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관심사들 두서없이 나열해봅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재작년인가에 아우디 A6하고 A7 폭풍 할인해서 제 차 가격하고 별 차이도 없을때 배 좀 아팠는데 조금 위안이 되는 이 놀부심보.. ㅎㅎ

근데 정말 유럽도 아니고 미국에다가 디젤을 팔려고 이런 병크를 터뜨렸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지 말입니다.

벤츠도 디젤 개발 없애나갈거라고 발표했던데 과연 디젤의 미래는..! 여기까지인가!

그리고 하필 이 문제 터짐과 동시에 국내 출시된 골프R! ㅋㅋㅋ

뭐 이미 많이 팔렸다고는 하지만요.



아반떼 AD


매장 가서 한번 구경해봤습니다. 디자인은 MD보다 훨씬 낫고. 인테리어 품질도 괜찮은 느낌이고..

옵션도 스마트 트림 정도면 필요한 건 다 있는 느낌이라 괜찮은데, 뒷좌석 암레스트를 높은 트림에 올려놓은건 좀 의외더군요.

이제 정말 패밀리카의 기준은 중형으로 올라가버린 것인가..?


아무튼 수퍼노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대로 대단한 차일리는 없겠지만 이전보다 기본기는 나아졌을테니 무난하게 탈려면 괜찮겠다 싶어요. 스펙으로는 디젤이 좋긴 한데 값이 비싸지니까 좀 그렇고...

어머니께서 내년쯤부터는 자가용을 한대 끄셔야 될 것 같아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에 돌아다니는거 한대 봄.



지프 레니게이드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눈여겨 보고 있던 레니게이드. 가격 발표된거 보고 예상보다 500만원정도 비싼 느낌이라 이거 뭐야!? 싶었는데 분석에 의하면 국내 들어온 사양이 오프로드용 옵션이 많이 들어간거라 그렇다는 얘기도.

사실 디자인이 맘에 든거지 오프로드 탈 일은 없으니 좀 싼것도 나오면 좋겠긴 한데 또 지프라서 그러면 왠지 또 아쉬울 것 같고 그렇네요.

아무튼 기회 되면 매장에서 한번 구경은 해보고 싶습니다



K5 왜건


내년에 낸다는 K5 왜건. 과연 국내에도 출시할 것인가..!

K5 왜건에 2.0 터보 정도면 패밀리카로 실용성도 좋으면서 성능도 적당하니 좋을 것 같습니다.

K5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왜건이 붙는 순간 갑자기 관심이 가는 걸 보니 역시 저는 해치백 취향인듯..

근데 명색이 자동차 기자면서 K5 간담회에서 '디자이너는 놀았냐' 이런 질문 던지는건 정말 너무 수준 이하 아닙니까?

아우디가 하면 브랜드 정체성이고 기아가 하면 디자이너가 논거? 허허 참.



임팔라


파르나스몰에 전시되어 있길래 구경했는데, 그야말로 무난한 느낌. 별로 특기할 부분은 없고.. 특유의 비율로 인해 앞에서 보면 별로 안 커 보이는데 옆에서 보면 엄청 크다, 트렁크가 엄청 깊다 이 정도.

특별히 사고 싶은 느낌은 안들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 길에서도 한대 봤습니다.



스파크


역시 코엑스몰 입구에 전시되어 있길해 한번 구경. 인테리어 품질이 정말 많이 좋아졌더군요.

트랙스의 인테리어를 하극상 해버리는...

터보 모델 나오면 재밌을듯.

근데 2열 헤드레스트로 옵션질은 좀 심하지 않나? 택시에 흔히 넣는 일체형 헤드레스트라도 넣어줘야지..



스포티지


디자인.. 대체... 왜...? K5처럼 이전거 걍 가져오라고... ㅠㅠ

근래에 보기 드문 수준의 역변이라 할만 합니다...



제네시스, Q50s


요즘 이거 참 괜찮네.. 하고 생각하는 차들.

제네시스는 볼수록 디자인이 괜찮고, 정말 편안하게 타기에 더 없는 차인듯. (차 크기가 커서 오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Q50s는 너무 높은 가격이 문제였는데 인하하면서 매력적인 된 케이스. 성능은 폭발적인데 연비도 나쁘지 않고... 배터리 때문에 좁은 트렁크 정도가 단점이려나.


그렇다고 지금 차 팔고 바꿀 정도의 이유가 있는건 아니니 걍 차덕의 망상일 뿐이지만



다이하츠 코펜 세로


가장 경제적인 컨버터블! 직수입에 우핸들인게 단점이지만 그래도 2천만원대 중후반으로 구입 가능한 유일한 컨버터블에, 경차 혜택도 있고 연비도 좋으니. 1세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감가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지만 컨버터블이 있으면 정말 잘 쓸 수 있냐 그게 문제겠죠.. 지금은 역시나 99% 차덕망상.



Posted by 백승민

현대 자동차의 i30, 벨로스터, i40 멤버십인 PYL의 멤버십 프로그램 참여 후기를 쓰는 이벤트가 있어서 간단한 후기로 참여해봅니다.


일단 제가 i30를 처음 샀던 2013년에는 이거다 싶은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뭔가 생색 내는건 많긴 한데, 결국 가끔씩 하는 이벤트에 응모하고 당첨되어야 참가할 수 있는 행사. 그리고 사실 선뜻 가기엔 부담스러운게 많았죠.


예를 들어 무슨 1박 2일 캠핑 프로그램 같은게 있었는데, 일단 참가 신청을 했다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행사 전날인가 전전날인가에 전화가 와서 결원이 생겼으니 참여하겠느냐?고 물어보더군요. 미리 알았다면 몰라도 그렇게 급하게 준비를 하기는 힘들어서 거절을 했죠. 아무튼 대체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8월경에는 Special Taste라고, 서울과 주요 지방 도시의 카페를 정해서 정해진 수량만큼 선착순으로 지정된 음식을 무료 제공하는 행사를 하더군요. 첫번째는 빙수였는데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못갔고, 두번째인 디저트 카페는 제가 자주 가던 하남시 도레도레 카페가 포함되어 있어서 가봤습니다.



팬케익 + 커피 2잔 세트를 주더군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큰 행사로 몇몇 사람들 초대해서 생색내는 것 보다는 이런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더 와닿고, 혜택도 잘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방향을 잘 잡았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 다음 세번째 이벤트는 이태원쪽의 수제버거와 디저트 카페를 했는데, 대중교통도 썩 편하지 않고 주차할 자리도 없는 곳이라.. 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인기있는 핫 플레이스를 선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자동차 멤버십 이벤트인데 교통과 주차가 불편한 곳을 선정하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개선되면 좋겠네요.


너무 도심보다는 차를 타고 한적하게 바람쐬러 나가기 좋은 근교의 카페를 선정하는게 더 취지에 맞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그리고 네번째인 따뜻한 디저트 이벤트때는 홍대 엘가를 갔는데, 너무 일찍 갔더니 원래 메뉴인 반숙 카스테라가 없었습니다. 대신 친절하게도 같은 가격대의 다른 메뉴로 준다고 하셔서 와플 여러개로 대신 먹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12월에 한 다섯번째 행사인 애슐리 테이크아웃 메뉴도 좋았었죠.

치킨과 케익, 미니 트리였는데 정말 집에 맛있는 음식 들고 가는 산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가 되고 나서는 한동안 뜸하다가, 아예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는지 다시 시작하더군요.


올해는 바빠서 아직 가지 못했지만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


비록 벌써 i30를 산지 거의 2년이 되어가고 멤버십 만료는 1년밖에 안남았지만...

그 사이에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바라는 점이라면 위에서 말했듯이 주차가 편리한 곳으로 좀!

Posted by 백승민

이번에 쏘카를 이용해서 QM3를 (한산한 시내에서) 40분 정도 타봤습니다.

i30 (2세대, 1.6리터 GDI)와 비교해서 간단히 시승기를 적어봅니다.



디자인


디자인은 뭐 개인 취향이고 길에서도 많이 본지라 큰 감회는 없지만... 나쁘지 않다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역시 르노 클리오가 더 예쁘다 생각하고, QM3는 클리오를 위아래로 불려놓은 느낌이라 좀 어색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높이가 별로 높지 않아서 SUV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례로는 쏘울이 더 SUV같은 느낌.

조금 껑충한 해치백. 정도의 느낌이네요



실내 공간


운전석에서의 느낌은 i30보다 조금 더 타이트합니다. 좌우가 좁은 느낌?


반면 높이가 높아서 걸터앉는 포지션을 셋팅하게 되서인지, 2열에 앉았을 때의 레그룸은 QM3가 오히려 조금 더 넓은 것 같습니다.

헤드룸은 둘다 부족하지 않구요.

아무튼 준중형 해치백 수준의 공간 (아반떼같은 세단형보다는 좁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트렁크는 대략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깔끔하고, 재질등의 고급감은 i30보다는 약간 떨어지고 트랙스보다는 좀 더 나은 느낌입니다.

다이얼 버튼에 온도 표시를 통합시킨 오토 에어컨 UI가 재밌더군요.

트림이 위라서 그런지 기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앙 스크린으로 각종 오디오 등등을 제어하게 되어있는데, 터치 방식인게 좋았습니다. 반면 그 아래 작은 볼륨 조절 버튼등은 너무 장난감 같은 느낌이.


폰에서 음악을 블루투스 스트리밍 했는데, 잘 작동은 했으나 왠지 음악에서 잡음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 차만의 문제점일 수도 있겠지만요.


서랍처럼 열리는 글로브 박스는 쓰기 편해보이고, 지퍼로 분리 가능한 직물 시트는 실용적이어 보이긴 했지만 목부분은 지퍼 마감 없이 벨크로로 붙이는게 그대로 드러나서 좀 그랬습니다. 이런데 먼지가 쌓이거나 하면 꽤 지저분해 보일듯한.


시트 젖히는 다이얼은 역시 쓰기 불편하더군요. 원래도 불편한 방식인데 임시로 달아놓은 팔걸이에 가리다보니 더더욱...


계기판은 왼쪽에 RPM게이지, 오른쪽에 쓸데없이 큰 연료 게이지가 있고 가운데의 디지털 계기판에는 숫자로 속력이 표시됩니다. 전 게이지 방식을 좋아하는지라 왜 이렇게 했을까 싶긴 하네요.



주행감


정통 SUV 정도는 아니어도 전고가 높다 보니 i30보다 시야는 높게 느껴집니다. 다만 앞유리 시야가 탁 트였다는 느낌 까지는 아니구요.


서스펜션 셋팅은 i30와 비슷하게 충격을 어느정도 걸러주면서도 휘청대지는 않는 느낌. 차선 변경시 i30보다는 조금 더 롤링이 느껴지긴 하지만 전고가 높아서 그런 것 같고, 불안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브레이크는 빡시게 테스트는 못해봤고 걍 적당히 서준다 정도.


역시 가장 궁금했던건 1.5리터로 디젤로 90마력이라는 빈약한 출력과 함께 18.5km/l라는 엄청난 연비를 자랑하는 파워 트레인.

일단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과 소음이 상당히 적습니다. 제가 요즘 디젤차들을 많이 안타봐서 다른 차들과 비교하긴 힘들지만요.

엑셀을 평소 운전하듯이 부드럽게 밟으면 차가 조금 천천히 나가는 느낌인데, 조금만 더 깊이 밟으면 바로 킥다운을 하면서 RPM을 높입니다. DCT의 빠른 변속을 활용하는 셋팅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렇게 RPM을 활용하면서 운전하면 90마력이라는 숫자에서 우려하는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RPM은 오르락 내리락 요동을 치고, 아이들링때와 다르게 요란해지는 엔진음도 그닥 듣기 좋다고 하긴 힘들다 보니 출력이 높은 차를 탈 때와 같이 여유로운 가속이라는 느낌은 아니구요.


풀엑셀을 밟으면 부아앙~ 하면서 엔진음은 상당히 요란해지는데.. 그에 비해서 속도 상승은 그렇게 빠르진 않습니다. (다만 차량 높이가 있어서인지 소리 때문인지 체감은 꽤 빠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속도계를 봤을 때 잘 안오라갈 뿐)

이건 i30도 마찬가지니 딱히 단점이라 하기는 힘들겠군요.

시내 주행만 해봐서 모르지만 고속에서는 좀 더 답답하겠지 싶긴 합니다.



결론


제 경우에는 그닥 사고 싶은 정도의 차는 아니었습니다. 크게 실망스러운 점이 있는건 아니지만, 가격이 2천만원 초중반으로 꽤 센데다가 옵션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충돌 안정성 테스트 점수가 미묘하게 낮은 점도 신경쓰이고 말이죠.


SUV 포지션이긴 하지만 공간 활용 면에서 준중형 해치백에 비해 큰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SUV답게 4륜 구동 옵션이 있지도 않고...


