가 작동 안했는데도 핸들로 전해지는 진동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시동 켜진거 맞나? 했을 정도.

설마 요즘 디젤은 다 이런가!? 8년 전 디젤차를 타고 있다보니... ㅠㅠ

다음 차는 꼭 가솔린 가야지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디젤차 다시 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

 

80km 정도 정속 주행시 연비는 거의 24 정도가 찍혔고, 딜러분께서도 연비 중심 타이어라 타이어 소음이 크다는 점을 말씀하시면서 타이어 교체를 권하셨다.

 

 

결론적으로 C5는 별 인상이 없어서 패스, 5008 할인도 좀 있어서 잠정적인 후보 중 하나로 올려놨다.

딜러분은 브랜드 자랑이 좀 많긴 하셨는데 뭐 마이너 브랜드라 그래셨던 것 같고... 대체로 친절하고 좋았음.

 

 

 

[5008 장단점 요약]

장점

- 도시에서 몰기에 부담 안되는 적당한 크기(4.64미터)에 넉넉한 공간, 7인승

- 마사지 시트, 포칼 오디오 옵션

- i-콕핏 + 감각적인 디자인 인테리어

- 독립 슬라이딩이 되는 2열 시트 + 1열 뒤 테이블 옵션으로 아이들에게 적합한 2열

- 가끔씩 쓸만한 3열 시트

- 넓은 트렁크 + 풀플랫 + 3열 시트 분리로 캠핑등 다양한 활용도 높을듯

- 좋은 연비 + 조용하고 진동 없는 디젤

- 적당한 승차감 + 안전적인 주행느낌

 

단점

- (송풍구로 대체한다지만 어쨌거나) 핸들 열선 없음. 통풍시트 없음, 2열 열선 없음.

- 어른이 타기엔 편하지 않은 2열 시트

- 2열 컵홀더, 팔걸이 없음

- 차선 이탈방지까지만 되는 반자율 주행

- 암튼 디젤... 요소수 넣기도 번거롭고

- 싼티나는 실내 플라스틱

- 썩 좋지 않은 소문의 푸조 A/S

- 절망적인 화질의 전후방 카메라

- AWD 옵션 없음

 

기타

- 디자인이 나쁘진 않지만 딱 취향은 아님.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