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잡담/잡담2010. 3. 29. 20:38
왠만하면 이렇게 트렌디한 주제에 대해서는 글을 잘 쓰지 않는 편이지만.

최진영씨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 최신실씨 때도 그랬지만, 나는 특별히 두분의 팬이 아니기 때문에 슬프거나 하진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착잡한 감정은 있지만.

그보다 내가 이런 소식을 듣고 실감하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최진실씨나 최진영씨나, 한때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찬란한 인생을 살았고, 아마 본인도 행복했을 것이다.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마릴린 먼로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그런 시절에 설마 자신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나 또한 지금은 자신감에 넘치고, 하는 일도 잘 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한순간... 혹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 행복이 처참히 파괴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장담하는 것은 그저 다짐일 뿐 실제 그렇게 될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키의 단편소설 '침묵'의 일부 구절이 생각나서 옮겨적어본다.

나는 그때부터 인간이란 것을 전혀 신용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을 불신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나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신뢰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무사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만약 무언가 지독한 악의를 품은 것이 찾아와 그 평화를 뿌리째 뽑아버린다면, 설사 자신이 행복한 가정과 좋은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다 해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하는 말을 혹은 당신이 하는 말을,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법이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죠.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은 여섯 달 만에 그럭저럭 끝났습니다만 이 다음에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자신이 그것에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지, 전혀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때로 정말 두려워집니다. 밤중에 그런 꿈을 꾸고 놀라 벌떡 일어나는 일도 있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때 나는 아내를 깨웁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매달려 웁니다. 한 시간 정도 운 적도 있습니다.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p.s 그래도 한편으로는, 역시 나에게는 그런 일 없을 거라는 오만한 마음으로 사는게 더 좋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한다.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