물론 유니크한 디자인에 꽂혔다거나, 높은 연비가 꼭 필요하다면 살 수 있겠지만, 저라면 걍 2천만원 미만의 적당한 가솔린 모델을 구입하고 차액으로 기름값 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라기 보다는 이미 i30에서 그런 선택을 한 셈이죠. 이제 i30는 가솔린이 2.0밖에 안나와서 추천하기는 힘든 선택지가 되었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카 셰어링을 통해 부담없이 시승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40분 대여에 전체 비용은 9천원 가량 나왔구요.

다음에는 레이나 신형 스파크같은 경차도 타 보고 싶네요.

Posted by 백승민
남기고 싶은 것들/Etc2015. 5. 22. 22:11

지난 4월 14일, 암 투병중이시던 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 잊어버리기 전에 (이 블로그의 이름대로) 기억을 남겨볼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길고 어둡고 꿀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읽기를 권해드려도 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를 위로 리플에 대한 압박 혹은 악플에 대비해서 리플 기능은 막아두겠습니다.


개인적인 내용이니 반말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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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화요일 점심.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서 자꾸 기억을 깜빡깜빡 하신다고...


아버지께서는 2년 전에 폐암 3기 진단 받으시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신 뒤, 집에서 투약하시고 통원치료를 받고 계셨던 상황.


어머니께서는 응급실 가서라도 빨리 검사 받아보셔야 되는거 아닌가 하시는데 아버지께서는 괜찮으니 병원에 안가시겠다고 고집을 피우신단다. 그래도 가끔 뭐 기억 못하실수도 있지 무슨 일이야 있겠냐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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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한쪽손에 가벼운 마비가 오셔서 큰누나가 아버지를 모시고 응급실로 갔다. 나도 퇴근 후에 가보니 여전히 응급실에서 대기중이신 상태... 아무래도 응급실 의사는 뇌로 암이 전이된 것 같다고. 아버지께서는 계속 집으로 가자고 고집 피우시고.. 말씀하시는 것도 조금씩 상황에 안맞는 말씀을 하시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자꾸 헷갈리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도 내심 상황이 안좋다는걸 예감하셨는지 한숨을 쉬시면서 '내가 지난 2년간 힘들어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는데 이렇게 되니 더 이상 희망이 안느껴지는구나...' 하시는 말씀... 나도 목이 메여서 겨우 '아버지 그래도 손주는 보셔야죠...' 했더니 웃으시며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야 영광이지..'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내와 내가 곁에 있을 때 갑자기 '나중에 아빠 하루에 한번씩만 생각해줘 그거면 돼...'하는 말씀을 하셔서 아이고 별 말씀을 다하세요 하고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께서 본인 사후에 어떻게 해달라는 유언같은 말씀을 전혀 못 남기시고 떠나셨는데, 결국 이 말씀이 내 마음속에는 유언처럼 남게 되었다.


그래도 자동차 좋아하시는 아버지 기운 나게 해드리려고 투싼 신형 발표된것 사진도 보여드리고 자동차 이야기를 좀 했는데, 지금 차 (제네시스)를 4륜구동으로 바꿀까 싶어서 알아봤더니 중고가를 너무 안쳐주더라 하시는 이야기... 그리고 요즘 작은 SUV들이 좋아보이신다길래 좀 작은 차로 바꿔서 어머니도 운전 하시면 좋을것 같다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본인께서 몸이 더 안좋아지시면 어머니께서 운전을 하셔야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그런 안좋은 경우는 생각 안하려고 한다고 하셨단다.


내가 이날 생각했던건 아버지 젊었을때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걸 왜 지금까지 안했을까... 하는 후회.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과 목소리를 동영상으로 제대로 찍어둔게 있던가? 나중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제대로 생각이 안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총명하시던 평소와 달리 갑자기 두서없는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겁이 많이 났던 모양이다.

나중에 집에 들어와서 내 결혼식때 웨딩영상중에 아버지의 코멘트를 딴 영상이 있는 걸 알고 조금이나마 안심했다.


아무튼 그렇게 밤까지 기다렸더니 응급실 안에 자리가 나서 눕혀드리고, 어머니만 남아계시고 우리는 일단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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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목요일) 저녁이 되서야 2인실이 나서 정식 입원하실 수 있었다. 추우실까 싶어서 집에서 잘 쓰고 있던 두툼한 극세사 담요를 챙겨갔는데, 결국 이 담요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덮고 계시던 이불이 되었다...


이때 마트에서 이런저런 과자도 많이 사갔는데 결국 병원에 남은 짐 정리할 때까지 그대로 있던 과자도 있었고...


아버지께서는 계속 어머니께 화도 내고 집에도 가겠다고 하셔서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중. 아무래도 그동안 비싼 약을 드시고 몸 관리도 잘 하셨는데 이렇게 되신것에 화도 많이 나시고, 또 정신도 맑지 않으셔서 그런것 같았다.


그래도 항상 자식들에게는 항상 자상한 아버지셨던만큼 우리들 앞에서는 얌전해지시는 모습...


일단 뇌 전이 판정이 났고,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된 상태.

10번을 한다길래, 이때만 해도 어쨌거나 열흘정도 뒤면 퇴원하실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기억이 오락가락 하시는 건 뇌 전이 때문인데, 단순히 암세포가 뇌를 압박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뇌가 손상을 받은 상태인지는 치료를 해봐야 안다고...

퇴원을 하셔도 예전같지는 않으실 수도 있겠구나 이제 아버지와 깊이있는 대화를 더는 나눌 수 없게 되는걸까.. 아직 배울게 많이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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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버지께서 생태탕이 드시고 싶다 하셨다. 어떻게든 드시게 해드리고 싶어서 병원에서 그나마 가까운 양재기 생태탕이라는 곳으로 바로 가봤다. 문의를 해보니 원래는 끓여먹을 수 있게 재료만 포장해줄 수 있지만, 병원으로 가는거라고 하니 아주머니들께서 어떻게든 지혜를 짜내서 뜨거운 냄비째로 포장을 해주셨다. 냄비값은 만원을 맡겨놓고 나중에 반납하면 돌려주시기로... 이날은 아주머니들께 정말 큰 신세를 졌다. 나중에 한번 먹으러 가야 될텐데.


다행히 식기 전에 가져갈 수 있었고, 아버지께서는 이미 저녁을 드신 상태셨지만 그래도 생태탕도 많이 더 드셨다. 결국 이게 아버지께 내가 사드린 마지막 맛있는 음식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입원하시기 전, 구정 직후에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실 일이 있으셔서 그 전날 응원하는 의미로 아내와 함께 부모님께 중식집에 가서 맛있는 것들을 사드렸던 일. 구정 연휴 첫날에도 가서 뵀던지라 이때 또 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정말 가길 잘했다 잘했다 하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버지께서는 자꾸 지금 계신 곳이 중국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간호사들에게 저사람들이 자기에게 사기를 치려 한다 말씀하시고 어머니께서 정정해주시면 화를 내시고...


이날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서 잤다. 간이침대가 하나라서 침낭을 깔고 바닥에서 잤는데, 그 와중에서 아버지께서 춥다고 감기 걸린다고 걱정을 해주시던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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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게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겨우 잠잠해졌던 마음이 다시 요동치면서 많은 것들이 다시 생각나고 있다. 사실 잠잠해진게 아니라 잠잠해진 것처럼 보였던 것 뿐이겠지만...

그래도 쓰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할테니 빨리 쓸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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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었나, 아직 의사소통이 가능하실 때 작은누나와 함께 있을때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이 다 좋은 짝 찾는걸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우리 삼남매중 막내인 나만 결혼을 했다) 아버지께서 평소에 말씀은 잘 안하셨지만 그게 그렇게 아쉬우셨구나... 그런데도 누나들이 살고 싶은대로 살게 해 주고 싶으셔서 내색을 안하고 계셨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했다.


토요일이었나 일요일쯤이었나에는 아버지께서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자고 하셨다. 부축해서 병원 밖 쉼터에서 쉬게 해드리니, 여기가 그동안 통원 치료했던 그 병원이구나.. 내가 지금까지 왜 멀리 와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몸은 급하게 약해지시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정신이 좀 맑아지시나 해서 안심이 됐다.


어느 날인가는 갔더니 오늘은 보리(부모님께서 키우는 강아지)를 봤다고 하시길래 또 무슨 말씀을 하시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알고보니 큰누나가 자동차로 잠깐 보리를 데려와서 아버지께서 주차장으로 가서 잠깐 보신거라고 해서 안심을 했다. 그런데 보리가 늙어서 눈이 잘 안보이고, 아버지도 병원냄새가 많이 나시고 목소리도 쉬셨다보니 보리가 잘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서 안타까웠다.


작은누나의 제안으로 부모님댁에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애완동물용 CCTV를 설치했다. 이때는 설치하고 며칠 안쓰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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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입원 일주일째쯤... 아버지께서 중심을 잘 못잡으시기 시작하셨다. 앉아있다가도 자꾸 옆으로 쓰러지시고, 혼자 서질 못하셨다. 의사 말로는 암세포가 뇌를 압박해서 그런거라고... 그리고 목이 쉬셔서 말씀도 점점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자꾸 혼자서 서보겠다고 고집을 피우셔서 어머니께서는 더 힘들어하시고.. 한번은 무리하세 서시려다가 엉덩방아도 찧으셨단다. 어디 부러지시면 큰일나는데...


이 시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모님이랑 한상 자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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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목요일. 아버지께서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지금 척수액에도 암세포가 퍼져있어서 머리에 관을 꽂아서 척수액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고, 뇌압이 너무 높아서 액도 좀 빼서 뇌압을 낮춰줘야 한다고.. 그래서 관을 꽂는 수술이었다.


마침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가 있던 때라,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휠체어로 병원 내 이발소에 모시고 가서 머리를 다 깎아드렸다. 그리고 의사에게 수술 위험성에 대해 듣고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데, 지금 상황이 치료가 없으면 3개월 정도밖에 못가실 정도로 안좋으실 상태라고... 그럼 수술을 하시면 얼마나 사실 수 있을까. 6개월? 12개월? 손주 보실 때까지는 버티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날은 2인실에서 1인실로 옮겼던 날이라 수술을 마치신 뒤에는 1인실로 오셨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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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댁에 늙어서 아침저녁으로 밥과 약을 줘야 되는 강아지 보리가 있다보니, 삼남매중 한명은 병원, 한명은 부모님댁 한명만 오프 이런식으로 돌아가면서 맡았다. 


빡센 일정이었지만 그나마 형제가 셋이라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나마 부모님께서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셔서 다행이지 만약에 지방에 계셨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나마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그리고 불행이자 다행이었던게 3월 11일 회사에서 만드는 게임에 큰 업데이트가 있어서 그 직전에는 거의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이전에 그 업데이트 준비로 너무 바빠서 구정 휴가를 반납했던 것의 대체 휴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그 덕분에 휴가를 며칠 쓰고 병원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있었다.


언제쯤이었나, 아버지께서 아직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실 때... 본인 몸도 잘 못 가누시면서 우리들에게 빨리 들어가라 그러다 병난다... 하셨던 때가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자식들 걱정을 하시는 모습에 울컥해서 화장실에 가서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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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토요일. 어머니 생신이셨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넘어가는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케익을 사서 병원에서 아버지의 완쾌도 기원하며 같이 잘랐다. 아버지는 기대만큼 즐거워하진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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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 밥을 떠드리면서 이거 빨리 먹고 기운내서 집으로 돌아가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께 아버지와 함께 가정을 꾸려온 집이란게 어떤 의미셨을지.. 무슨 마음으로 그 말씀을 하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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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토요일. 예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서 집안일 해주시면서 병수발도 해주셨던 조선족 아주머니께서 병간호를 위해 와주셨다. 3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다른 일도 하셨다가 중국에도 다시 돌아가셨다가 하셨는데 마침 지금 일도 없으시고 한국에도 와계셔서 와주신것. 마침 그 사이에 요양원 같은데서 병수발하는 일도 하셨어서 몸을 못가누는 환자 수발하는 법을 잘 아셨기 때문에.. 정말 구세주같은 존재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이때부터는 우리가 병원에서 잘 필요는 없이 저녁때 병문안만 가고 보리만 봐주면 되게 되서 한결 수월해졌다.


아버지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같이 받고 계신 상태.


아버지께서는 이때쯤부터 주무시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셨고, 식사량도 줄어들고 목소리가 거의 안나오셔서 의사표현이 힘드신 상태가 되셨다. 의사 말로는 역시 뇌 전이 때문에 마비가 된 것인데, 나중에 치료해도 되니 일단 지켜보자고...


이때문에 결국 이후로 아버지와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마지막까지 얼마나 맑은 정신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다가 가셨는지 알 수 없는게 큰 아쉬움 중 하나이지만... 어쩌면 아버지의 생각을 다 들었다면 그게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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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월요일. 아버지께서 마지막 방사선 치료 가시다가 구토를 하시는 바람에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 폐렴이 될까봐) 석션을 하셨다고. 이날 이후 뭐 드시다가 기도로 들어갈까봐 금식 판정이 내려졌다.

