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잡담/잡담2009. 9. 2. 22:05

20대를 거치면서 얻은 나의 주요한 가치관은 '인생=베팅'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선택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걸고, 룰렛을 돌려서 결과에 따라 보상을 얻는다. 인생이란 그 행위의 연속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걸 수 있는 것의 크기가 다르고, 선택하는 게임의 확률표가 다를 뿐.

그리고 나는 - 20대를 시작하던 때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 게임을 선택한 뒤 나의 20대를 상당 부분을 베팅했다.
다행히 내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베팅액을 꽤 크게 쳐줬다. 선택한 게임은 완전한 도박. 아주 적은 확률로 성공하면 배당이 크지만 높은 확률로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나마 그정도의 확률도 요행히 시대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후한 대접이다. 이런 무모한 게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게 20대였기 때문이다. 30대나 40대의 인생이라면 도저히 베팅할 수 없었겠지.

요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회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20대를 도박에 걸어버린 대가로, 무언가 큰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 하는 생각이 요즘 들 때가 있다. 승리의 대가로 받은 것은 베팅했던 것보다 더 값지지만, 그것 자체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되찾을 수 있을까?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