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페북만 쓰고 트위터는 구독용으로만 썼는데, 소설가 곽재식님께서 운영하시는 140자 소설 트위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https://twitter.com/gerecter2)
워낙 단편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일단 후다닥 정독 끝내고 나니 저도 한번 써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써봤습니다.
(#140자소설 이라는 태그를 붙여야 되므로 실제로는 132자 소설이겠네요)
10편마다 블로그에 모아서 올릴 계획입니다만 내킬 때마다 쓰다보니 이게 마지막일 가능성도.
다른 분들의 작품도 읽고, 쓰기도 하면서 생각한건데 140자라도 채우는데 다양한 방식이 있구나 싶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긴 소설의 개요처럼 쓸 수도 있고, 인상적일듯한 한 장면만을 쓰는 것도 방법이고, 아니면 정말 완결적인 한편의 소설처럼 되는 것도 멋지구요. 혹은 호기심만 자극해놓고 뒤를 열어놓은 채 끝내는 것도 재밌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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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길을 걷는데 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번쩍하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세상이 하얘진 순간이 오랜 시간이었던 것 처럼 머릿속을 맴돌아 참 신기한 느낌이다 생각하고 집에 와보니 손목시계가 10분이나 빨리 가고 있었다 #140자소설
3. #140자소설 친구와 함박 스테이크를 먹는데 친구가 와그작 하는 소리를 내더니 깨진 이빨을 뱉었다. 깜짝 놀라 종업원을 부르려 하니 친구가 만류하며 계산을 하고 황급히 나가버렸다. 따라 나가 왜 그러냐 물으니 친구가 얘기했다. '내 이빨이 아냐...'
4. #140자소설 어떤 철학자가 이 세상이 정교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고민했다. 몇년을 고민하다 드디어 깨달음을 얻고 하늘을 보니 하늘에 거대한 메시지 창이 떠 있었다. '논리적 결성 오류 객체를 검출했습니다 객체를 삭제합니다'
5. #140자소설 너무 바빠 하루가 25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갠 시계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1초마다 1/25초씩만 절약하면 하루에 한시간이 더 생기는 겁니다 적금 같은거죠.' 사야될지 한시간 넘게 고민해도 알 수 없었다.
6. #140자소설 어느 인류학자가 신비로운 장수 부족을 발견했다. 부족민들은 나이에 비해 어려보였고 180세가 넘는 사람도 있었다. 전 세계가 그들의 장수 비결을 연구했는데 몇년후 그 부족은 봄 가을에 한번씩 일년에 두번 나이를 세고 있었다는게 밝혀졌다.
7. #140자소설 양배추는 어떻게 이렇게 꽉꽉 구겨져서 뭉쳐있지? 참 신기해.라는 내 말에 아내는 기막히다는 듯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공장에서 압축을 잘 하니까 그렇지. 깜짝 놀라 양배추가 싸여있던 비닐을 보니 이렇게 쓰여있었다. '양배추(농산가공품)'
8. #140자소설 ”초등학교 첫 받아쓰기때였죠. 평생 이걸 하게 될 거라는 강한 예감을 받았습니다. 물론 백점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요? 엠씨해머의 노래를 듣고 가사집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어요.“-세계제일의 속기사 K씨와의 인터뷰중
9. #140자소설 “선사시대 조개무덤과 같은 지층에서 모나미153볼펜무덤이 발굴됐다는 소식입니다. 학자들은 특이 상황에서 시공간 혼선에 의한 타임슬립 현상의 증거로 보고 있으며, 아울러 책상 아래로 떨어진 볼펜 소멸 현상의 원인 규명도 기대 중입니다.“
10. #140자소설 어릴때 그가 읽은 안락의자 탐정물 한권이 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범죄로 물든 이 도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수사하는 사람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퇴근 후 편히 쉬며 범죄를 구상하는 안락의자 범죄자인 그의 작품임을.
제 트위터 : http://www.twitter.com/slainer1
곽재식님의 140자 소설 트위터 : http://www.twitter.com/gerecter2
140자소설 태그 : https://twitter.com/search?q=%23140%EC%9E%90%EC%86%8C%EC%84%A4&src=hash
가수 이적씨께서 예전에 쓰신 140자 소설 모음 : http://jucklee.tumbl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