그 이후로 아버지의 다리가 너무 급속도로 야위어가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보리도 갑자기 기침을 엄청나게 해대서 누나가 병원을 데려갔다. 심장이 약해져서 그런거라고... 먹는 약이 더 늘어났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안계시니까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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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의 대화를 보니 아버지께서 '많이 좋아지셔서' 우리를 알아보고 웃기도 하셨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이미 그정도로 많이 쇠약해진 상태셨구나...

어디까지가 암의 영향이고 어디까지가 치료가 힘들어서셨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처음에 비틀거리면서라도 같이 운동하려 걸었던 걸 그리워하게 될 정도로 안좋아지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지라 그때가 그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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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월요일. 코를 통해서 위로 연결되는 관을 넣으셔서 이걸로 식사를 하시기 시작했다. 힘들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못 드실 때 보다는 영양 섭취가 나아지셔서 회복이 좀 더 빨라지시지 않을까...


이날은 아버지 생신이셨다. 큰소리로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외치긴 했는데 알아 들으셨는지 어떠셨는지... 당연히 케익은 자르지 못했다.

비록 좋지 않으신 상태의 모습이시지만 아버지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건 아니시건간에 한장 정도는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주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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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토요일. 이날은 아주머니께서 집에 가시는 날이라 어머니와 내가 병원에서 자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자꾸 잠결에 콧줄을 빼신다고 하시더니 오늘 밤에도 어느새 빼버리셨다. 줄이 길어서 빼는것도 힘드셨을텐데 참...

이때는 이것이 그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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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일요일. 아침에 당직 의사가 와서 콧줄을 끼우는데 너무 괴로워하시더니, 그 다음에 식사를 할 때도 계속 힘들어하셨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간호사를 불러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관이 잘못 들어갔다고... 다시 빼고 다시 꽂았다.

그리고는 간호사가 이럴때에 대비해서 환자의 손에 씌우는 장갑같은게 있다고 알려줬는데...


만약에 간호사가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줬거나 어디서 검색해서 알아냈더라면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셨을까?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더 좋은 일이었을지 어떨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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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월요일. 아버지께서 어제 콧줄 잘못 넣은 것 때문에 폐렴기운이 있으셔서 산소 공급기를 다시고 항생제도 맞기 시작하셨다고. 그렇게 심해보이지는 않으시다길래 나으시겠거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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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금요일. 어머니께서 허벅지에 났던 혹이 점점 아프시대서 병원에 가셨다가, 절제 수술을 받으시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목요일, 금요일에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 아주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었다. 사실 할 일이 많은건 아니었지만...


오후에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 허벅지 혹이 악성 종양일 수 있어서 절제를 안하고 조직검사용으로 떼어내기만 했단다.

아버지도 이런 상황인데 어머니까지 암일 수도 있다고...?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삼남매가 힘을 합쳐서, 서로 미루거나 싸우지 않고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 생활이 앞으로 계속 길어져도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아내는 퇴근 후 어머니 병원에 가고, 나도 저녁 8시쯤에 어머니 병원으로 갔다가 아내와 같이 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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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토요일, 하루 종일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이때 큰삼촌과 큰외숙모께서 문병을 오셨는데, 간만에 손님도 알아보시고 말을 걸면 고개도 끄덕거리시는 것이 지난 며칠에 비해서 많이 좋아지신 느낌이었다. 이제는 암 치료도 다 되었다고 하니 다음주에 열심히 회복하시면 퇴원하실 수 있겠지. 그 다음이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하고 생각했었다.


회사 일이 너무 많은데 이틀이나 반차를 써야 됐기 때문에 작은 노트북을 병실에 들고와서 짬짬히 문서 작업을 했는데, 혹시 아버지께서 그 모습을 보고 서운해하시진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 하루동안 아버지와 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던게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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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일요일. 어머니께서 계획보다 빨리 (절제 수술을 안해서) 퇴원하셨기 때문에 나는 아내와 집에서 쉬고, 누나들이 오전 오후로 아버지를 간호하고 어머니는 잠시 병원에 왔다 가실 예정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는 토요일보다 더 상태가 좋아지셔서 많이 웃기도 하셨다고... 그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서 석션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으셨다고... 마침 딱 어머니께서 오신 직후에 그렇게 되셨다. 혹시 어머니 오실 때까지 버티셨던 걸까... 그런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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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월요일,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오후에 큰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폐렴에 걸리셔서 상태가 많이 안좋으시다고... 의사가 말하는게 아무래도 보내드릴 각오를 하란 말을 돌려서 말하는 것 같다고.


아... 지금 하던 작업을 4월 말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끝내야 되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휴직 후 그날부터 출근하신 분께 하던 작업의 인수를 부탁드리고 (죄송스러운 일이다) 퇴근을 했다.


그리고 병원으로 갔는데, 그때부터 산소 포화도가 갑자기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올 때까지 힘들게 버티고 계셨던걸까?

고압 산소를 계속 넣는데도 포화도가 잘 오르지 않는 상황... 아버지는 눈은 뜨고 계시지만 얼마나 정신이 맑으신 상태이실지... 가족들에 곁에서 가슴을 두드려드리며 코로 깊게 숨을 쉬어보시라고 소리쳤다. 포화도는 내려가다가 다시 조금 오르다가 또 내려가다가를 반복하고.. 결국 부작용을 감수하고 고압 산소의 산소압을 더 올렸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아버지께서 힘드신지 자꾸 눈을 감고 주무시려 하셔서 깨어나서 힘껏 숨 좀 쉬시라고 말하는데, 누나들의 목소리에는 계속 눈을 감고 계시다가 내가 '아빠 눈 좀 떠보세요!' 하니까 눈을 번쩍 뜨셨다. 그 이후로도 몇번을 그러셔서 큰누나가 아들이 그렇게 좋으세요? 딸 서운하게~ 했는데... 평소 아들딸 차별 없이 대하신 아버지셨지만 그래도 아버지께는 막내아들이 조금 더 특별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도 찡하고 그만큼 사랑에 보답해드렸나 싶어서 맘이 아프기도 하고... 물론 그냥 내 목소리가 좀 더 저음이라서 무의식중에 잘 들리셨을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아버지 불렀을때 잠깐 눈 떠서 웃으셨다고도 하는데 나는 그 모습을 못보고 아내만 봤다. 아쉽지만 아내가 대신 봐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리고 아내가 아버지 가슴 두드려드리면서 아버님 눈 좀 떠보세요! 하고 계속 외쳤는데 평소에 그렇게 큰 목소리 잘 안내는 사람이라 그 모습이 또 고맙고 짠하고.. 지금도 생생하게 그 목소리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의사가 어머니와 나를 불러서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안좋아지실 때 어떻게 할지 동의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안좋아지시면 중환자실로 간 뒤 삽관을 해서 인공적으로 호흡을 해야 되는데 그 경우 더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연명하는 것 뿐.. 그리고 더 이상 면회는 불가능하다고. 이미 가족들하고 이야기도 했었지만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어보시길래 나는 아버지 가시는 길 우리가 곁에서 지켜봐드리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리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결국 삽관이나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사인을 했다.


밤 10시쯤 산소 포화도가 80대 중반에서 안정되고, 이 상태면 아마 오늘 밤은 괜찮으실 것 같다고 해서 일단 직장을 쉬기 힘든 아내는 큰삼촌과 함께 집에 들어보내고, 남은 가족들은 교대로 자면서 아버지 상황을 보기로 했다.


아래는 그때 누워서 핸드폰으로 쓴 글. 그대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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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까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셨던 아버지의 상태가 갑자기 어제부터 안좋아지셨다 폐렴이 왔다고 한다

한달전 아버지께서 기억장애가 오셔서 응급실에 왔을때 자꾸 딴소리를 하시는게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움직임은 괜찮으셨는데

약간 비틀비틀하시면서도 부축해서 산책하던 그날을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아버지께 이렇게 해드릴걸 하는 많은 후회가 생긴다

젊은시절 이야기 많이 들을걸

모시고 가까운데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걸

미연씨 운전하시는데 태워드릴걸 대견해 하셨을텐데

좀더 자주 찾아뵐걸

집에도 더 많이 초대해드릴걸

손주구경 시켜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잘해드린 많은 것들도 생각난다

서울대 들어가서 기쁘게 해드린것

환갑선물로 차 사드린것

돈 벌어서 걱정 덜어드린것

결혼하는 모습 보여드린것

미연씨도 함께 가족여행 간 것

결혼기념일 선물로 경주 여행 보내드린것

미연씨가 용돈 많이 드려서 뭐살까 고민하시게 해드린것

입원 전 마지막 검사전에 맛있는것 사드리고 옷 선물 받아온것

그러나 결국 다 내 욕심이고 만족일 뿐 떠나시는 아버지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뭐가 좋으셨고 뭐가 후회되시는지는 아버지만 아시겠지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데 자꾸 주무시려는 아버지

유난히 내 목소리에 반응해서 눈 뜨시는게 맘이 짠하다 사랑받은 만큼 좋은 아들이었을까?

중환자실 치료는 거부했다 더 힘들고 외롭기만 하실 것 같아서.. 힘들더라도 곁에서 가시는 길 지켜드리고 싶다

(아래는 다음날 새벽에 덧붙인 글)

한시간정도 눈을 붙이고 12시쯤 일어났을때 숨쉬는 간격이 점점 길어지시더니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우리가 힘들까봐 밤 늦기 전에 가신걸까

그래도 이제는 아프지 않으실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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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나를 황급히 깨워서 시간을 보니 11시 50분 정도... 갑자기 산소 포화도가 다시 떨어지셨다고 한다. 그러고서는 간호사와 의사를 불렀지만 어떻게 조치할 시간도 없이 숨 쉬는 간격이 점점 길어지시더니 12시가 넘자마자 세상을 뜨셨다. 그래도 고통을 느끼지 않으시고 잠들듯이 가신 것 같아서 위안이 됐다. 미연씨는 같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가시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저녁에는 참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아버지께서 편안해보이셔서 그런지 예상만큼 눈물이 많이 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몸을 만지는데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어서 실감이 나질 않았다.


슬퍼할 틈도 없이 많은 것들을 선택해야 됐다. 잔인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가만히 슬픔에 빠져있는게 더 힘들지도.

병원 짐 정리해서 차에 싣고, 장례식장 결정하고 (그 병원에 딸린 곳으로)

장례식장을 알아보더니 30평대, 40평대, 68평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게 어느정도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검색해봐도 나오는 것도 없고...

그래서 늦은 시간이지만 몇달 전에 상을 당하셨던 지학이형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손님이 많이 올 것 같으면 68평으로 하라고.. 결국 68평도 빠듯했으니 다른 선택을 했으면 큰일날 뻔.


아내도 콜택시 타고 다시 오라고 하고, 친구 상국이와 백현이, 그리고 회사의 경영기획실장님께도 전화하고...

아버지를 안치소에 모셔드리고, 아버지 핸드폰에 있던 사진중에 신분증용으로 찍으신 사진이 있어 그 사진으로 영정 사진을 하도록 전송했다.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이런저런 앱을 설치하고 있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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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장례를 치르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


새벽 3시쯤 이런저런 일이 준비되는 걸 보고 있는데 누나가 내 손님이 오셨다면서 나를 불렀다. 가보니 민이형이 와 계셨다.

아침에 연락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경영기획실장님께서 돌리신 전체 메일을 보고 바로 달려오셨다고. 14년 반쯤 전 만나서 밤낮으로 같이 꿈을 키워나갔던 인연... 좌절도 고생도 성공도 같이 맛본 인연이 정말 끈끈하구나 싶었다.

이때 민이형이 그래도 해볼 수 있는 치료 다 해드리고 보내드린 것만해도 행복한거다 이미 아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늦었거나 형편상 치료도 제대로 못해보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 하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게 정말 위안이 되고. 그 다음에도 잊지 않고 계속 안부 물어주신느게 고맙기도 하고...


지학이형과 종한이형도 아침부터 찾아와주셨고.. 비록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시 고생과 성공을 함께 나눈 소중한 인연들.


아버지의 핸드폰에 등록된 핸드폰 번호들로 아버지의 부고를 전하는 문자를 돌렸다. 그중에 내 핸드폰으로 온 답신 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문자를 받은 핸드폰의 주인께서는 몇년 전 돌아가셨고 지금 문자를 보내시는 분은 그분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의 핸드폰 번호를 쓰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셨다.

돌아가신 분의 핸드폰 번호를 대신 쓰면 참 불편한 일이 많을텐데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했을까...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 동기들이 많이 와줘서 깜짝 놀랐다. 특히 대학 초기에 보고 거의 십년 넘게 보지 못한... 다른 동기들 결혼식에서도 잘 보지 못한 친구들까지 와줘서 정말 고마웠고, 내가 정말 큰 일을 겪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이게 다 갚아야 될 빚이구나, 앞으로 더 잘 해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이날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고맙다, 그리고 다음에는 좋은 일로 만나자.. 였다.


대표님은 첫날 점심에 와 주셨지만 다른 회사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아서 왜지..?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다음날 아침이 업데이트였다. 오늘 밤은 당연히 정신 없겠구만 하고 납득이.. 다음날에 많이들 와 주셨다.


