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듯한) 카 쉐어링. 얼마전에 보니까 렌트카 업체도 뛰어드는 것 같고...
자가용을 완전 대체하기야 힘들겠지만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나같은 차덕에게는 (차종이 많이 제한되긴 하지만) 부담없이 여러 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요즘 아내님이 면허를 따신 덕분에 세컨카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기도 해서, 한번 예전에 회원가입해놨던 그린카로 아반떼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집에서 5분 거리인 곳에 그린존이 있길래 조회. 차종은 아반떼와 레이가 있길래 일단 아반떼로 해봤다.
시간은 최소 단위인 1시간, 요금은 기본요금 6,000원 + 주행거리(km) * 190원. 대충 만원 안쪽으로 편하게 한시간동안 시승할 수 있다면 괜찮다 싶은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는 9,600원 나왔음)
------- 그린카 탑승 -------
대충 예약 시간 5분 전 쯤에 맞춰서 해당 건물의 지하 2층 주차장으로 가 보았다. 근데.. 안내에는 지하2층의 그린존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넓은 주차장에 아무 안내도 없다! 일단 어찌어찌 헤매다가 레이를 찾긴 했는데, 딱히 그린존같은 곳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도 아반떼는 없었다. 이런. 딱히 지정 자리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하 2층 아무데나 세우면 되는 시스템인 모양.
발품 팔아서 찾는건 포기하고 그린카 앱의 스마트키 기능을 이용해서 위치 알림을 이용. 몇초 후에 저 멀리서 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이런 기능이 지원되서 다행... 아니면 정말 한참 헤맬 뻔 했다.
당연히 스마트폰에서 차로 전파를 쏘는건 아니고 중앙 서버를 이용해서 통신하는 거던데... 그럼 차가 항상 서버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인건가? 자세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 요즘 현대차에 붙는 UVO같은거랑 비슷한건가..
차 문의 카드에 카드를 대니 문이 열린다. 오오...
주행 시작하기 전에 타이어와 외관 상태를 확인해야 되는데, 내 경우엔 타이어는 멀쩡했고 앞쪽 좌위 휀다와 범퍼에 기스가 있길래 사진으로 찍어서 안내된 번호로 보냈음. (안보내면 나중에 덤탱이 쓸 가능성이 있다고..) 딱히 문자 보냈다고 답장이 오진 않는다. 그냥 나중에 트러블 생겼을 때 처리를 위해 로그를 남기는 정도인듯.
아무튼 이렇게 차 찾기 + 차 상태 확인하기에 시간이 생각보다 들어서.. 한 10분 정도는 여유를 두고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아반떼는 F/L 전 모델이었고 가솔린이었는데, 완전 깡통까지는 아니고 그냥 실용적인 트림 정도의 느낌. 시트는 직물에 수동. 의자는 펌프식으로 상하 이동이 가능하고, 핸들은 텔레스코픽까지는 안되지만 틸트는 가능. 에어컨은 오토고 지니맵 내비게이션이 매립되어 있었다. 후방 카메라는 없고 후방 경고장치는 있음. 2년만에 후방 카메라 없는 차로 주차하려니 조금 긴장되긴 하더라... 사이드미러 감도 내 차랑 다르고.
내비게이션은 TMap만 쓰다가 간만에 반응 엄청 느린 내비라서 적응도 안되는데다가 인터페이스도 생소해서 쓸 엄두가 잘 안났는데, 다행히 현재 지점 (=반환 지점)이 목적지로 찍혀있어서 걍 그 상태로 돌아다니다 왔다.
차 상태는 깨끗하긴 했는데, 약간 퀴퀴한 듯한 냄새가 나긴 했다. (아주 괴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여럿이 타는 차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듯.
------ 아반떼 MD 시승기 -----
일단 내 운전 경력을 간단히 적어보면, 아버지의 구형 쏘렌토로 운전을 배웠고, 구형 i30 2.0을 2년 반 정도 몰다가 x1 23d를 2년쯤 몰아본 상태. 그 외의 차는 거의 운전해본 적이 없고 1.2리터 클릭을 몇번 몰아본 정도다.
즉 내가 몰아본 차들 중에 '승차감 위주로 셋팅된'차는 하나도 없다는 것. 이게 내 운전 경험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아반떼를 몰아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승차감 좋은 승용차란게 대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 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세컨카는 x1하고 좀 다른 장점이 있는 차를 골라보고 싶기도 했고.
