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서 잠깐 시승한 적이 있던 그랜저 IG 가솔린 3.0 모델을, 의도하지 않게 제주도에서 3박 4일간 시승하게 되었습니다.

 

왜 의도하지 않은 것인가 하면, 원래는 롯데 렌터카에서 쏘울 부스터를 렌트했었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204마력 셋팅의 현대 1.6T 엔진도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차를 빌리려고 가보니, 이전 반납자가 차를 사고내서 차가 없다면서, 혹시 코나는 어떠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코나는 쏘울과 같은 렌트 가격)

 

사실 같은 급의 K3 GT 같은 차량이었으면 OK! 하고 흔쾌히 받았겠으나 코나는 선뜻 수락하기에는 좀 문제가.. 현재 어머니께서 끄시는 차라서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타볼 수 있거든요. 여기까지 와서 또 코나를? 싶어서 혹시 다른 차는 없냐고 물어보니, 잠시 후에 나타나서는 그랜저 3.0을 추가 금액 없이 렌트해주겠다고 합니다. 이런 횡제가! 당연히 OK!

 

해서 그랜저 IG 3.0을 3박 4일간 몰게 되었습니다. 주행거리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단기간 시승보다는 느낀바가 좀 있어 글로 남겨봅니다.

 

 

일단 저는 현재 2011년식 x1 23d를 끌고 있고 내년이나 내후년쯤 한급정도 큰 SUV로 갈 계획을 하던 차였습니다.

세컨카로는 i30 PD 1.6을 잠시 몰았구요.

그래서

1. 현재보다 훨씬 큰 준대형에

2. 세단이면서

3. V6 가솔린 엔진인 차는 어떨까?

에 중점을 두고 봤습니다.

 

가격표를 대충 보니 프리미엄 등급에 컨비니언스 패키지 정도 들어간 것 같습니다. 차 값은 대략 3600만원 정도 되겠군요. 렌트카 치고는 훌륭합니다.

 

전 IG 디자인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래는 소감입니다.

 

 

- 차가 커진 것에 비해서는 별로 운전/주차하는데 위화감이나 불편함은 못느꼈습니다.

  제가 운전 경력이 좀 늘어서 대충 적응을 잘 하는 것인지, 제주 주차 환경이 서울에 비해서는 여유가 있어 그런지,

  아니면 차 크기는 커졌지만 회전반경은 지금 차하고 비슷해서 그런지 (지금 차가 회전 반경이 좀 큽니다. xDrive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탑승 공간은 광활합니다. 2열을 배려해서 의자를 앞으로 당겨야 되는 현재 차에 비해, 발공간도 등받이 각도도 여유가 있어서 조수석에 앉은 아내의 만족감이 컸네요.

  그 상태에서도 2열 발공간이 많이 남아있고, 가운데 센터터널 높이가 낮은것도 좋습니다.

  혹시 어떨까 싶어 2열 양쪽에 카시트가 있는 상태에서 가운데 자리에 타봤는데, 일단 몸을 어떻게 우겨넣는게 가능은 했습니다. 지금 차는 아예 그조차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뭐 실질적으로 누구를 태우기 힘든건 마찬가지지만요.

 

- 세단이라서 불편함도 있었는데, 일단 애들을 카시트에 태울때 몸을 많이 숙여야 되고 머리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 됐습니다. 반면 저보다 키가 작은 아내는 별로 그런 불편함 못느꼈고, 오히려 애들이 좀 도와주면 알아서 올라가서 편했다고. (제 키가 엄청 큰 것도 아니니 익숙함 문제일거라 봅니다)

   트렁크는 넓긴 한데 높이가 낮아서 역시 SUV보다 활용성은 떨어지네요. 접은 유모차를 옆으로 넣는데, 세워서 못넣고 바닥에 넓게 눕혀서 넣어야 되는 거라던가, 안쪽 깊숙하게 넣은 짐은 바깥 짐을 빼지 않으면 꺼내기 불편하다던가...

전 역시 트렁크는 SUV나 왜건쪽이 더 좋습니다.