동문 후배인 아영이는 시험보러 부산에 내려가 있어서 무려 어머니께서 대신 와 주셨다. 그렇게 할 것 까지는 아닌데... 너무 고맙고 또 죄송하고.


내 결혼식 때 주례를 서 주시기도 하셨던 고등학교 은사님인 최선영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리니 와 주셨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서 그런지 선생님을 뵙자 마자 눈물이 왈칵 났다. 선생님께서도 나보다 더 어린 나이때 아버지를 잃으셨다는 말씀과 함께 격려를 해 주셨다.


호랑씨, 진숙씨, 장환이형도 간만에 만났다. 호랑씨, 진숙씨가 이제 우리들 셋 다 아버지가 안계시네 하면서 웃었는데, 블랙유머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힘든 일을 겪는게 나만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니 정말 위안이 많이 되었다.


미국에 있는 훈기는 전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더니 이럴때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제일 친한 친구... 그래도 이전에 내 결혼식때 우리 아버지 한번 뵀었으니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첫날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건 내 손님들이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이어져온 나우누리 게임 제작 동호회 (NGM)의 이터니티 사람들. 아직도 다들 게임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체질 어디 안간다고 밤 늦게, 11시 넘어서까지 왔다가 12시가 넘어서 돌아갔다. 그중에 넥스트 플로어 대표인 민규는 화환까지 보내줬고.


화환 하니 생각난 건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동문회에서 깃발이 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쪽 활동은 거의 안했던지라.. 다음에 한번정도는 동문회비를 내봐야겠군 하고 생각했다.


정말 반가운 얼굴들, 인연들을 하루만에 만나게 되니 이게 아버지께서 주시는 마지막 선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외할아버지의 장례식때는 너무나 시간이 더디게 갔는데, 이번에는 내 손님들이 계속 와주셔서 인사를 드리다보니 시간이 금방금방 빠르게 지나갔다. 상주라서 자리를 지켜야 되다 보니 제대로 못 맞아드린게 죄송할 뿐... 특히 혼자 오신 손님은 식사를 혼자 하시게 두자니 정말 죄송스러웠다. 다음에 나도 누구의 장례식에 가면 가능하면 누구랑 같이 가야겠다고 (+봉투에 소속을 같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거나 자주 연락하는 타입이 아닌데 결혼식때나 이번 일때나 이렇게 많이들 와 주시니 무슨 복인가 싶고... 더 잘 해야겠다 다짐도 하고.


둘째날에는 입관을 했다. 대렴을 하기 전에 아버지의 얼굴과 몸을 만져봤는데 너무 얼음장같이 차가워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직후에만 해도 살아계신 것처럼 따뜻했는데...


이틀이 어느새 지나가고, 상국이와 백현이가 같이 둘째날 밤을 새고 아버지 운구에 참석해줬다. (절친으로 6명을 채울 정도로 친구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 젱리 앞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웠고.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원하셨던 대로 화장, 그리고 나무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좋아하시게 수목장으로 하기로 했다. 화장터로 가는데 내가 문득 생각이 나서 '아버지 수술하시고 나서.. 보리가 죽으면 아버지께서 그 충격 이겨내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아버지께서 먼저 가셨네..' 했더니 누나들도 그 얘기 했었다는 얘기를 했다.


화장이 끝나기를 한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 사이에 상국이와 백현이는 돌아가고... 화장이 끝나서 확인하러 가보니 아버지의 뼛조각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뼈의 형태가 남아있는 큰 것들도 있어서 이게 아버지의 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그 뒤 뼈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뒤 상자에 모셔지고, 그 상자는 나에게 전해졌다. 방금 태운 뼈여서 그런지 상자까지 뜨끈뜨끈했는데, 이게 아버지의 온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 추운 아침이었어서 그 열기가 위안처럼 느껴졌다.


수목장을 하는 곳으로 다시 이동해서 좋은 나무 (꽤 비쌌지만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썼던 아버지 한달 약값만도 얼마인데..'하시면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선택하셨다)를 고라서 그 아래에 모셔드리고, 제사를 지냈다. 잘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와주신 손님들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그제서야 비가 펑펑 쏟아졌다.


부모님은 불교셨지만 사실 나는 종교도 없고, 사후세계도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 더 이상 아프시지 않으시다는 사실만은 확실했기에 그게 가장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할 때 자꾸 병원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생각나는건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실이 아버지께서 더 이상 아프시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서 위안이 되기도 했다.


결국 죽음이란건,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래, 건강하게 살다가 잠들듯이 떠나는 축복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저런 회환과 후회를 남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보면, 멋지고 좋은 인생이었다고 생각된다. 아프고 나셔도 결국 직전까지 하고 싶은 일 하시면서 가셨으니까. 아버지께서는 아파서 요양만 하면서 사는 인생을 더 견디기 힘들어하셨으리라.

비록 일찍 가신게 아쉽지만, 인생이란게 누가 더 오래 사나 경쟁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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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공가를 쓰고 회사로 돌아간 뒤, 5월 말까지 휴직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술을 받으시게 될 어머니를 간호해야 되기도 했고, 지난 한달 반동안 회사일과 아버지 간호를 병행하느라 지친 것도 있었고. 그리고 내가 다른 분들에게 넘기고 온 일을 힘들게 하시는걸 옆에서 지켜보는것도 너무 정신적으로 힘든 일로 느껴졌다.

다행히 회사에서 배려를 잘 해주셔서 좋은 방향으로 처리되었다.


작은 누나는 세달간 휴직하기로.


어머니는 검사 결과 종양이 암으로 밝혀졌지만, 다행히 아직 다른데 전이된 부분은 없는걸로 나와서 절제 수술을 받으셨다. 이주간 입원하셨다가 얼마 전 퇴원하셨다. 어머니의 바람으로 병원은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던 병원과 다른 곳으로 선택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느라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너무 몰입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가족들도, 어머니도.


쉬면서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 읽지 않았던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서를 읽었다. 논리적인 책이라서 나에게 잘 맞았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아쉬움들과 슬픔이 있지만, 그 슬픔은 결국 나의 것이지 아버지의 아쉬움도 슬픔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많이 위안이 되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실질적으로 계속 아버지의 빈 자리를 느껴야 하는 어머니께서는 더 많은 허전함을 느끼시리라 생각된다.


작은누나가 아크릴 상자를 하나 맞춤 주문해서, 거기에 아버지께서 평소에 쓰시던 물건들과 사진을 넣어 아버지께서 묻히신 곳 앞에 놓아드렸다. 2008년에 내가 아버지 환갑 선물로 제네시스를 마련해드리고, 그 뒤에 국내에서 출시된 1:18 모델도 같이 사드렸었는데 그 모델카도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 선물이 이런 용도로 쓰일지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제네시스는 부담스러운 크기지만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아끼시면서 타시던 차이니만큼 어머니든 누나든 누군가가 좀 더 타게 될 것 같다.


몇달간 계속된 중압감과 스트레스로 아직 어린 아내도 감정이 폭발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잘 이야기해서 좋은 방향으로 풀린 것 같다.


아버지께서 잘 못해드린 부분이 많아서 후회된다는 이야기를 장모님께 하니 장모님께서 부모에게 자식이란 그런 존재가 아니고, 너희가 행복하게 사는게 가장 큰 효도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


쓰지 않고 두었던 전자액자를 꺼내서 아버지 사진들을 모아다가 넣어서 부모님댁에 켜두었다.

사진을 정리할 때 눈물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여기저기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오셨었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이번 일을 겪은 바가 많아서 휴직을 하자 마자 피트니스(1년)와 PT(35회)를 신청했다.

건강이 최고다..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은 내 건강이 내 것만이 아니라는 것. 결국 내가 건강을 잃으면 아내와 가족,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고 힘들게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면서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잘 하려면 결국 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께서 입원하셨을 때 식사를 못 하셔서 체중이 빠지시는 걸 보고, 지금 한없이 가벼운 내 체중으로는 저런 상황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결국 아플 때 치료를 이겨내고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체중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현재로서 운동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꾸준히 해야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진작에 운동을 해서 좀 더 건강해진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렸다면 기뻐하셨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유효기간인 한달이 거의 되어갈 때 쯤 동사무소에 가서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별 것 없는 간단한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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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에서 마무리 해야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쓰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손이 잘 가지 않기도 했고, 쓰다가도 정신적인 피로가 커서 자주 중단하기도 했고.


나중에 보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 일의 기록을 여기에 이렇게 남겨둔다.


아마 써야지 하고 생각한 것 중에 빼먹은게 꽤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생각나면 보충할지도 모르겠다.


2015.4.26~201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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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2 추가


지난 4년 정도 동안 잡지 톱기어와 스터프를 정기구독했었다.

결혼 전에도 자동차와 새로운 기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같이 봤었고, 결혼 후에도 내가 본 뒤에 아버지께 갖다드려서 같이 보았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작년 말에 두 잡지 모두 폐간되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톱기어 대신 모터 트렌드를 몇권 샀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모터 트렌드를 아이패드로 구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종이 잡지를 샀던 건 아버지도 같이 보기 때문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톱기어, 스터프, 그리고 아버지의 떠남과 함께 내 종이 잡지 생활도 끝이 났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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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2 추가


위에 쓴 내용과도 겹치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떠나신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생각해서 다다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단 아버지는 지금 괜찮으시다. 돌아가셨으니 (그리고 나는 사후 세계를 믿지 않으니) 이제 괴로움도 후회도 아쉬움도 노여움도 느끼지 않으실 것이고, 이건 괜찮다고 표현해도 되리라.

그렇다면,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니 나도 괜찮다.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니 나도 괜찮다.는 말에 대해서는 부연이 좀 필요한데, 예를 들어 생전에 아버지께서 5년정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데 괜찮냐? 라고 말씀하셨다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5년동안 아버지를 뵙지 못하는건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다녀오세요. 라고.


마찬가지 맥락으로,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그래서 더 이상 뵐 수 없는건 아쉽지만,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면 나도 괜찮다.

이게 현재 내가 다다른 결론이다.

Posted by 백승민

요즘 좋아하는 것들. 도 남겨두면 나중에 봤을때 이 시기에 어떻게 살았구나 하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해서 남겨봅니다


일단 첫번째는 식당.



아무래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데이트라는 - 반드시 밥을 밖에서 먹어야 되는 - 의식이 없어지고, 밥도 집에서 해먹다보니 외식에 대한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메뉴는 밖에서 잘 먹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구요.


반면 계속 외식 자체의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식당에 도전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괜찮은 곳이 있으면 반복적으로 가게 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맛, 가성비, 지리적인 접근성 등등을 따졌을 때 좋아하는 곳들입니다. 외식 자체를 예전보다 덜 하다보니 아끼는 식당이지만 몇년에 한번씩 가는 곳도 있습니다.



1.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 정말 비싸서 몇년에 한번씩 가지만 어쨌거나 우와 정말 맛있는거 잘 먹었다! 하는 - 열심히 일하길 잘했어 싶은 보람도 - 느낌은 확실히 주는 곳. 비록 전문가들의 평 중에는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시선도 많은건 알고 있지만요.

아무튼 프로포즈도 여기서 했기 때문에 일종의 상징성만으로도 아끼고 싶은 곳입니다.



2. 라 룬 비올렛

- 와인 + 프렌치가 메인인 곳인데 정말 가성비 최고... 크흑! 요리만으로는 1인당 2만원 정도 하는 곳인데.. 분위기는 조촐하지만 다른 허세력 좀 들어간 식당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음식 내려면 최소 2배의 가격은 필요할듯.

주말 런치 코스는 더 놀라운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홍대라서 접근성이 조금 안좋은 바람에 자주 못가는게 아쉬울 뿐.



3. 라 그릴리아

- 코엑스 입구에 있는 이탈리안 + 스테이크 집인데...

예전에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작년 재개장부터 가성비가 괜찮게 느껴지더니 이번에 값을 한번 인하하면서 상당히 괜찮아졌습니다. 스테이크가 푸짐하진 않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고기 질이 인상적이네요.



4. 치폴라 로쏘

- 여긴 반대로 가격이 슬금슬금 올라가서 가성비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맛있는 곳. 정통 이탈리안이라기엔 조금 그렇고 매콤하고 얼큰한(?) 계열의 파스타같은게 있는데 그게 또 다른데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봉골레 파스타 추천합니다.

역시 삼성동쪽의 매장을 가는데, 평일에는 좀 북적거리고 주말에는 한산. 발렛파킹 2,000원 입니다



5. 죠티 인도 레스토랑

- 충무로에 있는 인도 음식점. 몇달 전 딱 한번 가봤는데, 가격대비 너무 푸짐하게 나오는데다가 다른데서는 그닥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던 사모사가 엄청 푸짐하고 맛도 있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주차도 힘들고 평소에 갈 일이 거의 없는 동네라 ㅠㅠ 언제 또 다음에 가게 될런지



6. 아로이

- 광화문쪽에 있는 태국 음식점. 사무실촌이라 주말에는 그 주변 자체가 한산한데다가 주차도 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맛도 좋아서 그쪽 갈 일 있을 때마다 들르는 곳입니다.