또 클릭을 제외하면 다 2리터대의 차다보니, 준중형 주력인 1.6리터가 어느정도인가 보고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오래 체험해본 차들이 i30하고 x1이라서 비교를 많이 할텐데 당연히 아반떼와 x1을 1대1로 직접 비교하는건 아님. 그렇지만 뭐 x1이 가격이 비쌀 뿐 크기에서는 아반떼랑 비슷한 급이다보니 비교할 수 있는 부분도 많긴 하다.
x1을 1년쯤 몰다가 간만에 다시 구 i30를 몰았을 때, 핸들, 페달, 깜빡이 스위치 등등 모든 것들이 다 장난감처럼 너무 가볍게 딸깍거려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아반떼는 생각보다 그 정도가 덜하다. 핸들도 페달도 깜빡이 스위치도 x1정도로 묵직한 건 아니지만 장난감같은 조작감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다만 센터페시아의 에어콘 조작 버튼 같은건 여전히 가벼워서 조금 개선의 여지가 있을듯. 인테리어 품질도 확실히 i30에 비해 좋아졌고... 어쨌거나 이런 부분은 많이 좋아졌구나 하고 실감. 인테리어 부분은 가격 생각하면 불만 없음.
인테리어에서 유일하게 i30에 비해 하향됐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컵홀더. 왜 컵홀더 안에 컵을 잡아주는 장치가 i30에는 있었는데 사라진 것인지... 의외로 없어도 안불편하다거나 뭐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뒷자리도 까놓고 말해서 x1보다 넓다. 운전석을 내가 운전하기 편한 자세로 맞춰놓고 (나는 시트를 낮춰놓고 등받이를 좀 세워놓는 편이긴 하다) 뒷자리에 앉으니 173cm인 내가 앉았을 때 앞좌석하고 무릎 사이에 한뼘이나 남는다. 얼마전 매장에서 크루즈 구경했을 때도 뭐 뒷자리 괜찮구만! 하긴 했지만 확실히 아반떼가 더 넓은건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x1이나 크루즈, 구형 i30에 비해서 등받이가 뒤로 많이 누워있어서 편한 느낌.
트렁크도 x1에 비해 별로 꿀릴 것 없어 보이고. (높이도 엄청 높다) 이러니까 잘팔리는구만 하고 실감은 난다. 해치백이 왜 잘 안팔리는지도 알겠고. 공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굳이 중형으로 갈 필요성이 별로 안느껴질듯.
콘솔박스야 뭐 i30때도 x1보다는 컸으니 그보다 더 큰 아반떼야 말할 것도 없고.
차 디자인상 시야가 확실히 안좋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운전히 대단히 불편할 정도냐 하면 뭐 또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 x1도 후방 시야는 별로기도 하고. (i30은 좋았었다)
차 안에 매달려있는 키로 시동을 걸어본다. 음. 가솔린 치고는 생각보다 진동이 꽤 느껴진다. GDI라서 그런가? 물론 디젤에 비하면 엔진소리는 작긴 하지만, 아이들 상태에서 오는 진동의 불쾌감은 x1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는듯. 진동의 크고 작음이 문제라기 보다는... 그냥 솔직하게 덜덜덜 거리는게 아니라 좀 울렁거리게 흔들리는 느낌이 안좋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예전에 SM5 (L43) 조수석에 탔을때도 느꼈던 적이 있는 감각이긴 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서스펜션이 무르다보니 규칙적인 엔진 진동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차체 자체가 같이 좀 흔들려서 그런게 아닐까 싶긴 하다.
그래도 진동은 엔진이 열을 좀 받으면서 나아지긴 한듯.
i30가 그랬듯이 현대차는 왼쪽 사이드미러도 광각인데 (쉐보레는 어떤지 모르겠다), 왼쪽 미러가 평면인 x1 타다가 간만에 타보니까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된다. i30에서 x1탔을때도 한참 고생했는데... 적응이란 참. 아무튼 넓게 보이는게 확실히 편하긴 한듯.
건물 밖으로 나와서 강변북로를 타고 좀 돌다가, 워커힐 앞 길로 가서 시내를 좀 돌다가 돌아왔다. (총 주행거리 19km)
다음은 주행하면서 느낀 점들
- 집에서 강변 북로로 나갈때 U턴하는 구간이 있는데, x1으로 하던대로 돌았더니 차가 좌우로 휘청휘청. 조수석에 앉은 아내님도 평소의 그 느낌이 아니라는걸 알고 헉 했다. ㅎㅎㅎ. 이게 무른 셋팅의 서스펜션이구나 하고 처음부터 실감. (i30도 승차감이 안좋아서 그렇지 이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 1.6리터지만 가속에는 전혀 답답함이 없었다. i30 2.0하고 별 차이 없는 느낌? (최대 마력도 거의 동일했던 걸로 기억) 물론 맘먹고 풀엑셀 밟아도 차가 튀어나간다는 느낌까지는 안들었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려주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뭐 실용 영역에서 실용적으로 운전하는데는 전혀 부족함 없는 듯.
- 강변북로에서 차선 변경때도 역시나 x1정도로 급하게 바꿔보니 좌우로 롤링이 생기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차가 스핀할 것 같다거나 뭐 그런건 아닌데 차와 함께 몸도 좌우로 흔들리니 과격하게 몰 마음이 전혀 안든다.
