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일요일 저녁이라 간만에 잡담모음. 트위터에 올렸던 얘기를 정리한 것도 있고.
- 어제(2010/10/9)는 여친님과 불꽃 축제를 보러 갔다왔다. 사실 불꽃을 보려고 하루종일 강바람 맞아가며,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그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일찍부터 눈 앞이 깜깜해진 것이 사실이었으나 - 그래도 모처럼 사귀고 처음이니까. 그리고 다녀와서 후회한 적은 없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가기로 결정! 그래도 그나마 최대한 편해보고자 하여 파빌리온+3D영화+수족관+전망대+불꽃 좌석 패키지를 구매했다.
각 코스의 소감은
* 3D 영화 : 공룡에 대한 다큐멘터리(--; 애들은 재미 없었을듯)였는데, 재밌었지만 액티브 셔터 방식의 3D 안경에 좀 문제가 있었다. 배터리 내장형이라 너무 무거워서 흘러내리고 (손으로 잡고 봤는데 40분이라 다행) 무슨 문제인지 화면이 너무 어둡게 보였다. 꼭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나쁘지 않았음.
* 파빌리온 : 사실 난 먹는 양이 적어서 내 돈 주고 뷔페는 안간다..는 주의였지만. 그래도 비싼데라 음식 맛있고 좋더라. 귀한 불도장이나 십전대보탕같은게 있는것도 신기했고, 치즈와 디저트도 다양. 무엇보다 신기하고 다양한 디저트를 왕창 가져다놓고 여친님과 조금씩 먹으면서 평가를 하는게 재밌었다. 뷔페는 가지 말거나 갈려면 아예 비싼데로 가자고 결심.
* 수족관 : 언제나처럼의 수족관이지만 사람 너무 많음. 대충 훑고 나왔다
* 불꽃좌석 :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불만인 부분! 63빌딩 바로 앞인데 강과 멀어서 덜 추운 점은 좋았으나, 앞의 큰 나무에 시야가 많이 가렸다. 결국 중국 - 캐나다까지는 앉아서 보고 마지막 한국은 짐싸서 63빌딩 앞 도로로 나와 서서 봤다. 여기가 생각보다 시야가 좋아서, 따로 좌석 마련할거 아니면 일찍부터 와서 돗자리 깔기 보다는 시간맞춰 와서 1시간 반동안 서서 본 뒤 걍 슉 집에 가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 전망대 : 전망대는 사람들 좀 빠질 때까지 피해있는 용도로... 1시간쯤 쉬다 집에 가니 그래도 사람이 많긴 했지만 미어 터질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았다.
불꽃이 조금 안보였던 것만 빼면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고 뿌듯한 하루였다. 무엇보다 기다리는데 여친님께서 '지난번에 왔을 때 다음에는 꼭 남자친구랑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하는거 듣고 안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생각했다 ㅎ_ㅎ
* 덧 - 불꽃이 멀리서 터지는 바람에 그래픽/사운드 싱크가 안맞는게 새삼 신기했다. 이걸 맞추면 더 박력은 좋아질 것 같은데, 조용히 올라가서 조용히 터지는 신비감은 더 줄어들 것 같다. 득이 많을지 실이 많을지.. 액션게임 만들다보니 이런 생각만.
- 나는 자기계발서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편이다. 그걸 보는 시간에 차라리 ( )를 보는게 낫다..고 하면 수많은 보기가 들어갈 수 있지만 특정 부류의 책에 대한 편견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자제하자. 아무튼 뭘 봐도 자기계발서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그럴까 생각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그것들이 주장하는 바가 일종의 유사과학, 다르게 표현하자면 치트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자기계발서가? 라면 잘 모르겠다. 모든 자기계발서를 다 읽어본 건 아니니까 아마도 모두는 아니겠지. 그러나 내 생각에 의하면 단기간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끄는 책일수록 문제가 많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렇게나 쉽게 너의 인생을 바꿀 수 있어!'라고 솔깃한 말을 하는 책일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너무 솔깃한 이야기에는 함정이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두 책만 살펴보자. '아침형 인간'이 나온 것이 2003년. '시크릿'이 나온것이 2007년이다. 당연히 시크릿이 나올 때쯤에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토록 전국을 휩쓸던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비법'이 4년만에 바뀌었단 말인가? 아무리 21세기라도 진리라는 것이 이렇게 트렌드에 민감하면 좀 곤란하지 않나.
물론 자기계발서를 '일종의 삶의 자세'를 권하는 책이고, '자신에게 맞다면 그런 식으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식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히트치는 자기계발서중에 그런식의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거의 모든 책이, 저자 주변에서 (혹은 유명인에게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케이스만을 뽑아와서 근거로 제시하며 마치 과학과 비슷해보이도록 포장한다. 전형적인 유사과학의 형태.
아무리 많은 공부법과 머리를 좋게 하는 약, 정신집중을 도와주는 기계가 나와도 공부의 왕도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다. 책 한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권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되는게 당연하다.
사실 걍 잡담에 이렇게 장황하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혹시 나의 생각이 틀렸다면 주변에 아침형 인간을 읽은 뒤 아직까지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있는 사람 한명만 소개시켜주기 바란다.
* 비슷한 이유로 mbti류의 성격 테스트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mbti같은 방법으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아 이미지를 알 수는 있어도 실제 자신은 알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의 내면을 테스트 하나로 알아낼 수 있을리가 있나. 한세월을 고민해도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도 알기 힘든데.
- 쇼핑정보
* 10x10 9주년 기념으로 많은 상품을 20% 할인한다. 10x10이 벌써 9주년이라니 새삼 신기하다. 처음에는 그저 스토어 정글의 워너비 사이트였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이 시장을 먹어버리고..