재료는 많이 현지화된 느낌이 나지만 맛은 정통파라 좋아하는 곳입니다.



7. 바오차이

- 예전에 삼성역 근처에 있던 얌차이나라는 딤섬 중심의 식당을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딤섬 메뉴를 안하더니 없어졌죠. 그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몇년 뒤에 을지로점을 만나서 가봤더니 딤섬 메뉴가 그대로! 해서 참 맛있게 먹었는데 그 얌차이나가 이름만 바꾼것이 바오차이입니다... 쓸데없이 히스토리가 복잡하군요.

아무튼 딤섬이 다양하고 맛있는 집이라 좋아하는 곳입니다. 가끔 소셜에도 뜨더군요. 주차도 가능합니다.

딤섬은 몽중헌도 맛있긴 했지만 여기가 조금 더 값이 착해서 좋아합니다.



8. 딘타이펑

- 걍 무난한 체인이지만 아직 샤오롱바오는 여기보다 입에 맛는곳을 못찾은 것 같아요. 국내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꾸준히 좋아합니다. 일단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을지로점.



9. 메콩타이

- 체인이고, 백화점에 위치하고, 태국음식과 베트남음식을 동시에 한다는 컨셉.

여기까지 들으면 '여긴 맛없음' 센서가 켜질만한 조건인데,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던 곳입니다.

대체로 음식이 다 맛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가까운 건대, 주차도 편한 롯데백화점에 위치한다는 입지 조건입니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똠얌꿍에 새우는 푸짐한데 그 외의 재료는 너무 박하게 들어있다는 것. 새우가 푸짐하니 이해해야 되려나요.



10. 스시텐

- 강변역에 있는 작은 초밥집. 집 근처에서 맛있는걸 먹고싶어서 검색해서 찾아간 곳인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인당 만원~만오천원 정도의 가격에 초밥 + 우동 + 양갱 후식이 제대로 나옵니다. 오오 집 근처에 이런 보배로운 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올 일 있으면 강추.



11. 미나미


교대쪽에 있는 메밀소바집인데, 뭐랄까 상당히 일본 전통 소바의 느낌이랄까..?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데 맛있습니다. 단 취향에 따라서는 걍 밍숭맹숭하구만.. 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제게는 강렬하진 않은데 가끔씩 생각나는 그런 집. 값은 좀 비쌉니다. 온 소바 하나가 만원에서 만오천원 사이



12. 권이네 부엌


건대쪽에 있는 소박한 식당입니다. 메뉴는 스파게티와 돈부리... 좀 뜬금없는 조합이죠? 왠지 홍대 느낌.

값은 만원 안팍으로 돈부리 치고는 조금 세긴 한데, 맛이 있는데다가 매일 바뀌는 애피타이저가 제공되기 때문에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크림 리조또 종류도 먹어봤는데 농후한데도 느끼하지 않은 것이 맛있었습니다.

단 매장의 천장이 좀 낮아서인지 상황에 따라서는 좀 어수선하거나 시끄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긴 하네요



----- 혹시 생각나면 보충합니다 -----

Posted by 백승민
관심거리들/Book & Text2015. 2. 23. 22:14

2014목록을 뒤늦게 정리했네요 80권! 생각보단 많이 봤군요


1.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가볍게 읽고 싶어서 다시 한번 꺼내봤다.


2. 크림슨의 미궁

아내님이 헝거게임을 재밌게 보시길래 비슷한 장르(?)의 책으로 추천해준 김에 나도 다시 한번.

다시 봐도 끝까지 흥미진진하고 좋았다.


3. 테스트 주도 개발

올해는 코딩 공부를 좀 열심히 하기로 해서 추천받아 본 책.


4. 화성의 마술사

리디북스에서 저렴하게 팔길래. 20세기 초 일본의 SF단편집인데 뭔가 옛스러운 느낌도 느껴지고 해서 흥미로웠다.


5. 소울푸드

스타 쉐프라는 샘킴(K팝 스타가 생각나네)씨의 에세이. 그닥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닌 느낌.

같은 쉐프가 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팬이라면 볼만할듯.


6. 박찬욱의 몽타주

무명 시절부터 쓴 글들이 실려있어서 좋았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영화광답게 다른 영화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7. 보통의 존재

그냥 제목이 끌려서 봤는데... 책 중간쯤 볼때 까지도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어? 연예인이 쓴 책이었어? 하고 찾아보니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던데...

평소에 이 사람이 하던 음악과 아우라와 연관지으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생판 모르던 사람이 쓴 책으로서의 매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8. 로봇머신X

리디북스에서 직지 프로젝트 책들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길래 받아본 책. 어쨌거나 아시모프답게 볼만했다.


9. 강철도시

역시 직지 프로젝트. 나쁘진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조금... 아쉬웠던 느낌.


10. 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의 음식에 관한 에세이. 예전에 도서관에서 보고 다시 한번 보고싶다 생각했는데 알라딘 헌책방에서 찾아서 기쁘게 사왔다.


11. 불사판매 주식회사

역시나 직지 프로젝트. 제목은 많이 들어봤었고, 앞에 내용을 보다보니 어라 이 내용 낯이 익은데...?

하고 생각했더니 고유성님께서 그리신 만화 버전이 웹에 올라온걸 봤던듯.

아무튼 내용은 설정은 참신하지만 내용은 그걸 못따라가는 느낌.


12.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나이들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충고같은 책인데...

작년에 아버지께서 건강에 안좋은 일을 겪으셔서 지금 필요하신 책이 아닐까 싶어 보게 됐다. 봤더니 괜찮길래 갖다드렸는데 어떻게 보셨을런지.


13. 헤드헌터

리디북스에서 할인하길래 질러본 서스펜스 소설.

작가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인물 설정도 독특했고, 복선을 깔고 그걸 잘 활용하는 점이 취향에 잘 맞았다. 다른 책들도 보고 싶다.


14. Effective C++

역시 코딩 공부용으로. 이걸 이제야 봤으면 안되는건데 하하하


15. 게르마늄의 밤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사온 책인데.. 선정성과 폭력성이 어쩌고 그런 얘기가 써있길래 궁금해서 사왔던건데 기대랑은 좀 달랐다. 작가가 약간 중2병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16. 개를 그리다

올드독님의 애견생활에 대한 사진&에세이집.

따뜻하고 좋은 내용이지만 블로그에서 솔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먼저 알게 된 뒤에 책을 봤더니 편한 마음으로 보기는 좀 힘들었다 ㅠㅠ


17. 종료되었습니다

어느 블로그에서 평이 좋길래, 또 리디북스에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아주 저렴하길래 질러본 책.

신인 작가의 소설이라는데 음... 설정과 도입은 독특하니 괜찮았던데 반해 후반 진행은 좀 허술하고 결말은 더더욱 허술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냥 판타지적인 설정을 무책임하게 남겨두는 것보다는 낫긴 했겠지만...


18. 1001초 살인사건

알라딘 서점에서 업어온 온다리쿠 단편집. 괜찮은 것도 있고 별로인 것도 있지만 온다리쿠의 테이스트는 강하게 묻어났다.


19.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드디어 구입한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의 첫권.

사실 내용은 예전에 봤던 것들이긴 한데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제대로 살려서 출간한 데에 의의가 있겠다.


20. 누군가

미미여사님 책이었는데, 뭔가 완전 하드&리얼한 쪽도 아니고 훈훈한 쪽도 아니고 추리라기에도 좀 그렇고 약간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사실 내용도 벌써 거의 기억이 안남..


21. 외식의 품격

내용의 대부분은 '양식의 xxx한 부분은 yyy한 이유(혹은 유래)로 zzz해야 제대로인데, 우리나라는 aaa한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가 그렇게 잘났나?'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저렇게 정석 따지면서 살면 좀 피곤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어떤게 정석인지를 알고서 변주하는 것과 어떤게 정석인지도 모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책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요리에 대한 내용은 아니지만 요리에 도움되는 바탕 지식도 많았다. 재밌게 봤다.


22. 도미노

역시 헌책방에서 집어온 온라 리쿠. 사건과 사건이 연결되고 연결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연결되는 사건을 따라간다는 요소를 빼면 너무 허술한 느낌. (마치 메멘토에서 시간의 역순으로 간다는 요소를 빼면 남는게 없는 것처럼)

약간 비슷한 구성인 무라카미 류의 라인이 훨씬 좋았던 기억이다


23. 번역에 살고 죽고

리디북스에서 뭐 볼만한거 없나 보다가 충동구매. 일본 소설 번역가이신 권남희씨의 자전적 수필인데, 궁금했던 번역가로서의 생활에 대해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도 이분께서 번역하신 소설을 많이 보기도 했고, 번역 경력이 길어서 국내 저작권법이 허술하던 시절의 얘기도 있어서 더 재밌었다.


24. 25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하루키 수필집 두번째권. 사실 둘다 예전 판본으로 본적이 있는 내용들이긴 했다. 그때는 삽화가 많이 빠지고 지금의 두권이 한권으로 압축되어 있긴 했었지만.

아무튼 다시 봐도 재밌었다. 기분 전환 하고 싶을 때 딱.


26. 70년대 잡지 광고

제목처럼 70년대의 잡지 광고를 모은 책. 81년생인 내가 태어나기 전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생각보다 더 촌스러운 부분도 있고, 생각보다는 더 세련된 부분도 있고 (의외로 후자가 더 많았다) 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 보고 부모님 갖다 드렸는데 재밌게 보실런지


27. 1일 20분 똑똑한 운동

역시 리디북스에서. 제목이 약간 낚시성인데, 마치 '이 책에 나온 운동만 하루에 20분씩 따라하시면 당신도 근육질!' 이런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그동안 갖고 있던 운동 상식중에 어떤게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지식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낚였지만 기대보다 더 맘에 드는 내용이라 기분 좋게 낚였던 책.


28. 생존체력 : 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몸짱을 위해서가 아닌 그야말로 생활에 필요한 체력을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책.

무엇보다 '몸짱'이란 것이 '일반적인 사회인'이 '하루에 한두시간씩' 투자할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현실적인 느낌.

현재 따라하고 있다


29. 미녀와 야구

릴리 프랑키라는 배우겸 화가겸 작가가 쓴 수필집인데 (싸서 샀다), 음... 만화 음주가무 연구소를 봤을때의 느낌..?

이렇게 막가게 사는 인생도 있구나.. 하고.. 황당하지만 재밌게 봤다. 취향은 좀 탈 듯.


30. 작은 별 통신

요시토모 나라의 자서전. 이야기로서도 볼만했고, 중간중간 그 시절의 그림같은게 있어서 한번 보기 괜찮았다. 사실 싸길래 이 기회다 싶어서 샀음


31. 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인데 음... 잘 모르겠다 그냥 흥미로 볼만은 한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잘.


32. 컬트 오브 레고

다양하게 레고를 즐기는 방법들을 소개한 책. 그냥 레고가 좋다면 한번 볼 만 하다 정도? 추천까진 아님


33.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아내님이 갖고 있던 책을 봤다. 드문드문 조금씩 봐서 내용은 잘 기억 안나지만 재밌게 봤음. 부담없이 보기 좋은 책


34. 온라인 게임을 지탱하는 기술

회사에 있길래 공부삼아 본 책. 대충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한번 훑을 수 있어 좋았고, 서버단의 구조를 알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온라인게임 입문자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될듯


35. 어떤 이의 악몽

호시 신이치의 책을 교보문고에서 많이 할인해서 팔길래 와장창 질러봤다.

쇼트쇼트 스토리라고 3~5페이지 정도의 초단편 소설들이 묶인 책들인데, 트위터 140자 소설 느낌도 나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이 아무튼 가볍게 읽기에 이만한게 없다. 각 책들의 개별 소감은 쓰지 않겠지만, 의외로 책을 묶은데에 어떤 테마가 있는지 책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다. SF스러운 느낌 위주의 책도 있고 약간 괴담에 가까운 것도 있고 이런 방식.


36. 절대강좌! 유니티4

유니티를 좀 리서치하려고 읽은 책. 따라하기 위주의 강의인데, 직접 따라해보진 않았지만 유니티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잘 알 수 있어서 괜찮았다.


37/38/39. 의뢰한 일, 안전카드, 희망의 결말

역시 호시 신이치


40.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일본의 유명한 니트족인 사람이 책으로 쓴 글인데, 솔직하게 '나는 일하는게 적성에 안맞는다 빈둥거리며 살고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용이 한심하냐 하면 딱히 그렇지 않고 한번 볼만함. 본인 나름의 철학이 있어서 그걸 잘 정리해놓았는데, 나야 일이 그리 싫지는 않으니 동조까지는 아니지만 공감하는 부분은 많이 있었다.

최근 화두가 되는 공유 경제와도 많이 닿아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무튼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어쨌거나 늙어서 은퇴하면 누구든 니트족이 되니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리디북스 TTS 기능으로 출퇴근하며 들었다.


41. 민감한 동물

호시 신이치


42.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정치적인 책인데... 엄청나게 짧다. 게다가 E-Book으로는 엄청나게 싸다. 해서 한번 사서 읽어볼만한 내용.