- 확실히 서스펜션이 물렁하긴 한데, 운전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이게 편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요철에도 차가 출렁출렁하는게 느껴지다보니... 반면 뒷좌석에 앉아서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쾅쾅 하는 충돌이 안오니 더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근데 아내님도 멀미날 것 같았다고 하시는 걸 보니 단단한 셋팅에 익숙해져버린듯...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DPS. 핸들은 여전히 내 취향보다는 좀 가벼웠지만 뭐 그게 딱히 문제라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확실히 핸들의 조작이 차의 바퀴 조작에 1대1로 딱 매칭이 안된다는 느낌은 들었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표현을 해보자면... x1의 경우에는 바퀴를 10만큼 돌리고 싶을 때 핸들도 딱 10만큼 돌려주면 된다. 그런데 아반떼는 핸들을 딱 10만큼 돌리면 바퀴가 9까지밖에 안돌아가기 때문에, 11만큼 돌린 다음에 다시 반대쪽으로 1만큼 돌려야 바퀴가 10만큼 돌아가는 느낌? 뭔가 좀 유격이 있는 조작장치라는 느낌이었다.
시내 주행중에 핸들을 좌우로 작게 흔들어봤을 때 차가 어떻게 반응하나 볼려고 해봤는데, 불안하게 반응하는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작은 조작을 씹어버리는 느낌이었다... -_-;
근데 뭐... 물론 신나게 달릴때야 멍한 조작체계라서 답답하겠지만 그냥 느긋~하게 갈때는 또 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x1이야 워낙 내 조작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또 노면 상태에 따라 핸들이 튀기도 하다보니 계속 핸들을 꽉 잡고 가야되는지라...
i30와 비교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i30는 몰아본지가 오래되서 사실 잘 모르겠다. 몰 때는 그닥 요상하다는 생각은 못하긴 했는데...
지금 몰면 어떨런지.
- 지금까지도 차는 충분히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30분정도 운전하고 나서야 이게 액티브 에코가 켜져있는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장치를 꺼봤는데. 확실히 정지 상태에서 출발때 팍 튀어나가긴 하는데 이걸갖고 차가 잘 나간다고 하기엔 좀... i30도 엑셀 초반이 너무 예민해서 적응에 시간 좀 걸렸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감각적으로는 차라리 액티브 에코 켜져있는게 더 나은 느낌.
내가 디젤차에 익숙해져서 그런걸수도 있겠다.
- 브레이크는 뭐 시껍하게 밀린다던가 하는 느낌은 안든다. (고속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러나 딱 내가 원하는 만큼 세워준다는 느낌도 잘 안들긴 한다. 뭔가 10% 정도 부족한 느낌.
역시 i30때는 이런 느낌 별로 없긴 했는데 (내리막에서는 느꼈었음) 그것도 지금 타보면 어떨지 잘 모르겠긴 하다.
결국 아반떼MD 몰아본 소감을 요약하자면
-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매리트가 있고
- 인테리어나 조작감도 i30때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고
- 출력도 그냥 타기에는 부족함이 안느껴진다. 생각보다 진동은 좀 있었지만.
-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확실히 너무 두리뭉실~ 한 감이 있는건 사실. 차와 일체감이 안느껴지게 방해하는 요인인듯.
- 요즘 현대차는 예전만큼 물침대 서스펜션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내 생각보다는 훨씬 출렁거려서 놀람. 어느새 나도 단단한 서스펜션에 길들여졌나보다. (물론 렌트용이라 휠이 작은 - 아마도 15인치? - 영향도 어느정도 있을듯) 이런 차가 주력인 상황에서 대체 i30는 무슨 생각으로 서스펜션을 그리 단단하게...
- 결국 왜 잘 팔리는지 알겠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 그린카 반납 -----
10분정도 남겨놓고 주차장으로 ㄱㄱ. 그랬는데 주차하고 뭐 빼놓은거 없나 보고 문 한번 잠궜다가 실내등 켜놓은걸 발견하고 다시 열고 끄고 잠그고 하다보니 1분 남기고 겨우 반납 완료했다. 역시나 시간을 좀 여유롭게 잡는게 안전하긴 할듯... (반납 늦으면 벌금)
반납이 잘 되었는지 피드백이 없어서 좀 찝찝하다는게 단점. 반납 처리가 바로 확인되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카 쉐어링의 원래 취지에 맞는 이용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런 체험 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레이도 한번 몰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음. 많이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차종이 너무 현대기아에 치중되어 있는건 조금 개선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긴 하다...는 더 다양한 차를 타고싶은 나의 욕심일 뿐일지도 ㅎㅎ
아참 또 하나 덧붙이는 이번 체험의 소득.
나는 단단한 셋팅의 차들을 타고 있는데 다양한 차들을 체험해본게 아니다보니, '혹시 승차감 위주의 차량이 나한테 더 잘 맞는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체험으로 '아니다'라는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의 적응이란게 무서우니 오래 타보면 어떨지는 또 모르지만.. ㅎ_ㅎ