* 올해는 기후덕에 송이버섯이 싸다. 송이철이 곧 끝난다 하니 이 기회에 먹어보려면 재빨리..
* 네오플 원년 멤버들 중 일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www.wemakeprice.com 이 오픈했다. 이미 화제가 되었지만... 잘 되면 좋겠다.
* 쇼핑정보라기엔 좀 그렇지만 올 겨울은 추위와 좀 더 적극적으로 싸워보고자
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categoryno=374&itemno=9995
이런걸 주문했다. 회사 자리에 외풍이 발쪽으로 들이쳐서... 받아서 테스트해보니 발이 따끈따끈한것이 아주 만족스럽다.
-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솔플로는 어느 시점에서 한계가 오는 것 처럼, 행복도 돈과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걸로는 어느 시점에서 한계가 오지 않나 생각한다. 그 이상의 행복을 얻으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 패션지 기자의 에세이인 '스타일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생각한 것.
참 옷 사기가 힘들다. 가끔 어디 나가도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옷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사실 어디로 나가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 인터넷도 너무 광활해서 뭐... 가끔 패션지를 봐도 너무 동떨어진 얘기 같기만 하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바닥'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IT나 게임쪽으로는 양질의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혹은 그렇지 않을 때도 주변의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요즘 재밌는 게임' '요즘 살만한 디카' 뭐 이런 정보는 신뢰 가능한 양질의 정보를 금방 얻을 수 있다.
결국 필요할 때서야 부랴부랴 찾아보는 정보의 수준은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 평소에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나를 '그 바닥'에 놓아두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꾸준히 기반 지식을 쌓고, 보는 눈을 기르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정보의 루트를 만들어두는 노력을 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이정도에 만족해야 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
그러고보면 사실 나는 이미 (운전은 지지리도 안하지만) 자동차에 대해서는 1년 넘게 그런 과정을 통해 어느정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은 상태인 것 같다. 패션이든 뭐든 관심 가는 분야가 있으면 다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찬진씨가 맘에 안들어서 드림위즈를 탈퇴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개인적 원한은 아니라는 것만.
- 10월은 얼마 안됐는데도 어쩌다보니 벌써 공연을 많이 봤는데
* 이상한 나라의 현우 - 최현우씨의 마술 공연인데 소극장 규모의, 스토리 위주의 아기자기한 마술 중심.
몇년 전 본 이은결씨의 대형 마술쇼와 비교해 장단점이 다 보였다.
장점은 연출이나 독창성, 의외성으로 승부하려는 점이 많이 보였다는 것. 이은결씨 마술은 규모가 큰 대신에 거의 '음 여기선 저게 없어지겠군'하는 식으로 예측 가능한 전개가 워낙 많았던지라. (특히 카드 매니퓰레이션은... 아무리 장기라지만 이제 좀 그만 하심이)
단점은 세트나 도구가 한정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지, 마술의 비밀이 보인 것이 꽤 많았다는 것... 근데 이건 내가 예전에 마술 강좌 동영상을 취미로 좀 보던게 있던데다가 (비밀만 보고 연습은 안했습니다) 앞자리여서 더 심했을지도. 그치만 '음 뭔가 좀 매끄럽지 않은데 사람 바꿔치기 했나?' 싶은 식으로 보이는건 좀 그랬음 ㅠㅠ 아무래도 대형 공연은 바닥 뚫어서 통로 만들걸 그렇게까지 하긴 힘들고 하는 식의 제약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뭐 데이트용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았음 여친님도 재밌게 보신 것 같고
* 브로드웨이 42번가 - 어쩌다 표가 생겨서 공짜로 봤는데... 7~8년쯤 전에 봤던 동 뮤지컬에 비해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때는 적어도 탭댄스 하나만은 정말 짱이라는 소감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전반적으로 배우 역량이 부족했다는 느낌.
여주인공이 바다씨였는데 예전 몬테크리스토에서 봤던 옥주현씨에 비해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샤롯데 씨어터에서 봤는데 얼마 전 같은 극장에서 봤던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겉은 화려한데 딱히 와닿는건 없는' 느낌이라 극장에 편견 생길 지경. 근데 그걸 빼고서도 좌석에 단차가 너무 없어서 앞사람 머리에 너무 가린다. 주차하기도 무지 안좋고... 내 돈 내고는 가고 싶지 않은 극장.
* 록키 호러 쇼 - 98년에 영화 상영할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도 뮤지컬도 볼 기회는 없었는데 드디어! BC카드 예매로 6만원짜리 티켓을 만원에 예매하는 횡제의 기회였는데 가서 티켓을 수령하니 11만원짜리 더 좋은 티켓으로 바뀌어있었다... BC카드 고마워요 평생 애용할게요.
오리지털 팀 내한 공연이었는데 역시 듣던대로 완전 요절복통 B급 스토리지만 정말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프랭크 박사 역의 배우가 너무 역을 잘 소화한데다가 노래도 잘하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완전 빠져들었음.
근데 관객을 배려한다고 나레이터 역에 한국 배우를 쓴건 좀 에러가 아니었나 싶다. 딱히 배우에게 문제가 있던건 아니지만 두개의 언어가 나와서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데다가 한글 자막 보면서 영어 대사를 계속 듣다가 갑자기 영어 자막에 한글이 튀어나오니 헷갈려서 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종합적으로는 42번가보다 세배 정도 더 좋았던듯!
- 오늘은 10년 10월 10일. 2진법으로 101010 =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인 42라고 한다. 은하수~히치하이커~는 예상보다 취향에 안맞았지만 그래도 기념삼아 편승하며 포스팅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