43 /44. 최후의 지구인, 흉몽

호시 신이치


45. 해가 저문 이후

스티븐 킹의 단편집. 상당히 괜찮았다.. 나는 스티븐 킹은 역시 장편보다 단편이 좋다.

역시 리디북스에서 사서 TTS로 들었는데, 장르가 공포다보니 TTS로 들으면 맛이 잘 안느껴질까.. 하고 걱정했으나 그리 나쁘지 않았다.


46. 참견쟁이 신들

호시 신이치


47. GOTH

문득 생각나서 다시 읽어봤다. 다시 읽어도 기묘한 뒷맛이 있어 좋았다.


48.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역시 간만에 생각나서 다시. 사람이 사람에게 끌린다는건 뭘까. 같은걸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49. 셰이더 프로그래밍 입문

그래픽스쪽 기초를 좀 다져볼려고 추천받아 읽은 책. 분량이 작아서 훑어보면 순식간이지만 그러기보다는 실제로 따라서 해보는게 좋은듯. 셰이더란게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로군, 하고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50. 마이국가

호시 신이치


51. 중고차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디북스에서 대폭 할인하길래 차덕으로서 한번 사봄.

저자 본인도 중고차 딜러면서 이렇게 까발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중고차 시장의 수익 구조와 꽁수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용적으로도 도움되는 책이고, 다른 직업 세계를 엿보는 재미로도 나쁘지 않았다.

역시 TTS로 들었음


52.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 기업의 스토리 전략'이 부제인데... 여러 회사의 브랜드 스토리들을 모은 책이긴 하다.

그러나 그냥 재미로 읽을만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읽기는 힘든 책. 전략적으로 참고하기에는 이야기의 깊이가 얕고,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 얘기도 많다.


53. 도시형 수렵채집생활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에서 언급된 책이었는데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해서 찾아본 책. 절판 상태였지만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구할 수 있었다.

마치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듯이 도시에서 집 없이 살아가는 법(말하자면 노숙)에 대해서 쓴 독특한 책인데, 그 자체로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만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거리가 있고.. 아무튼 재밌는 책이었다.


54. 카네기 인간 관계론

그냥 쿨타임이 돌아왔다 싶어서 다시 읽은 책. 가끔씩 이렇게 되새겨줘야 할만한 책들이 있다.


55.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특이하게도 시인이 운전의 즐거움에 대해서 쓴 책인데, 그냥 so so. 볼땐 나쁘진 않았지만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56.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하루키 수필집중 한권


57. 정신기생체

집에 있길래 호기심에 보게 된 책. SF인데, 좀 사변적이라는 느낌도 들고... 러브크래프트를 먼저 읽고 봤으면 좀 느낌이 달랐으까 싶긴 하다. 독특한 경험이었지만, 딱 취향은 아니었다.


58. 완전한 수장룡의 날

그냥 꽤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소설. 말고는 왠지 딱히 평하기가 힘들다...

영화도 있는데 영화는 평이 영 안좋은듯.


59. 밤의 이야기꾼들

e-book이 실제 책에 비해 완전 싸길래 리디북스에서 사서 본 책

호러 소설인데, 이미 알려져있는 괴담들을 리얼하게 각색해서 액자 형식으로 넣었다.

각 이야기들도 괜찮았고,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큰 틀의 이야기도 연출이 좋아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60. 음식 칼럼니스트 임동준의 '당신이 몰랐던 음식 이야기'

e-book 전용으로 나온 책인듯.

여성조선에 나온 내용을 편집한 것이라는데, 그냥 가볍게 읽기 괜찮다 정도.

유기농에 대해서,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환경을 위한다는 쪽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61. 이상한 놈들이 온다

퍼플카우로 유명한 세스 고딘의 책. 내용은 많지 않지만, 대중의 종말에 대한 예견이 흥미로웠다. 과연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것도 재밌는 일.


62. 체스 이야기 · 낯선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의 단편 두개를 묶은 책.

둘 다 흡입력이 굉장한 이야기였다. 특히 체스 이야기는 과연 이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나갈까 하는 호기심을 계속 끌고가는 이야기로서의 힘이 있었다.


63. 독고다이

소설가 이기호씨의 에세이 모음.

짤막한 글들이지만 발상의 엉뚱함과 유쾌함, 그리고 그 안에서 은근한 풍자 등이 독특한 맛을 내고 있어서, 즐거움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6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셔터 아일랜드 작가의 단편. 영화 '더 드롭'의 원작이라고 되어있는데, 영화 개봉에 맞춰 일단 이 한편만 e-book으로 따로 출간한 모양. 이 단편이 포함된 단편집도 늦게 따로 출간된 것 같다.

내용이 짧아서 영화화하려면 각색을 많이 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소셜은 그냥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한데, 개라는 장치를 통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솜씨가 좋았다.


65. 춘정 문어발

음식을 소재로 한 연애담 단편집? 정도의 느낌인데.. .귀여운 표지에 속았다!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뭔가 귀엽고 간질간질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실제 내용은 대부분 결혼 후, 혹은 결혼 적령기를 지난 나이대의 남녀들이 주인공인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긴 하지만 또 나름 독특한 맛이 있어서 재밋었다. 왠지 연애와 결혼을 어느정도 겪어본 뒤에 (=환상이 사라진 뒤에?)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듯한 책.


66.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특이하게도 경영학적인 케이스들을 먼저 든 뒤 거기에서 인생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독특한 전개방식이 흥미로웠고.. 귀담아 들을 부분도 꽤 있었던 책.


67. 작은 차 예찬

제목 그대로인 책. 작은 차의 미학과 실용성을 이야기하고, 또 과거/현재에 있던 멋진 작은 차들을 소개한다.

차덕으로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책. 큰 차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든다면 한번 보는 것도 마음을 다잡는데 (& 돈을 아끼는데) 도움이 될지도...


68.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일본 여 작가 4명이 유럽 시골로 식도락 여행을 다녀와서 쓴 단편소설을 엮은 책.

아무래도 서로 다른 작가의 콜라보다보니 이야기에 따라 취향이 많이 갈릴 수밖에 없는데, 역시나. 4편중 2개는 상당히 괜찮았고, 하나는 so so. 하나는 그저 그랬다.


69.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집. 트위터에서 여기에 실린 소설 '언덕에, 두 도시'에 대한 내용을 보고 꼭 읽고 싶어져서 찾아봤는데, 품절이라.. 결국 중고서적에서 구했다.

언덕에, 두 도시는 기대한 것 만큼 강렬한 소설이었고. 영화화도 됐던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도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단순한 호러 소설이라기 보다는 (러브크래프트적으로?)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이 드러나있는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작품이 그랬던건 아니지만)


70.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책..이지만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책.

픽업 아티스트 어쩌고 하는 등신같은 책들보다야..

결혼한 부부에게 더 필요한 책인 것 같다.


71. 메이드 인 공장

소설가 김중혁씨가 공장들을 '구경'하고 쓴 에세이. 그야말로 탐방기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각 공장들의 형태와 특징에 대한 세세한 묘사같은걸 기대했으면 실망할지도.. 작가 본인은 공장 '산책기'라고 부르고 있다.

적당한 호기심 충족도 되면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살아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72.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일본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가 쓴 음식에 대한 수필집. 음식 혹은 재료 하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나씩을 쓰는 구성.

특이한게 이 작가는 어렸을때 엄청나게 편식을 하다가 서른살 너머서를 기점으로 갑자기 모든 음식에 대한 도전욕구로 똘똘 뭉치게 된 사람이라, 대개는 이 음식은 싫어했는데 어떤 어떤 계기를 거쳐서 그 진가를 알게 됐다. 하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이게 나름 독특한 맛이 있어서, 원래부터 좋아했다는 것보다 그 좋아함에 대한 것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 재밌게 봤다.


73.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카페에서 가볍게 볼 책이 필요해서 들고간 하루키 수필집. 이럴때 정말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게 심각하지도, 어렵지도, 또 마냥 가볍지도 않은 것이 딱 적당하다.


74. 누워서 읽는 퍼즐북

한빛미디어에서 파격 세일을 하길래 이런 책도 간만이군 싶어서 산 책. 어렸을 때는 많이 읽었는데.

말 그대로 퍼즐과 해석에 대한 책인데,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겠지만 퍼즐/퀴즈 종류의 책 치고는 저자가 자기 자신을 상당히 많이 드러내는 편이다.

나는 좀 너무 말이 많은데? 싶은 느낌이긴 했다. 특히 교묘하게 독자를 속이는 종류의 퍼즐 해설에서 우리 사회에도 이런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려는 무리들이.. 이런식으로 설교조를 늘어놓는건 좀 너무 오버가 아닌가 싶은 느낌.

그래도 전체적으로 퍼즐의 난이도 선정이 적절해서, 정말 한번에 딱 알거나 도전도 못하고 포기하는게 아니라, 열심히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75. 놀이의 품격

펀샵에서 눈여겨봤던 책이라 도서정가제 전에 한번 사봤는데, 음 이걸 뭐라 해야될까..

보그의 중년 아저씨판? 한마디로 멋지게 인생을 즐기는 법 이런거에 대한 책인데 허세기가 꽤 있긴 했다.

그래도 뭐 새겨볼만한 책이 없진 않다 싶어서 책장에 남겨두기로. 나중에 제대로 중년이 되면 다시 한번 볼까 싶다.


76. 카 북

차덕으로서 눈여겨봤던 책인데 도서정가제 직전 반값에 살 기회가 생겨서 구입.

예쁜 옛날 차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내용 하나 하나를 정독하기엔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대충 훑어가며 관심있는 부분만 자세히 읽었음. 차덕이라면 볼만한 책. 아니라면 비추


77. 악몽

호러 단편집. 표지에 끌려서 샀는데 그렇게까지 취향은 아니었다.


78. 다윗과 골리앗

믿고 보는 말콤 글래드웰.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x가 y할수록 좋다 (돈이 많을수록 좋다, 한반에 학생이 적을수록 좋다 등등)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를 넘어가면 y할수록 나빠지는 시점이 온다는 것. 새겨들을 구석이 많았다.


79. 엄지 연인

헐 정말 반전 없이 이게 끝이야? 싶었던 소설... 지금의 나에겐 허세력이 너무 강하다...


80. 여자 없는 남자들

여자 없는... 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 더 가까울듯한 그런 소재로 묶인 하루키의 단편집. 기대보다 더 괜찮았다.

Posted by 백승민

오늘 아내님을 가로수길에 태워다 주러 가는길에 현대 모터 스튜디오를 발견! 내려주고 오는 길에 혼자 들러봤습니다.


사진은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다른 블로거님들께서 많이 찍어서 올려주셨으니...



일단 주차는 발렛으로 해주더군요. 길가에 대는건 아니고 주차장 입구같은 곳까지는 들어간 다음 맡기면 됩니다. (한번 지나쳐서 골목으로 한바퀴 돌아서 다시 왔네요) 2시간까지 무료입니다. 좋네요



입장하니 엘레베이터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구경하라고 안내해줍니다. 1, 2층은 문화공간, 3, 4, 5층은 자동차 전시입니다.


4, 5층에는 이렇게 LF 쏘나타를 매달아서 아래를 볼 수 있게 해놨습니다. 언더커버가 잘 되어있네요. 언더커버는 살짝 두들겨보니 생각만큼 두껍거나 단단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경량화 때문에 두껍게는 안하나보군요.


블로그에서 보기로는 초기에는 제네시스도 매달아놨던걸로 알고 있는데, 좀 다양하게 붙여놓으면 좋았을 걸 너무 쏘나타로만 도배해놔서 아쉬웠습니다. 차들끼리 비교될까봐 그랬나...


아무튼 전시된 자동차들을 구경해봅니다. 모든 차들에 전원을 넣어놔서, 내비게이션이나 공조장치, 시트 조절 등도 작동시켜 볼 수 있는 것이 좋네요.


5층에는 PYL차량인 i30, i40 (왜건), 벨로스터 터보와 i20 WRC 레이싱카 버전 (실제는 아니고 재현품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이 있더군요.


i30는 당연히 풀옵션일 줄 알고 아내님이 타시는 등급과 비교해보려 했는데, 의외로 거의 같은 등급이었습니다. 썬루프도 없고 시트도 수동... 걍 내렸습니다.


벨로스터는 운전석에 앉아보니 i30보다 인테리어에서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이 나긴 하더군요. 2열에 앉아보니 역시 헤드룸도 레그룸도 좁습니다. 이전에 잠깐 타본 프라이드 2열보다 더 불편한 느낌?

특히 문이 한쪽밖에 없어서 안쪽 자리로 들어가려면 꽤 괴롭더군요. 가운데 컵홀더에 컵이라도 꽂혀있으면... 덜덜

그래도 뭐 2도어보다 편하다는게 의의가 있는 시스템이니 그려려니. 의외로 트렁크는 i30와 비슷한 느낌.


i40는 이전에도 앉아봐서 큰 감회는 없었고.. i20 WRC버전은 조수석에는 마네킹이 있고, 운전석은 앉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롤케이지가 완벽 장착 상태로 탈려면 말 그대로 몸을 우겨넣어야 되네요. 앉으니 버킷시트가 몸을 꽉 조이고..