 

- 아이들 상태에서 특히나 조용하고 진동도 없다는게 크게 와닿습니다. 애들을 차에서 시동 걸고 재워야 되는 상황이 있어서 하이브리드가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이정도면 시동 걸고 있어도 전혀 불편 없는 느낌.

 

- 주행중의 승차감이나 정숙성은 좋기는 한데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승차감은 은근히 바닥의 요철들이 느껴져서 조금 의외였을 정도. IG가 준대형 세단 치고는 좀 단단하다는 평이었는데 이런건가 싶었습니다.

  단 실수로 좀 높은 속도로 과속 방지턱을 넘을때는 훨씬 동승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 하게 넘어가주네요.

 

- 엔진 힘은 좋긴 한데, 엑셀을 밟고 -> RPM이 올라가고 -> 속도가 붙는 과정에서의 딜레이가 좀 느껴집니다. 지금 차가 더 내 맘대로 직결감 있게 움직여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단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두니 한결 낳아졌습니다.

 

- 6기통 엔진의 부드러움! 은 평소에는 음 뭐 다른가? 싶었는데, 100km 이상 올라가니 오... 뭔가 거친 느낌 없이 매끈하게 돈다는 느낌이 드네요. 고속 주행이 많으면 확실히 매리트가 있을 것 같고, 저는 쫄보라 속도 많이 내는 것보다는 저속에서 여유있게 토크로 밀어주는 느낌이 더 좋은 것 같아서 저배기량 터보가 더 잘 맞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 오토 홀드! 편하긴 한데 의외로 불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1. 정차 후 출발할 때 부드럽게 출발하기가 힘들어요. 아무래도 브레이크 -> 엑셀로 옮기는 동안의 클리핑이 없으니 어쩔 수 없겠죠. 정말 엑셀을 살살~ 밟고 출발하면 부드럽게 출발 가능한데 그만큼 느린 출발이 되서 좀 답답.

  2. 익숙함의 문제가 크겠지만 오토홀드의 존재를 까먹고, 브레이크에서 발 떼고 어 왜 안가지? 할때가 꽤 있었습니다. 특히 주차장에서...

  멈추고 나서 브레이크를 어느정도 이상의 깊이로 밟아야 활성화되는 방식이던데, 이 활성화되는 경계가 좀 애매해서 의도대로 조절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 차가 땡볕에 달궈졌을 때가 있어서 통풍시트를 써봤는데, 확실히 빨리 시원해지는 효과는 좋더군요. 그런데 어느정도 지나니 1단으로 둬도 엉덩이가 너무 시려운게 부담스러워서 껐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 한여름에는 조금 더 쓸 일이 있긴 하겠지만 저에게는 필수 옵션 까지는 아닌듯.

그보다는 블루링크로 차 전체를 에어컨으로 미리 식혀두는 기능이 더 유용할 듯 하네요.

 

- 시트는 허벅지 부분 익스텐션이 되는건 좋은데 그 외에는 soso. 대단히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시트 기능이 기어를 파킹으로 넣은 상태에서만 작동하는 것 같던데 이건 왜??? 싶었습니다. 제가 뭘 잘못 조작한 것인지.. (현재 차는 아무때나 사용 가능)

 

- 중간에 뭘 잘못 밟았는지 한쪽 타이어가 펑크나서 긴급출동을 불렀습니다. (완전 면책 보험을 들어서인지, 긴급출동비 만원은 렌터카 업체에서 환불해줬습니다) 타이어별로 공기압 표시되는 TPMS가 있어서 금방 알아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정도네요. 전체적인 소감이라면, 패밀리카 용도로 무난하게 타고다니기 좋은 세단. 특별히 모난 곳도 흠 잡을 곳도 없는 차. 라는 느낌.

그러나 '이 차 정말 갖고싶다!'는 소유욕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감성적인 부분까지 자극해주면 좋을것 같은데... 이제 이런 부분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기대해야 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운이 좋아서 덕분에 3박 4일 잘 타고 다녔습니다! 고마워요 롯데렌터카!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