인테리어는 역시나 경량화를 위해 거의 아무것도 없고, 문도 텅텅 소리를 내면서 닫힙니다.




그 외에 5층 한 구석에는 튜익스 제품들 전시가 있었습니다. 휠들이 예쁘더군요. 아반테 튜익스 휠중에는 흰색도 있던데 개성 표출에 좋을듯.


커피 머신도 있는데 요즘 한약 먹는 중이라 써보진 않았습니다.



4층은 패밀리카 존인가봅니다. 그랜저, 쏘나타 하이브리드 (신형), 싼타페가 있었습니다.


그랜저부터 타봤는데, 언제 타도 이 광활한 2열 레그룸과 트렁크에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기본 등급부터 적용이라는게 놀라운 나파가죽 시트는 관리나 내구성은 어떨지 몰라도 일단 보들보들하니 좋고, 필러와 천장재가 스웨이드란것도 놀랍네요. 근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스웨이드 내장이 2.4 기본등급부터 적용인데 설마 천장까지 스웨이드인게 기본!? 만약 그렇다면 좀 무섭군요 흠.

그랜저 2.4는 정말 그 윗등급을 봐도 아랫등급을 봐도 독보적인 가겨대비 옵션 구성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그랜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위쪽 시야. 앞유리가 너무 아래까지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드네요. x1은 물론이고 i30와도 차이가 큽니다. 아마 시트 포지션이 높아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제일 낮춰도 그닥 개선되지 않고.. 그나마 핸들을 최대한 당기고 의자를 좀 눕히면 좀 나아지긴 하네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그냥 쏘나타보다는 디자인이 좀 더 낫네요. 일단 다른 하이브리드와 달리 배터리를 트렁크 밑에 깔아서 트렁크 공간을 살려냈다는 데에 박수를.



근데 운전석에 타보니 음... 인테리어 질감은 기대보다는 별로였습니다. i30와 별 수준 차이를 못느끼겠던데... 이래서 쏘나타가 신형인데도 쏘나타 2.4와 그랜저 사이에서 고민하면 급은 영원하다는 답변이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기본기나 안전성은 쏘나타가 더 낫긴 하겠지만요.


시트는 특이하게도 파란색이더군요.

흔한 까만색이나 회색이 아니면서도 청바지 이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야 있겠지만, 그닥 예뻐 보이진 않았습니다...



싼타페는 장인어른께서 이번에 뽑으신 차라 구경해봤었으니 소감 패스!

그냥 가격대로 인테리어 질감은 쏘나타와 그랜저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7인승이었으면 3열에 타봤을텐데 5인승이라 아쉽더군요.


4층 한쪽에는 컨셉에 맞게 어린이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3층은 럭셔리 존인지 아슬란과 제네시스가 전시되어 있고, 국내에서 진행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로 찌그러진 제네시스가 더미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아슬란은 예전에도 잠깐 앉아보긴 했지만, 역시 그랜저보다 천만원이나 비싸게 주고 살 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외관 디자인은 더 좋긴 한데, 막상 안에 타보면 급의 차이가 느껴질 만큼 더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그랜저는 나파가죽 시트가 기본 적용인데 아슬란은 옵션이라서 하극상이 일어나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 오늘 앉은 아슬란도 그랜저보다 가죽 질감은 더 거친 느낌이었습니다.

뭐 실제로 타보면 소음이나 승차감 같은데서도 차이는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AVM이 적용된 차라서 한번 작동시켜봤는데, 생각보다 차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왜곡이 심하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세단이라 낮은 위치에서 찍다보니 어쩔 수는 없겠지만요. 실제로 이거 보면서 주차하면 느낌이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랜저 가성비가 좋다보니 아랫급인 LF와 윗급인 아슬란을 다 잡아먹네요.



제네시스는 풀옵션으로 보였는데, 검은색이었습니다. 최고 등급에서만 선택 가능한 퍼플 블랙이나 탠 브라운이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앉아보니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i30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기어봉이 좀 깨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좀 별로다 정도의 느낌. 시트 포지션은 그랜저보다 좀 더 낮은 느낌이고, 센터콘솔도 좀 더 위로 올라와 있더군요.

2열은 그랜저보다는 조금 더 좁은 느낌입니다. 풀옵션이라 2열 시트도 전동식으로 눕힐 수 있었는데 시트가 앞으로 가면서 눕는 방식이다보니 최대로 눕히면 1열 시트를 가장 앞으로 보내도 발을 편하게 펴기는 힘들더군요.

이런 옵션은 제네시스보다는 아슬란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슬란에는 없는 것 같네요.


제네시스는 확실히 고급 세단 답게 구석구석 꼼꼼한 디테일도 돋보였는데, 예를 들어 창문을 오토로 올리면 중간까지는 힘차에 올라가다가 마지막쯤에는 스으윽 천천히 느려지면서 부드럽게 닫힙니다. 설마 이것도 옵션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탄!

반면 시프트 패들 조작감은 좀 별로더군요 약간 싼티가 난달까... 지금 i30도 수동으로 기어 업다운 할 때 너무 조작감이 두리뭉실해서 불만인데 이런 부분은 아직 BMW에 못미치는 것 같네요.


아무튼 풀옵션은 좀 오버고 깡통 가까운 등급에 AWD추가해서 부드럽게 몰고 다니기는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묵직한 차를 스포츠 세단으로 광고해서 괜히 욕을 먹고...


3층 한쪽에는 제네시스의 우드트림과 인테리어 소재을 나열해놨더군요.



그리고 2층에는 자동차 관련 책들이 있고 한쪽에는 폴바셋 카페가. 잡지를 조금 보다가 나왔습니다.


1층에는 별거 없었구요.


발렛은 나가서 출차 요청하면 10분정도 걸려서 차를 꺼내주고 (주차타워라 오래 걸리는듯) 그동안 매장 안에서 기다리다가 나가서 받으면 됩니다.



아무튼 주차도 무료에 편하고, 영맨들이 귀찮게 안해서 차도 천천히 구경할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차가 나오면 한번쯤 가볼까 싶기도 하네요.

미리 예약 하면 차 시승도 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신사쪽에서 그닥 운전하고 싶지는 않아서 어떨런지. 으음.


Posted by 백승민

12월 2일 밤, 엉뚱하게도 회사에서 철야하던 중에 프라이드를 시승했습니다.


뭔소린가 하면 사연은 이렇습니다. 다음날 대규모 패치가 있어서 철야 작업중이었는데, 제 작업이 남은건 아니었지만 QA에서 테스트를 하다가 무슨 버그가 발견될지 몰라서 사인오프때까지 대기는 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밤 11시가 넘어서 더 코딩을 하기엔 너무 지쳤고, 그렇다고 잠깐 자러 갔다가는 아침까지 뻗을 것 같고..


하던 차에 며칠 전에 쏘카에서 받은 2시간 무료 쿠폰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나 해서 회사 주변을 검색해보니 당장 빌릴 수 있는 프라이드가 한대 보이네요. 기왕이면 레이를 몰아보고 싶었지만 프라이드 역시 처음 접해보는 차니 이게 어디냐 싶어 당장 예약. 그리고 같이 철야중이던 차덕 동료분과 함께 한시간정도 드라이브를 즐기고 왔습니다. 코스는 강변북로와 올림픽 대로 위주였습니다.


아내님이 타고 계신 i30 신형 (PYL등급, 정가 1,895만원)과 많이 비교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해치백 모델이고, 가격표를 보니 1.4 MPI 디럭스 등급 같습니다. 1,501만원이군요. 대충 봤을때도 불편하지 않게 옵션이 잘 들어가 있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탈 당시에는 몰랐던) 열선 스티어링 휠까지 들어가있는데 이건 놀랍군요.


사실 타던 당시에는 1.4인지 1.6인지도 몰랐는데, 수동 변속을 해보니 4단까지밖에 안올라가는걸 보고서 1.4인걸 확인했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옵션은 잘 갖춰져 있고, 인테리어 품질도 괜찮습니다. 센터페시아에 엉뚱하게 뻥 뚫려있는 수납공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구요.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좀 아쉽습니다. i30는 앞유리가 많이 누워있지만 꽤 높이까지 올라와서 시야에 불편함이 없었는데, 프라이드는 누워있기만 해서 좀 답답한 느낌입니다. 실제 운전에 불편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후방 시야도 보이긴 하지만 2열 헤드레스트에 많이 가려서 좀 답답하고, 사이드미러도 작아서 시야가 제한적인 느낌이었습니다.


2열 공간은 꽤 괜찮네요. 운전석을 제 기준으로 맞춰놓고 2열에 앉으니 무릎 공간이 꽤 남습니다. 좌우는 좁으니 5명 앉기는 힘들겠지만, 4명까지라면 뭐 무리없이 타고다닐 수 있을듯. 장거리에서의 편안함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요.


트렁크도 i30보다 약간 좁지만 납득할만한 공간이구요. 단 커버에 의해서 2단으로 나뉘어있는데 그 아래 공간이 참 애매해서.. 그냥 바닥을 낮춰서 1단에 가깝게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2열 폴딩때 수평이 되게 맞춘건진 모르겠지만요.



좌석을 몸에 맞추고 출발해봅니다. 현대기아차답게 조금의 굼뜬 느낌도 없이 탁 튀어나가주네요. 1.4엔진에 4단 변속기지만 이 차를 경쾌하게 몰기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강변북로로 차를 올려서 엑셀을 꾹 밟으니 기대보다 가속이 더 잘 되는군요. 실용적인 속도 구간에서는 별로 모자람이 없고, 그걸 조금 넘는 속도에서도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생각보다는 가속이 잘 됩니다. 다만 엔진 자체가 파워풀한건 아니고 기어도 4단이다보니, 가속을 좀 할라치면 기어다운과 함께 상당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엔진음을 감수해야 되긴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가 차를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가속감이랄까요.


아무튼 1.4엔진에 이정도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속력이고, 1.6GDI면 상당히 잘 나가겠다 싶네요.

1.4 디럭스와 1.6 럭셔리가 겨우 8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엔진 말고도 옵션이 더 붙어서 1.6으로 가는 유혹이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다만 1.6은 시작 가격이 1,581만원이라서 이쯤 되면 준중형과 비교를 하게 된다는게 함정이겠죠. (준중형보다 가벼우니 더 잘 나가긴 하겠지만요)


스티어링 휠은 MDPS 방식이고, 중앙 부분에서 유격이 좀 느껴지지만 아반뗴 MD를 몰아봤을 때 정도는 아닙니다. 아반떼와 i30의 사이정도 되는? 아무튼 별로 불편은 없었구요.


브레이크는 급정차를 안해봐서 뭐라 평하긴 힘든데.. 고속에서는 생각보다 브레이크를 좀 더 꾹 밟아야 차가 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게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제가 몰던 차와 브레이크 페달 셋팅이 다르다는 느낌에 가까웠어서.. 일단 판단 보류입니다.


서스펜션 안정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i30의 세련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아반떼 MD 느낌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어느정도 고속으로 올려도 딱히 휘청거리거나 불안함을 주지 않는 셋팅이었습니다.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방음과 승차감. i30와 비교해볼 때 여기서 가장 급의 차이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주행때 노면 소음이 너무 올라옵니다. 60~80km 사이의 주행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우웅~ 하는 느낌의 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지는 느낌. 장시간 운전시에는 은근히 피로가 클 것 같았습니다. 제가 타는 두 차도 결코 조용한 차는 아니지만 이정도로 스트레스가 되는 느낌은 아닌데 말이죠.

승차감은 참 미묘한 부분인데, 충격이 크게 오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런데 노면의 자잘한 요철 상태가 엉덩이에 그대로 진동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라서 이게 참 불쾌했습니다. i30 구형의 경우 너무 충격이 그대로 오는 셋팅이라 좀 감이 안좋았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지만 아무튼 불편하네요. i30 신형의 경우 이런 느낌이 없습니다. 아무튼 느낌일 뿐이니 뭐라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오래 타고 있고 싶지는 않은 승차감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하자면 기본기는 나쁘지 않고 공간, 옵션은 좋음. 그러나 방음과 승차감 때문에 절대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님. 시내 주행용이나 1인 위주 승차용으로는 괜찮을 것 같고 그 외에는 좀...

아무리 옵션을 넣어도 방음과 승차감이 개선되진 않을테니.. 낮은 트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서 경제적으로 탈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고, 그 이상으로 갈거면 i30 재고할인을 노려보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재고할인이야 약간 로또성이 있으니 1대1 비교는 힘들겠습니다만.


그러나 막상 산다면 어떤 등급으로 살까 생각하니 이것도 참 딜레마긴 하네요.

디럭스 등급부터는 아까 얘기했듯이 1.6으로 가는 유혹이 강해지고, 그 아래인 스마트 스페셜 등급에 자동 변속기, 열선 시트를 넣으면 1443만원인데 디럭스와 60만원 차이밖에 안납니다. '그럴바엔'심리를 자극하는게 현대기아차의 가격표 전략이라 그렇겠죠.

아예 깡통 등급에 자동 변속기만 넣거나, 조금이라도 더 싼 세단형으로 가는것도 생각해볼 것 같구요.


눈에 보이는 부분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좀 더 방음 승차감 등의 기본기를 좋게 해줬다면 참 괜찮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간 국내에서 안팔릴테니 하하 ㅠㅠ

르노삼성차 보면 후드 인슐레이터를 옵션으로 넣어놨던데 그런식으로 방음 옵션과 스포츠 서스펜션 옵션 (이건 TUIX에서도 종종 있죠)같은걸 넣으면, 돈이 있지만 취향상 작은 차를 타고 싶은 사람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냥.. 돈 있으면 준중형으로 가세요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의 자세인 것 같구요.




아무튼 힘든 철야중에 잠시 짬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참, 쿠폰 사용이라서 대여료는 들지 않았지만 주행거리에 따른 기름값은 내야 되서 52km에 9,880원을 지불했습니다. 2시간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1시간쯤 탔으니 시간당 요금 5,630원 (생각보다 싸군요) 을 포함하면 원래는 1만 5500원 정도 냈어야 됐겠군요.


카 셰여링용이지만 차 상태는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컵홀더에 졸음 방지용 껌이 있어서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구요.

Posted by 백승민
관심거리들/Game & Play2014. 11. 28. 22:56

얼마전에 구글 카드보드 (Google Cardboard)를 구입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골판지와 플라스틱 렌즈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꽂아서 쓰는 가상현실(?) 기기입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오큘러스를 한대 사서 체험해보긴 했지만, 가격이 워낙 싸길래 어느정도 되나 궁금하기도 했구요.

또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처럼 평소에 이런 기술을 접해보기 힘드신 분들께 체험시켜드리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샀습니다.

쇼핑몰을 잘 찾으니 배송비 포함 8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더군요. 오픈소스의 힘이죠.. 허허


일단 간단한 소감은, 핸드폰의 성능에 많이 좌우되긴 하겠지만 (저는 넥서스5) 생각보다 좋다! 입니다

오큘러스에 비해서는 밀폐성이 문제인지 시야각이 문제인지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오큘러스 1세대에 비하면 화면 품질은 오히려 좋습니다. 생각보다 안경 쓰고도 별 불편한이 없구요.


회사에도 들고가서 몇분께 시켜드렸는데, 외형 보고 비웃으시던 분들도 써보고는 '헐 생각보다 제대론데!?' 하고 깜짝 놀라시더군요.


아쉬운 점이라면 각도 회전 + 버튼 하나 + 음성 정도밖에 조작을 못하고, 앱을 교체할 때 스마트폰을 뺐다 끼웠다 해야 한다는 점.

스팀 빅픽쳐 모드처럼 앱 시작 종료 조작까지 고개 회전으로 할 수 있는 모드가 있음 좋을텐데.. 개선되리라 기대해봅니다.



카드보드용 앱은 생각보다 많긴 한데, 평균 퀄리티는 높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괜찮은 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플레이 구글에서의 추천 검색어는 Cardboard 혹은 VR 입니다.)


그래서 제가 깔아보고 걸러내고 남긴 앱들의 목록을 올려봅니다



1. Polygonal RollerCoaster VR (999원)


롤러코스터 앱입니다. 오큘러스에서 제일 감명받은게 롤러코스터라서 이번에도 롤러코스터 앱부터 찾아봤는데, 많이 나오긴 하지만 쓸만한건 별로 없습니다. 그래픽은 좋은데 속도감이 없거나, 속도감은 있지만 가감속이 리얼하지 않아서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근데 이 앱은 그래픽은 단순하지만 롤러코스터의 높이올라가는/낙하하는/속도감 있게 이동하는 느낌이 가장 잘 살아있습니다.

유료이고, 코스가 좀 짧은게 아쉽지만 999원의 가치는 한다고 봅니다.



2. Roller Coaster VR (무료)


속도감은 위의 앱에 비해서 약간 약하지만, 무료이고 그래픽도 좋은, 골고루 빠지는 데가 없는 롤러코스터 앱입니다.



3. Crazy Swing VR (무료)


바로 위의 앱과 같은데서 만든건데, 크게 붕붕 돌아가는 놀이기구 체험입니다. Roller Coaster VR에 비해서 속도감도 좋고 신납니다 강추!



4. Vanguard V Google Cardboard (무료)


시선 이동만으로 하는 게임인데 상당히 고퀄리티입니다. 팬저 드라군과 비슷한 게임이라고 보시면 되구요.

게임으로서 엄청난 재미가 있는건 아니지만 VR로 하는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지금은 1스테이지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정식 버전이 유료료 나오면 사주고 싶네요



5. DebrisDefrag for Cardboard (무료)


시선으로 조준한 뒤, 버튼을 눌러서 운석을 파괴하는 게임입니다.

오래 즐길만한건 아니지만 워낙 직관적이고, 입체감이 괜찮기 때문에 처음 접해보는 사람에게 체험용으로 시켜주기 좋습니다.



6. Piloto 360 (무료)


지도 프로그램의 스트릿뷰 처럼 360도로 (정확히는 바로 아래쪽 제외) 찍은 짧은 영상입니다.

오토바이 시합 한바퀴 도는 것 체험이구요, 길지 않기 때문에 한번 볼만합니다.



7. Glitcher VR (무료)


카드보드를 다른 앱들과는 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한 참신한 앱입니다.

스마트폰 뒤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뒤 거기에 필터를 먹여서 바로 화면으로 보여주는 앱입니다.

카메라 화각이 시야와 같을수는 없으니 당연히 맨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지만, 아무튼 한번 체험해보기에는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현재 찾은 것들 중에는 이정도가 괜찮은 것들이네요


아직은 오래 즐기기보다는 잠깐씩 체험해보기 좋은 것들밖에 없는게 한계점 같습니다.


더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Posted by 백승민
관심거리들/Car & Travel2014. 10. 19. 19:51

기회가 되서 신형 C클래스를 시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려는건 아니고 주변에 사시려는 분이 계셔서 곁다리로..


아방가르드 등급 가솔린과 디젤로 시승했구요. 1.8터보와 2.2터보고, 가격은 각각 5,420만원과 5,650만원.



[외형/실내]


지난번에 매장에서 봤을때도 느낀거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낫습니다. 무엇보다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모델이나 구형 C클래스에 비해 훨씬 커보인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 지인분께서도 작아서 운전이 쉬우면서도, 품위도 있는 차를 원하셨기 때문에 딱이라 생각해서 추천해드리기도 했구요.


인테리어 디자인도 좋고, 소재도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버튼류에 알루미늄을 팍팍 써서 고급감이 있네요. 다만 도어 트림에서 손으로 만질 일이 별로 없는 위쪽은 생각보다 거친 플라스틱 느낌이 그대로 느껴져서 조금 의외기도 했습니다.


뒷좌석 레그룸은 꽤 넉넉하네요 3시리즈는 안 앉아봐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x1보다는 넓습니다.



[옵션]


아방가르드보다 낮은 깡통 트림이 있긴 한데 가솔린만 있고 주력인 디젤은 아방가르드부터군요. 철저한 깡통 모델을 4천만원대 초반부터 깔아놓은 BMW와는 대조적인 전략입니다.


물론 가격이 비싼만큼 옵션은 꽤 호사로워서 놀랍긴 했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이 있다기 보다는 기본 기능을 호화 버전으로 넣어놨다는 느낌..?


예를 들어서 좌석에는 4방향 전동식 럼버 서포트도 모자라서 허벅지 받침도 전동식으로 조절. 메모리 시트는 3개까지 저장. 게다가 조수석도 동일 사양입니다. 창문 올리고 내리는 스위치는 운전석에서는 당연히 4개 다 오토, 그것도 모잘라서 각 좌석에 달린 스위치까지 오토로 작동되네요. (제 차는 어땠더라...? 조수석에 앉을 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확인은 못해봤는데 어디서 본 걸로는 핸들 조절도 전동식이었던것 같은... 평면 미러를 고집하는 BMW와 달리 끝부분이 광각 처리된 미러에다가 사각지대 경보 기능같은것도 있고... 


뭐 굳이 이런데다가 돈을? 이런 느낌도 안드는건 아닌데 역시 호사스러우니 마음이 풍요로워지긴 하네요. x1 23d보다 정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걸 생각하면 배가 좀 아프기도... ㅠㅠ (할인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이지만요)


내비 성능은 BMW보다 나은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터치 스크린이 안되고 (BMW도 안되죠) 휠과 터치패드가 공존하는 컨트롤러는 i-Drive보다 더 혼란스럽습니다. 뭘 어떻게 쓰는건지 헤맴의 연속... 익숙해지면 편하려나요.

그리고 요즘 벤츠에서 미는 플로팅 형태의 모니터는 아무래도 싸제 태블릿 매립같아서 좀 그렇고.. 무엇보다 베젤이 너무 두껍네요. 그리고 모니터때문에 따로 스마트폰을 거치할 위치도 좀 애매해보이는 것도 약간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 안되는 점은 뒷좌석의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다는 점!

뒷좌석 가운데에도 분리식 헤드레스트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외입니다. 그냥 조수석 메모리 시트 기능 같은거 빼고 이런거 넣지.. 싶기도 하구요.

물론 쇼퍼드리븐 차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너의 즐거운 드라이빙이 주 포인트인 3시리즈도 아니고 베이비 S클래스라는 애칭을 가진 C클래스인데... 이 구성은 좀 아쉽긴 합니다.



[성능]


와인딩까지는 아니지만 시내와 고속화도로에서 주행을 해봤습니다

그러고보니 가솔린 터보 차량은 처음 타보네요.


일단 첫 인상으로는, 가솔린은 생각보다 시끄럽고 디젤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물론 비교하자면 디젤쪽이 조금 더 시끄럽지만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N/A가 아니라 터보라서 차이가 줄어든 것이겠죠 아마. 어쨌거나 양쪽 다 BMW디젤보다는 확실히 조용합니다 ㅠㅠ


디젤은 역시나 저RPM 토크가 인상적이네요. 슬쩍슬쩍 밟아줘도 붕붕 잘 나가고, 세게 밟으면 세차게 나갑니다. 으잉 이게 170마력에 제로백 8.1초밖에 안된다고? 하고 생각될 정도로 체감 성능이 괜찮더군요. (더 고성능에 제로백도 빠른 차처럼 느껴졌다는 뜻)


가솔린은 끝까지 풀엑셀로 밟으면 잘 나가긴 하는데, 역시 평상시 운전에서의 여유는 디젤에 못미칩니다. RPM을 올려줘야 제 성능이 나오는 가솔린 특징이기도 하겠고 배기량이 작아서 그런 것도 있겠죠.


딱히 성능을 극한까지 짜내면서 주행할 것도 아니다보니 디젤의 체감 성능이 더 좋고 마음에 들더군요. 소음 진동도 이정도면 큰 차이 안느껴질 것 같고, 차량 가격 차이는 연비 + 가솔린보다 나은 감가상각으로 보상될테고. 무엇보다 가솔린은 잦은 주유와 고급유를 찾아다니는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제 지인분도 디젤로 결정하셨습니다)

실제로 디젤이 더 수입량이 많아서인지 색상 선택지도 많고, 출고도 빠르다고 합니다.


다만 가솔린쪽이 제로백도 빠르고 무게도 100kg쯤 더 가볍다고도 하니 운전 재미를 원하면 가솔린이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가솔린 디젤 공통으로 주행성능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x1비해서는 한결 부드러운 셋팅이면서도, 한겹 부드럽게 걸렀을 뿐 노면의 상태를 다 전달해 주는 것이 역시 독일차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조금 급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해도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반 주행에서는 특별히 안정적이라는 느낌까진 잘 안들긴 했는데... 중간에 기회가 되서 속도를 조금 많이 내보니 이래서 벤츠의 고속 안정성을 먹어준다고 하는구나 하고 실감이 되더군요.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와인딩에서 재밌게 탈 차라기보다는 저속이든 고속이든 항상 불안감 없이 탈 수 있는 차? 이런 느낌. 벤츠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겠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


디젤 트림 기준으로 BMW보다 천만원 더 이상 비싸게 시작하는 가격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옵션, 동급에 비해 커보이는 & S클래스의 축소형인 외형... 이 모든게 '우리는 3시리즈, A4와 동급이 아니라 반등급 위다!'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 주장에 동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차의 가격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겠습니다만...

적어도 차 자체로 보면 정말 잘 만들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시승 끝내고 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살짝 씁쓸함과 부러움이 남기도 했지만 뭐 직접적인 경쟁 차량도 아니고 제 차는 이제 나온지 5년이 되어가는(구입한지는 3년), 내년에 풀체인지되는 구형이니까... 모든 면에서 심하게 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니겠나 생각도 하고 그랬던 시승이었습니다.


아무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Posted by 백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